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4배 뛴 ‘이곳’…전통시장 살리려 대형마트 눌렀더니 ‘반전’
◆ 킬러규제 현장점검 ◆
전통시장은 규제 10년동안 2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법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식자재마트는 1년만에 100%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곳도 있었다. 지역별로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자 골목상권 전체가 함께 고사하고 있다는 인식이 여러곳에서 커지고 있다. 이에따라 대구시 등 광역지방단체를 중심으로 주말 휴업 폐지가 전격 논의되고 있다.
28일 통계청·소상공인진흥공단 자료에 따라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규제가 실시된 2013~2022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온라인의 매출액(온라인은 거래액)을 각각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2013년 33.9조원의 매출을 달성한 대형마트는 지난해 34.8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10년동안 매출액 성장이 1조원을 밑돌며 실제 매출이 거의 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올해만 4조원에 육박하는 온누리상품권 등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입하는 직·간접적인 예산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어, 사실상 전통시장은 고사 상태에 빠져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류승재 대구상인연합회 사무총장은 “대형마트가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 휴무일 때는 전통시장으로 소비자 유입이 안되고 오히려 장보고마트나 편의점으로 사람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지난해 말 대구시에서 유통업 상생발전협의회를 거쳐 대형마트 휴무일을 평일로 바꾼 이후엔 오히려 전통시장 상황이 더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로 묶여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둘 다 멈칫거리는 사이, 반사이익을 누린 곳은 식자재마트와 이커머스였다. 식자재마트는 7년만에 매출 규모만 4배 이상 키운 곳도 나왔고, 이커머스도 38.5조(2013년)에 그치던 거래액이 지난해 209.9조원까지 커지며 5배 넘게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식자재마트는 전체 면적을 3000㎡ 넘지 않은 공간으로 꾸미며 대형마트 기준을 비켜나갔다. 2012년 당시 정부는 대형마트와 대기업 계열 수퍼마켓(SSM)을 월 2회 의무 휴업하도록 하면서 기준을 매장 면적 3000㎡를 넘는 곳으로 잡았다.
식자재마트는 각종 식재료를 대량으로 소싱해 저렴하게 판매하며 인기를 끌었고 24시간 연중무휴로 골목상권 곳곳에서 자리를 틀었다. 장보고식자재마트, 트라이얼코리아, 세계로마트, 우리마트 등이다.
이밖에 세계로마트는 2012년 매출 525억원 수준이었지만, 2018년에는 1000억원의 매출을 넘어섰다. 우리마트도 2012년 매출이 223억원이었는데, 7년 만인 2019년 매출 1000억원을 만들어내며 4배 이상 규모를 키웠다.
한편, 월 2회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따라 대형마트에 입점한 자영업자는 역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형마트에 위치한 안경점, 미용실 등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테넌트(임대매장)는 통상 10~30개 수준으로 테넌트의 주말 매출이 평일 매출보다 약 2배가량 높다. 특히,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은 최근 매장 리뉴얼을 통해 판매 공간보다 체험형 공간을 키우는 것을 기조로 임대매장 수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최근 재단장을 마치고 문을 연 이마트 일산 킨텍스점(더 타운몰 킨텍스점)에는 임대매장이 98곳이 들어섰는데, 리뉴얼 이전 대비 4배까지 늘어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 입장에서 의무휴업으로 한 달에 주말 이틀 쉬는 것은 평일 기준으로 4일동안 매장을 쉬는 것과 같은 매출 타격이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분위기서 최근 대구시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평일 전환이 본격 실시되면 마트의 매출은 1.5~1.7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대구시의 대표 대형마트 A사는 평일 기준 매출이 3억원 수준인데, 주말에는 일 평균 7억원의 매출을 낸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의 ‘상생협력을 통한 중소유통 활성화 방안’ 자료에서도, 대형마트가 수요일로 의무휴업일을 바꾸는 것만으로 주변 점포 매출이 11%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형마트가 영업을 하는 것만으로 주변 3km 이내의 점포 매출액이 평균 20% 늘어난다는 결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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