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잣대' 중위소득…역대 최대 6% 인상
국내 73개 복지사업에서 수급자를 정하는 잣대인 ‘기준 중위소득’이 내년에 6.09%(4인 가구 기준) 인상된다. 중위소득을 복지정책 기준으로 정한 2015년 이후 최대폭 인상이다. ‘약자 복지’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나랏빚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정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올해(4인 가구 월 540만964원)보다 6.09% 오른 572만9913원으로 결정했다. 1인 가구의 내년 기준 중위소득은 올해보다 7.25% 높은 222만8445원, 2인 가구는 6.55% 올린 368만2609원, 3인 가구는 6.31% 인상한 471만4657원으로 결정했다. 기준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 소득을 일렬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소득이다.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4인 가구 기준)은 2016년 4%에서 2017~2018년 1%대, 2019~2021년 2%대에 그쳤다. 하지만 2022년 5.02%, 2023년 5.47%에 이어 2024년 6% 넘게 오르게 됐다. 인상률로는 3년 연속 역대 최대폭을 기록했다.
복지부는 내년 중위소득과 관련해 최근 3년간 가계금융조사의 가구 중위소득 증가율을 반영한 기본 증가율 3.47%에 정책 의지를 담아 2.62%를 추가로 올렸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기 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약자 복지를 최우선으로 강화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번 기준 중위소득 인상 등으로 생계급여 대상자가 159만 명에서 169만 명으로 10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73개 복지지출 줄줄이 늘어…생계급여만 年 2조 더 필요
보건복지부는 28일 생계급여 수급자 선정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의 30%에서 32%로 높였다.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4인 가구의 생계급여 소득 기준은 올해 162만289원에서 내년에 183만3572원으로 13.16% 인상된다.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6.09%)에 선정 기준 인상효과(6.66%)가 더해진 결과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핵심인 생계급여는 가구 소득이 국가가 책임지는 최저 생계비 보장 수준(소득 기준)에 못 미치면 부족분을 메워주는 제도다. 소득 기준 상향으로 생계급여 수급자는 한 달에 약 21만3000원씩, 연간 255만원가량을 더 지원받게 된다. 윤석열 정부는 생계급여 선정 기준을 임기 내에 기준 중위소득의 3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4인 가구의 생계급여 소득 기준은 2~3년 내 200만원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주거급여 선정 기준도 기준 중위소득의 47%에서 48%로 확대됐다. 급지나 가구원 수에 따라 최소 13만2000원에서 최대 32만4000원까지 지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의료급여와 교육급여 선정 기준은 기존과 같이 각각 기준 중위소득의 40%와 50%를 유지했다. 의료급여는 기존과 동일하게 급여 대상 항목의 의료비 중 수급자 본인부담 금액을 제외한 전액을 지원한다. 교육급여는 내년 교육활동지원비를 초등학교 46만1000원, 중학교 65만4000원, 고교 72만7000원 등 최저교육비의 100% 수준으로 기존보다 10%포인트가량 인상했다.
이번 결정으로 빈곤층의 생활 여건은 개선될 수 있지만 그만큼 복지 재정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중위소득 인상과 생계급여 기준 상향으로 생계급여에서만 내년에 2조원의 추가 재정 지출이 필요할 전망이다. 올해 기초생활보장제도 예산(18조원)의 10%가 넘는 수준이다. 의료급여 등 다른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비롯해 국가장학금, 청년 월세 지원, 아이돌봄 서비스 등 기준 중위소득과 연동된 복지사업까지 감안하면 추가 지출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복지 전달체계 개선, 유사·중복 사업 조정, 부정적 보조 사업 철폐 등을 통한 재정건전성 제고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내년까지 1만여 개에 달하는 중앙·지방정부 복지사업을 전수 조사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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