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 의사에 수술로봇은 훌륭한 조수”

윤성철 2023. 7. 2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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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탄탄병원 김도훈 병원장, "30분 이상 걸을 수 없거나 구축 증상 왔다면 수술이 도움"

"경험 많고 숙련된 정형외과 의사에게 로봇수술은 오히려 더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우선 수술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수술 전후로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다. '칼잡이' 외과 의사들 사이에선 "손으로 수술할 때보다 수술할 때의 성취감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선 다르다. 수술하며 생길 수 있는 무릎 관절의 균형(balancing)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특별하다. 그래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술 결과를 늘 담보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더탄탄병원 김도훈 병원장이 전자동 수술로봇 '큐비스 조인트'로 퇴행성 관절염 환자 무릎에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더탄탄병원]

부산 더탄탄병원 김도훈 병원장은 무릎 인공관절 수술에 일가견이 있다. 특히 외과의사 중에서도 손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래도 이번에 고가의 수술로봇을 병원에 들인 건 그런 이유에서다. 그것도 전자동 로봇이다.

특히 나이 많은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늘고 있는데, 사람마다 제각각인 무릎 상황에 상관없이 언제나 최적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한몫했다.

-큐렉소 제3세대 인공관절 수술로봇 '큐비스 조인트' 도입

인공관절 수술은 관절염으로 마모된 연골과 관절 뼈 일부분을 잘라낸 후 그 빈자리를 인공관절로 대체해주는 치료법. 수술이 성공적이라면 손상된 관절 기능을 회복해 일상을 다시 활기차게 살아가게 돕는다. 관절염이 진행하며 생기는 무릎의 구축(拘縮), 즉 관절이 굳어 제대로 펴지지 않는 증상도 막아준다.

그래서 손상된 무릎 관절 부분의 뼈를 정확하게 절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주변 근육 및 인대의 균형을 맞추는 것까지가 핵심이다. 여기서 경험 많은, 숙련된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인공관절 수술로봇은 크게 반(半)자동 방식과 전(全)자동 방식으로 나뉜다. 뼈 절삭과 인공관절 삽입 등의 주요 수술 행위를 의사가 로봇팔을 조작하며 진행하느냐, 그렇지 않고 로봇팔이 미리 프로그래밍한대로 다 진행하느냐는 차이다.

국내에도 많이 보급된 미국 스트라이커(Stryker) '마코'(Mako SmartRobotics™)가 반자동이라면, 국내 코스피 상장사 큐렉소(주)가 개발해 2020년부터 병원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큐비스 조인트'(CUVIS-joint)는 전자동. 상용화된 인공관절 수술로봇으론 세계에서 5번째. 국내에선 첫 작품이다.

특히 전자동 방식은 사람 손으로 하면 어쩔 수 없이 생길 수 있는 '휴먼 에러'(human error)를 원천적으로 없애준다는 점에서 조금 더 진전된 단계라 할 수 있다. 뼈 절삭 범위의 오차를 줄여주는 것은 물론, 인공관절 모양과 삽입 위치도 미리 시뮬레이션해본 것과 거의 100% 일치한다.

김도훈 병원장은 "큐비스 조인트는 뼈와 연골을 계획한대로 정확히 잘라준다는 점에서 숙련된 정형외과 의사의 손길에 버금간다"고 했다. "훌륭한 조수"라고도 했다. 디지털 밀링(milling)으로 절삭하기에 인공관절과 뼈 사이 밀착력도 뛰어나다. 지금 나오는 큐비스 조인트는 초기 제품에서 더 발전한 '제3세대' 로봇.

그래서 수술 집도의는 로봇팔이 작동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무릎 관절의 균형을 확인해 정확성을 높이는데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여러 변수 중에서 의사의 '선택'이 꼭 필요할 때가 있다. 뼈의 모양과 위치, 방향(rotation)이 맞는지, 삽입할 인공관절(insert)의 두께가 적절한지 등 변수는 여러 가지다. 의사의 수술 경험과 숙련도 차이가 여기서 수술 결과를 다르게 만든다. 미세해 보여도, 중요한 차이다.

보다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지는 만큼 출혈이나 감염 등 부작용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수술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주변 연부 조직 손상도 줄여준다. 통증도, 합병증 위험도 현저히 낮춘다.

-정밀한 수술로 감염, 출혈, 통증 등 각종 부작용 줄여줘

하지만 아무리 정확히 한다 해도 인공관절 수술이 100% 효익만 주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약을 먹어야 한다든지, 인공관절에 수명(약 20년)이 있다든지 하는 한계도 있다.

김 병원장은 "하루에 30분 이상 걸을 수 있고, 또 마음 먹은 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런 분에겐 어떻게든 (수술하지 말고) 버텨보라 권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정도도 걸을 수 없다면, 또 염증이 심해져 무릎이 다 펴지지 않는 구축 증상이 시작됐다면 수술을 통해 몸의 활동량을 되살리는 게 환자 입장에선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사실 무릎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사람이 죽진 않는다. 그러나 가까운 거리조차 잘 걷지 못하고, 무릎이 아파서 밤에 잠도 잘 못 들던 이들에게 인공관절 수술은 또 다른 세상이다. 미국정형외과학회는 "수술 후 90% 이상은 통증이 줄었고, 수술 15년 후에도 85%는 그런 상태를 잘 유지했다"고 했었다.

결국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에 인공관절 수술은 하루의 평범한 일상을 계속 영위할 수 있느냐 하는 '삶의 질(QOL)'이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인 셈이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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