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석의 시선고정]인천경제청, 국제학교 ‘유치’ 노력 실종 ‘공모’에 치중… 본연의 업무 ‘방기’
공모 통한 국제학교 유치는 명문학교를 기대할 수 없는 구조
영종 골든테라시티 국제학교만 유독 공모 추진… 주민들 반발
영종 주민들과 약속한 인천시장의 세계적 명문학교 유치 협약 기대 멀어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최근 들어 IFEZ(인천경제자유구역)에 국제학교 설립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전국 각 지자체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제학교를 유치하게 되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교육특구로 부상하면서 개발 인프라가 형성되기 때문에 지자체는 물론 학부모·학생들과 학원업계 등 투자자들이 많이 생긴다.
국제학교와 외국인학교의 차이
교육 관련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일반인들은 국제학교와 외국인학교의 차이를 잘 모른다. “국제학교가 외국인학교 아닌가”라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국제학교는 외국인 투자유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교육인프라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해외학교 분교성격의 학교이다. 반면에 외국인학교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자녀, 다문화 가족, 해외 3년 이상 나갔다가 들어온 내국인 학생들이 일반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운 경우 입학할 수 있도록 만든 학교이다.
즉, 국제학교는 투자유치로 들어오는 외국인 정주여건을 만들기 위한 학교이고 외국인학교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만드는 학교로, 설립 취지부터 완전히 다르다.
다시 말해, 국제학교는 지자체(경제청)가 나서 유치하는 학교이며, 외국인학교는 설립자 의지에 따라 만들어지는 학교이다.
따라서 국제학교는 경제자유구역 등 특수한 지역에만 설립(송도 1개교와 대구 1개교, 총 2개교 운영 중)할 수 있고 외국인학교는 전국(39개 학교 운영중) 어디에나 설립할 수 있다.
다만, 제주도 내 국제학교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해외에 유학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내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만든 학교이다.
해외 명문 국제학교 유치와 공모는 상호 모순적
인천경제청은 지난 2021년부터 영종국제도시 골든테라시티(구 미단시티)에 국제학교 유치 업무를 시작했다. 2년 넘게 추진 성과가 없다가,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이 지난해 9월 취임하면서 국제학교 유치가 다시 본격화됐다.
하지만, 경제청은 국제학교 유치를 위해 제대로 된 해외 명문학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물색하는 노력 없이 가만히 앉아서 공모하겠다는 발표로 추진하고 있다. 공모 방식으로만 하다보니 지금껏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인천시장 후보 시절 영종 주민들과 세계적인 국제학교를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경제청의 공모를 통해 세계 명문학교 유치가 과연 가능할까.
‘유치’는 사전적 의미로 ‘설득해서 데려온다’는 뜻이다. 경제청이 본연의 해외유치 업무를 잘 해왔다면 벌써 세계적인 학교를 유치해 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청은 국제학교 유치를 공모에 의존하고 있다. 공모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것으로, 해외 특정 명문학교를 직접 찾는 ‘유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경제청은 공모를 앞세워서 마치 공정하게 보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본연의 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사실 공모해 봐야 해외로 전파될리 없고, 누가 참가할지도 모른다. 공모에 참여한 학교들 가운데서만 선정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공모는 당연히 명문 국제학교를 기대할 수 없는 구조라고 본다.
게다가 공모는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국내 지자체들이 국제학교 설립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모로 시간만 허비하다 보면 개교시기가 늦어져 다른 학교로 학생들을 다 뺏기고 경쟁력이 없어진다.
한동안 인천시는 서울대병원을 영종국제도시에 유치해 온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에 가서 유치활동 해야 맞는지, 아니면 가만히 앉아서 공모한다고 서울대병원을 유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경제청은 그동안 해외 유수의 명문학교들을 방문해서 유치해 올 생각은 하지 않고 공모한다고만 해 온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계적인 명문학교를 유치한다면서 공모에 부치는 건 지극히 논리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타 지역 국제학교 추진 사례와 형평성 문제
최근 국제학교를 추진하고 있는 타 지역 사례를 비교해 보면, 부산시는 토지, 건축을 전부 지원하기로 하고 공모 없이 국제학교를 선정했다.
제주도는 제안해 온 순서대로 심사를 걸쳐 3개 국제학교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반면 평택시는 토지, 건축을 전부 지원하기로 하고 2022년 1월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모를 진행해 왔으나 현재까지 국제학교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학교와 동일하게 외국교육기관법 적용을 받는 송도 글로벌캠퍼스 내 대학들도 모두 공모 없이 유치해 왔다.
최근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이 홍콩에 가서 유치해 온 송도 해로우 스쿨(Harrow School) 역시 공모 없이 선정했다. 또한 청라와 영종(하늘도시) 국제학교도 공모 없이 선정해 가는 중이다.
이와 같이 전국적으로 평택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는 국제학교를 공모 없이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인천경제청은 유독 영종 골든테라시티에만 개발업자를 끼고 공모로 진행하고 있다.
이에 영종 주민들은 명문학교들이 공모에 불참할까 우려되고 타 지역과 비교해 시간만 끌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영종 주민들은 IFEZ 송도, 청라 중심의 우선 개발정책에도 불만을 가지고 있다. 지역개발 앵커로서의 국제학교 설립마저 후순위로 미뤄지기 때문이다.
영종, 지원은 없고 문턱만 높아 국제학교들 기피
영종은 이래저래 명문학교 유치의 희망이 물건너 갈 수도 있다.
국제학교 입장에서는 다른 지자체와는 달리 토지 무상 제공이나 건축비를 전혀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모를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명문학교 참여가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우선 국제학교는 법적으로 결산이익금을 본교로 가져갈 수 없어서 학교들이 투자도 못하고 운영상 매리트를 느끼기 어렵다.(교육청이 과실송금 허용 금지)
엎친데 덮친격으로 인천도시공사는 토지 매각 가격을 높게 책정해서 경제청마저도 개발구조가 안 나온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영종에는 구조적으로 국제학교들이 분교 설립 부담이 커서 타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관계기관의 안목 없는 행정으로 영종 골든테라시티는 십 수년 전부터 국제학교 유치가 번번히 실패를 거듭해 오고 있다. 지금도 관심 있어 찾는 명문학교들을 잡지 못하고 놓치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 명문학교, 공모 기피하는 경향 있어
만약 서울대병원이 지방분원을 세우려고 입지를 찾아다닐 때 한 지자체에서 공모하겠다고 하면 과연 참가하겠는가.
이와 반대로 어느 지자체가 서울대병원 분원을 유치하고 싶다면서 공모를 한다면, 서울대병원이 참가하겠는가. 그래서 ‘명문학교 유치’와 ‘국제학교 공모’는 대단히 모순적이다.
경제청이 외국인투자를 유치해 오듯 국제학교도 직접 나서 유치해 와야 한다. 유치를 통해 직접 명문 국제학교를 제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왜 어렵고 복잡하게 공모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영종 주민들은 최근 송도와 영종 국제학교 선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난해 유정복 시장과 협약한 세계적인 명문 국제학교 유치 약속이 과연 지켜질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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