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이동관 카드’…윤 대통령, 방송 장악 노골화
[이동관 논란]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새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지명 소감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각국 정부, 시민단체가 골몰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복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사실상 방송 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언론 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인간관계, 네트워킹, 리더십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의 방송통신 분야 국정 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며 이 특보가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고 발표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 대통령 언론특보를 지냈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소통특별위원장으로 일했다. 윤석열 정부 취임 뒤엔 바로 입각하지 않고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맡아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전반을 물밑에서 도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세 특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윤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새 정부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할 것이란 전망은 윤 대통령 취임 뒤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지난 5월 말 윤 대통령이 한상혁 당시 방통위원장의 면직 처분을 재가하면서, 이 후보자 지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표면화했다. 그러나 실제 지명까진 2개월가량이 소요됐다. 전임 위원장 임기 전에 지명할 경우 청문회를 두차례 거쳐야 하는 점, 수해 상황 등이 부담스러웠던데다, 대통령의 경제·외교 일정에 따른 ‘성과’가 이 후보자 지명 뉴스로 묻혀선 안 된다는 대통령실 내부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론 기류를 살피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후보자 지명설이 돌면서, 그가 방통위원장으로 적절한지를 두고 언론단체와 야당 등에선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가 청와대 대언론 창구 역할을 했던 이명박 정부에선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임명 등 ‘공영방송 길들이기’ 작업이 본격화했다. 특히 2017년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한 국정원 불법사찰 수사에서 검찰은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문화방송(MBC) 방송장악 계획을 세우고 국정원에 관련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 후보자다. 또한 관련 재판에서는 ‘홍보수석실에서 요청해 한국방송(KBS) 기자와 피디들의 정치 성향을 사찰한 보고자료를 작성했다’는 국정원 직원의 진술이 나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 후보자는 2019년 극우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상파 채널을 진영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대상으로 여기는 왜곡된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학교 쪽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다.
윤 대통령이 이런 각종 논란과 의혹에도 이 후보자 지명을 강행한 것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 지형을 여권에 유리하게 재편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미 한국방송(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시행하는 등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터를 닦아둔 상태다.
이 후보자는 이날 브리핑에 참석해 “언제까지(나) 진영 논리의 이해와 충돌을 빚는 패러다임에 갇혀 있을 수는 없다. 이제 대한민국에도 비비시(BBC) 인터내셔널,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국제방송같이 국제적으로 신뢰받고 인정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며 고강도 ‘언론개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김 실장과 이 후보자는 이후 질문을 받지 않고 브리핑장을 떠났다.
이날 한국기자협회 등 7개 언론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 위원장 지명 강행은 윤석열 정권의 대국민·대언론 전쟁 선언”이라고 맞섰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명에서 “‘언론인 대숙청’과 ‘공영방송 해체’를 대대적으로 벌이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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