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천인계획’ 합격 돕는 中브로커들…각서도 등장

백승연 2023. 7. 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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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병원 산하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중국 국적 연구원이 중국 국가직 등 7곳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국내 의료용 로봇 기술 개발과 관련된 자료를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07년 학생 비자를 받고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 A 씨는 국내 대학원에서 생체의공학 박사학위를 딴 뒤 국립암센터, 대형 종합병원 산하 로봇 연구소 등 국내 유수 연구기관에서 근무했습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지난달 A 씨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채널A 취재 결과, A 씨는 지난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중국 국가직 프로젝트 중 하나인 <타이저우시 500인 인재 영입 계획>을 포함해 총 7개 프로젝트에 지원했습니다. 경찰과 검찰이 확보한 자료 중에는 <해외인재, 고급인재, 청년인재 영입계획>, <영재 선봉 계획>, <엘리트 계획> 등의 제목이 붙은 문서도 포함됐습니다.

이 문서들은 중국 정부의 해외 인재 유치 사업으로 알려진 ‘천인계획(千人計劃)’관련 문건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천인계획은 명목상 인재 지원 사업이지만, 국제사회는 중국이 이 사업을 통해 산업스파이를 양산하고 각종 기술을 유출해 간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A 씨는 지원 과정에서 작성한 사업계획서 등에 국내 연구소에서 확보한 설계 도면, 동물실험 영상 등을 첨부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채널A 취재 결과, A 씨의 천인계획 지원 과정에는 현지에서 활동하는 전문 브로커들까지 동원됐습니다. 브로커들은 A 씨와 중국 메신저 앱 '위챗'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합격률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코칭해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특정 내용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로 주고 받은 대화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 씨의 이메일에서는 각서도 발견됐습니다. "계약서 내용을 안 지켰을 시 지원금을 반환한다"는 내용의 서류였는데, 경찰은 A 씨가 중국 천인계획에 합격한 뒤, 지원금을 중국 계좌로 받는 과정에서 작성한 각서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A 씨의 기술 유출 혐의를 포착해 수사하다가 지난 3월 재입국하던 A 씨를 인천공항에서 붙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는 현재 출국 금지 상태입니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은 "로봇 기술 등 국가혁신 기술들은 수출이 엄격한 만큼, 중국은 기술 탈취를 위한 불법 경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인력 유출을 막는 인간 중심의 관리적 보안책도 구상해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습니다.

A 씨로 인해 기술 유출 피해를 입은 연구소 관계자는 "A 씨는 성실한 연구원이었고, 퇴사 후 국내 다른 기업에 근무하면서도 파트 타임으로 과제에 참여했다"며 재직 당시에는 특별히 이상한 점은 포착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고유의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경로가 점점 다양해지고, 방법도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경찰청의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2018년 이후 올해 6월까지 총 78건. 이 가운데 중국이 51건으로 65%를 차지합니다.

우리나라 연구원들이 기밀 자료를 중국에 넘기는 사건(관련 기사: [단독]삼성 LCD ‘국가핵심기술’ 500억에 넘겼다(채널A 7월 27일 보도), [단독]삼성 수석 연구원, 기밀 빼내 中 이직(채널A 7월 27일 보도) 외에 중국 국적 연구원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가 기술을 유출하는 사례도 드러났습니다.

안보 수사를 맡고 있는 경찰도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57개 경찰서에 경제안보 위해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안보수사팀을 설치하고, 산업기술유출신고센터를 통해 범죄 첩보 수집과 피해신고를 상담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기술 유출에 대한 집중수사 체계 구축을 위해 시도경찰청에 설치된 산업기술보호수사팀을 수사대로 격상하는 한편, 시도청 수사관을 2025년까지 현행 106명에서 150명으로 증원할 계획입니다.

산업기술 유출을 대비하기 위한 기업의 보안 능력과 수사력 증가도 중요하지만, 실제 처벌 사례를 통해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도 필요한 시기입니다.

백승연 기자 bsy@ichannela.com
최주현 기자 choigo@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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