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초전도체 구현' 한국 연구에 국내외 논란…"검증 거쳐야"

조승한 2023. 7. 28. 18: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자들, 상온·상압 초전도체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에 발표
'과학계 꿈의 물질' 구현 소식에 해외서도 주목…학계는 비판적·신중한 시각
논문 저자들 "일부 연구자가 허락 없이 온라인 공개…정식 검증받을 것"
한국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한국 연구진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알려지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과학계 난제 중 하나로 발표와 검증 실패를 반복해 오던 상온 초전도체를 한국에서 개발했다는 소식에 이례적으로 외신도 주목하는 분위기지만, 외국 학계는 비판적이고 국내 학계도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분위기다.

해당 연구진은 한 저자가 다른 저자들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논문을 온라인 사이트에 올린 것이라며 정식 동료평가 절차를 거쳐 논문을 게재하겠다고 밝혔다.

28일 과학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상온과 대기압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초전도체에 관해 쓴 두 개의 논문이 올라왔다.

저자로는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회사 연구자,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 지난해까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근무했던 김현탁 박사 등이 포함됐다.

아카이브는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을 빠르게 공개하기 위한 사이트로, 누구나 쉽게 게재할 수 있는 구조다. 이곳에 나온 논문은 아직 학계의 검증을 받지 않은 것이다.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의 첫 페이지 일부 [아카이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상온 초전도체는 과학계의 오랜 꿈 중 하나다. 초전도 현상은 금속 등에서 전기저항이 어느 온도 아래에서 0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기 저항을 없애면 저항이 소모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어 자기부상열차나 전력망 등에 사용처가 무궁무진하지만, 현재는 극저온이나 초고압에서만 초전도 현상을 구현할 수 있어 활용도가 낮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납과 인회석 결정 구조인 'LK-99'라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며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임계 온도가 섭씨 127도(400K)라고 주장했다.

이는 온도가 127도 이하일 때는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들은 1990년대 고려대 화학과 최동식 명예교수가 주장한 이론을 바탕으로 20여 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2008년 고려대 연구자들이 창업한 기업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내에서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해외에서는 외신들이 잇따라 소개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지만, 과학계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해외에서도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발표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최근에도 재현성이 없다며 논문이 철회되는 등 부침을 겪고 있어서다.

앞서 미국 로체스터대 랭거 디아스 교수 연구팀이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대기압 100만 배 압력에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지만, 재현이 불가능하다며 논문이 철회됐다.

디아스 교수는 올해 네이처에 다시 상온 초전도체 논문을 발표했지만, 2021년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낸 논문이 또다시 데이터 조작을 이유로 철회되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액체질소로 극저온 냉각된 상태에서 초전도 현상 나타내는 초전도체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연구진의 이번 논문 역시 발표한 데이터가 세부 사항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물질 특성상 초전도성이 발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7일(현지시간) 이번 논문에 대해 조망하며 "논문의 세부사항이 부족해 물리학자들이 회의감에 휩싸여 있다"고 학계의 반응을 실었다.

사이언스는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등이 논문 내 물질을 재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1주일 내로 물리학자들이 이번 주장을 검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과학계도 이들 연구자가 국내 초전도체 학계와 교류가 전혀 없었던 상황인 만큼 검증이 되기 전에는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강병원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도 몇 군데에서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고 들었다"며 "상온 초전도체와 관련해서는 여러 논란이 많다 보니 모든 학계 분이 신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논문 저자들은 이번 논문이 완성된 논문이 아니며 공개도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다른 저자들의 허락 없이 권 연구교수가 임의로 아카이브에 게재한 것"이라며 "아카이브에 내려달라는 요청을 해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현탁 박사도 미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와 인터뷰에서 "두 논문에 결함이 많으며 본인의 허락 없이 게재됐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권 연구교수가 퀀텀에너지연구소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있었지만 4개월 전 이사직을 내려놓고 현재는 회사와 관련이 없다고도 밝혔다.

고려대 관계자에 따르면 권 연구교수는 현재 학교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올해 4월 '한국결정성장학회지'에 발표한 초전도체 논문을 보완한 것으로 국제학술지에 이미 심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연구결과를 정리해 정식 학술지에 보낸 상황으로 동료 평가를 통해 검증받을 것"이라며 "이미 제작법 등이 공개된 만큼 곧 학계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hjo@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