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방' 들어가고 '무지출 챌린지'···2030이 먼저 지갑 닫았다

김현진 기자 2023. 7. 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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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신한카드 TPO소비지수 상반기 분석
연합뉴스
[서울경제]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올해 1분기 소비가 회복하는 듯하더니 2분기 들어 소비가 다시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비를 주로 이끌던 2030세대가 전년 대비 소비를 줄이는 모습이다. 최근 고물가 등으로 지출이 부담스러워지자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과도한 지출을 막기 위해 ‘거지방’이나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무지출 챌린지’ 등이 유행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28일 ‘서울경제·신한카드 TPO소비지수’에 따르면 올해 6월 평균 TPO소비지수(전년 대비)는 99.60을 기록했다. TPO지수는 올해 1월 102.71, 2월 103.39, 3월 103.16으로 100을 넘기며 1분기 높은 소비경향성을 나타냈지만 4월 100.42로 급격히 낮아진 후 5월 99.46 등 2분기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월 대비 6월 평균 TPO소비지수도 99.88를 기록하며 100 밑으로 내려앉았다. ★본지 1월 20일자 1·3면 참조

1분기 소비 회복세 보였지만 2분기 TPO 지수 100 아래로 2030세대, 평균치보다 더 낮아 물가상승에 '짠테크' 유행 번져

올해 초 서울경제와 신한카드가 개발한 ‘TPO소비지수’는 소비경향성을 직전년과 직전월로 비교해 2개의 지표로 생성한 뒤 분석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소비가 활성화됐다면 100 위로, 소비가 위축됐다면 100 아래로 내려간다. TPO소비지수는 소비 변화에 민감한 업종과 이용 행태를 신한카드 빅데이터를 이용해 15개로 분류하고 각각 시간(T), 장소(P), 기타(O)의 변수를 적용했다. 일반적인 소비심리 지표들이 설문 등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TPO소비지수는 결제 금액 등 실질적인 소비 행태가 변수로 사용돼 현재 시점의 소비 행태를 잘 보여준다.

올해는 이동이 감소한 영향 등으로 전년 대비 P지수의 감소가 눈에 띄었다. P지수는 대중교통·주유·택시 등 이동 관련 업종을, T지수는 야간·주말 등 시간 관련 업종을 의미한다. 전년 대비 P지수는 4월 100.37, 5월 99.22, 6월 98.98로 가파르게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는 지난해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여행 등 이동에 적극적으로 반응했지만 올해는 전년만큼 이동 증가 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유 업종의 경우 올 들어 모두 100 미만이었으며 6월에는 96.63을 기록하는 등 감소 폭이 가팔랐다. 택시 업종도 4월부터 100 미만으로 내려앉아 4월 98.93, 5월 97.95, 6월 98.80을 기록했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2030세대의 소비 감소가 두드러졌다. 2030세대 평균 TPO지수는 4월 99.37, 5월 98.19, 6월 98.36으로 2분기 내내 100을 밑돌았으며 전체 평균 TPO지수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30세대는 시간 관련 지표인 T지수와 이동 관련 지수인 P지수도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2030세대의 T지수는 4월 98.10, 5월 97.69, 6월 98.38을, P지수는 4월 99.53, 5월 98.30, 6월 98.14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2030세대의 소비 지출이 많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기저 효과로 올해 하락 폭이 더 큰 모습”이라며 “고정비 지출이 많은 고연령대의 경우 변동성이 낮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인의 소비·지출 내역을 메신저상에서 공유하고 평가를 주고받는 ‘거지방’이 2030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등 소비 위축 시그널이 보이고 있다. 거지방에서는 월급 또는 용돈의 과도한 지출을 막기 위해 서로를 독려하며 한 푼이라도 아끼는 ‘짠테크’ 방법이 공유되기도 한다. MZ세대 사이에서는 ‘무지출 챌린지’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물가 상승 및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으로 지출이 부담스러워지자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4050은 여행 줄어 P지수 감소 60대 이상 상대적으로 안정적

4050세대에서는 P지수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까지는 100 이상을 기록했지만 5월 99.61에서 6월 99.39로 감소했다. 한편 60대 이상 세대의 경우 6월 TPO지수가 100 아래인 99.94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소비 패턴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TPO지수에서 소비 시간이 얼마나 확대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시간 관련 지표인 T지수는 △평일 야간 주점 이용 △주말 요식업 소비 △평일 이미용 이용이 포함된 것이다. 이동 업종 관련 지수인 P지수는 △주요 상권 소비 △대중교통 이용 △주유 업종 평일 소비 △택시 이용 △고속버스·철도·하이패스로 세분화했다. O지수는 나머지 다양한 업종에 대한 소비를 알 수 있는 지표로 △쇼핑몰 이용 △체육 시설 이용 △소상공인 매출 △한의원·한약방 매출 △대중목욕탕 △생활 필수 업종 △편의점 업종 소비로 세분화했다. 이들은 한국은행 소비심리지수와 상관성이 높은 업종들이다. 다만 한은 소비심리지수는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미래지향적인 측면이 크지만 TPO지수는 매출을 기반으로 분석해 현재 시점의 소비를 잘 반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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