우주청법 통과시 장제원 과방위원장 사퇴 뜻에 커지는 의심
항우연 노조, "연구원 해체하는 방안" 반대 뜻 밝혀
국민의힘 "선심성 정책 아냐, 민주당도 대선 때 약속"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장제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우주항공청법안을 8월 중 통과시켜주면 상임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거듭 밝히고 있으나 국민의힘 차원에서는 사전에 전혀 상의된 일이 아니라고 밝혀 주목된다.
장 위원장이 이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키고자 하고 있으나 핵심 기관인 항공우주연구원의 노동조합은 조직을 와해시키는 정책이라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이렇게 조급하게 추진하는 이유가 내년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도 대선 때 우주항공청 설립을 약속했다며 선심성 정책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장 위원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돌연 “8월 내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통과 시켜준다면 민주당이 원했던 과방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26일 취임 후 첫 과방위 전체회의를 개최하면서 “이미 민주당 위원님들께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8월 내에 통과시켜 준다면 민주당 위원님들이 원하는 대로 위원장 측에서 물러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거듭 밝혔다.
이 같은 결단은 당 차원이 아닌 개인적인 주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국회 본관 245호실 앞에서 연 원내대책회의 후 백브리핑에서 '우주항공청 기본방향 발표와 관련해 장제원 과방위원장이 8월 중 우주항공청법안을 통과시키면 상임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는데, 상의한 것인지, 이에 동의하고 있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개인적으로 입장 발표를 한 것 같다”며 “발언의 앞뒤 맥락이나 배경을 제가 알지 못하고, 정말로 우주항공청(법)이 지연됨에 대한 안타까움과 하소연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원내대표는 “구체적으로 상임위원장 사퇴와 관련해서는 저하고 상의해야 될 문제”라며 “장제원 위원장이 현재 과방위가 우주항공청과 관련돼서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우주항공청 설립 기본 방안을 두고 항공우주연구원 노조(과학기술노동조합 항공우주연구원지부)는 강한 반대입장을 펴 논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7일 '우주항공청 설립 운영 기본방안'에서 우주항공청 조직 구성(안)을 통해 “본청은 임무조직 및 기관운영 조직으로 구성하고, 국가의 운영이 필요한 인프라는 소속기관으로 편입”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우주항공청이 지정 운영하는 임무센터를 두도록 했는데, 우주항공분야의 핵심기관인 항공우주연구원을 4개 분야로 분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과기정통부는 임무센터를 두고 “대학·연구기관 등 민간의 전문성이나 인프라 활용이 필요한 분야 및 조직을 우주항공청 임무센터로 지정·운영한다”며 “기존 기관고유사업 등은 기관 자율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우주항공청 주요임무 달성을 위한 전문분야별 지정사업 등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항우연의 경우 임무센터가 △항공연구소(항공기, 무인기, UAM 등) △위성연구소(위성, 탑재체 등) △발사체연구소(발사체, 체계종합 등) △국가위성정보 활용지원센터(위성정보 활용촉진 등) 등 4개로 지정하도록 했다.
이에 항우연과 천문우주연구원은 해체되어 역량을 후퇴시킬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과기노조 항공우주연구원지부(지부장 신명호, 과기노조 정책위원장 겸직)는 27일 성명을 내어 “과기정통부 방안대로 우주항공청이 설립된다면, 우주개발과 우주탐사를 담당하던 항우연과 천문연은 임무센터라는 명목으로 쪼개어 해체되고 국가 우주개발 역량은 분산되어 국가적 차원의 우주역량과 우주전략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과기정통부는 국가 우주역량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무시하고,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전문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항우연지부는 “우주선진국을 추격하기 위해 현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우주 분야 산업국방외교안보과학기술인력 등을 총괄하고 종합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중앙집중적 조직”이라며 “느슨한 네트워크형 운영체제는 R&D 연구에나 적합할 뿐 거대복합시스템을 위한 추격형 조직에 적합하지 않다”고도 했다. 이 방안의 분야별 임무센터 지정 후보 중 실질적으로 우주개발이나 우주탐사에 관련된 조직은 모두 항우연과 천문연 소속인 것과 관련 항우연지부는 “통합 우주개발총괄기구를 만들어야 할 상황에서 과기정통부는 항우연과 천문연을 분할하고 약화시켜 형해화시키는 경로를 가겠다고 천명하고 있다”며 “과기정통부의 관료적 지배를 우주 분야에 계속 관철시켜 자기 영역을 유지하기에 적합한 조직으로 구성하는데만 몰두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항우연지부는 과기노조와 함께 “연구자들을 업신여기고 항우연을 해체시키려고 하는 과기정통부의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를 저지시키기 위한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히면서 항우연 원장을 상대로 “눈치보기에 급급해서 항우연을 이 지경에까지 처하게 한 무책임한 항우연 원장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연구자들과 항우연을 정권과 관료들에 팔아넘기려 하는 항우연 원장을 비롯한 노회한 협력자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여야를 떠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백브리핑에서 '항우연 노조도 강력하게 반발하는데, 굳이 시한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이유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 경남 사천지역의 민심을 얻고자 하는 선심적 행정 차원이 아니냐는 목소리는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선심성 행정이 아니다”라며 “우주항공청 발족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있다”고 답했다. 윤 원내대표는 “지역민들은 좀 더 큰 기대가 있기는 하지만, 민주당도 대선 과정에서 우주항공청 설립을 약속한 것으로 안다”며 “정쟁으로 발목잡을 법이 아니고 정말로 국회가 정치적 입장이 다른 부분은 다른 부분대로 꼭 필요하고 국민적 기대가 있는 법은 그 법대로 분리해서 분리하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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