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 장군 기뻐하실 것”... 손자도 감동한 칠곡의 품격
왜관초에선 초상화 그리기 대회
워커 孫 “최고의 헌정”
28일 오후 경북 칠곡군 칠곡호국평화기념관 상공에 대형 방패연 2개가 떠올랐다. 이창석 대한민국예술연협회장이 만든 이 방패연엔 6·25 전쟁 당시 미8군 사령관이었던 故 월턴 워커(1889~1950)장군과 창군 주역인 故 백선엽(1920~2020)장군의 사진이 각각 새겨져 있었다. 이날 칠곡에서 열린 워커 장군 흉상 제막식에 앞서 함께 낙동강을 지켰던 두 군인이 다시 호국의 별로 떠올랐다는 취지를 담았다.
이날 칠곡군은 워커장군의 흉상 제막식을 열었다. 워커 장군은 6·25 전쟁 때 백 장군 등과 함께 칠곡 다부동을 포함해 ‘워커 라인’으로 불린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낸 주역이었다. 그는 전쟁 당시 “내가 여기서 죽더라도 끝까지 한국을 지킨다. 결사항전(Stand or Die)하라”고 지시하며 인천상륙작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하지만 워커 장군은 1950년 12월 함께 참전한 아들과 사병들을 표창하러 가던 중 교통 사고로 한국에서 숨졌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73년만에 낙동강 방어선의 격전지였던 칠곡에 흉상이 들어선 것이다.
이날 제막식엔 워커 장군의 손자인 샘 워커 2세 부부와 백선엽 장군 장녀인 백남희 여사, 칠곡 주한미군부대인 캠프워커 및 육군 50사단 장병들, 왜관초·장곡중 학생과 칠곡군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6월 칠곡 장곡중 김동준군과 친구들이 칠곡군에 ‘워커장군을 기억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넣으면서 기획됐다. 학생들의 민원을 접수한 김재욱 칠곡군수가 이삼환 칠곡군 한미친선위원회 회장 등과 협의해 워커 장군 흉상을 모금 형식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지난달 21일부터 모금 운동이 시작됐고 약 한달만에 칠곡 뿐 아니라 서울·부산 등 전국에서 5000여명이 보낸 성금 1500만원이 모였다. 칠곡군 관계자는 “어린이집 원생들은 돼지저금통에 100원씩을 저금해 보냈고, 영남대의료원은 ‘1000원 모으기 운동’을 펼쳤으며, 독지가들도 돈을 보탰다”고 말했다. 모인 성금은 1.53m 높이 워커 장군 흉상 제작 비용으로 쓰였다. 흉상은 별 3개 중장 계급이 그려진 철모를 쓴 워커 장군이 용맹하게 눈을 부릅뜬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샘 워커씨는 “할아버지와 당시 싸운 군인들의 헌신을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흉상 제작은)할아버지에 대한 경의뿐만 아니라, 당시 함께 싸운 이들에게 칠곡군이 보여준 사랑”이라고 말했다. 백남희 여사는 “워커 장군과 아버지는 역사상 최초의 한미연합 작전을 수행했으며, 두분 우정이 한미동맹의 시작이었다”면서 “오늘 떠오른 방패연처럼 두분이 하늘에서도 대한민국을 지키는 영원한 동반자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칠곡군 왜관초등학교에서 ‘호국 평화 위인 그리기 대회 시상식’이 열렸다. 이 학교에선 올해 처음으로 워커 장군을 주제로 대회를 열었다. 3~6학년 학생 480여명이 참가했고, 학년별로 7명씩 총 28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학생들은 워커 장군을 미소를 짓는 인자한 모습과 근엄한 모습 등 다양하게 묘사했다. 한 학생은 워커 장군이 한국을 지킨 명예 대한민국 시민이라며 가상의 워커 장군 주민등록증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대회를 담당한 이규진 교사는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호국 위인인 워커 장군을 그려 학생들이 기억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시상자로 초청받은 샘 워커 부부는 한국어와 영어로 “감사합니다” “Thank you”라고 말하며 학생들을 하나하나 끌어 안고 감사를 표했다. 샘 워커씨의 아내인 준 워커씨는 “원더풀(Wonderful)”을 외치며 학생들의 그림을 모두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에게 모든 그림들이 멋지고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꼭 전해달라”고 했다. 샘 워커씨는 “할아버지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한국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이 그림들을 할아버지께서 보셨다면 분명 기뻐하셨을 것이며 후손으로서 최고의 헌정 선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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