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책-여름휴가@추천] ④허블 ‘쿼런틴’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

2023. 7. 2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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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에 들고 가면 지적으로 보일 유명한 책을 출판사별로 선정했다. <편집자주>


[마이데일리 = 이지혜 기자] 뜨거운 여름 열기만큼이나 휴가 기분을 들뜨도록 부스터 해 줄 SF(사이언스 픽션) 도서를 허블에서 5권 골랐다.

◇쿼런틴 | 그렉 이건 지음(김상훈 옮김)

‘SF계의 바이블’로 불리는 책 가운데 하나다. 시작하자마자 지구의 밤하늘에서 별들부터 전부 없애버리고 시작한다. 그 원인을 분석해 보니, 별들이 사라진 게 아니라 거대한 검은 구체 ‘버블’이 태양계 전체를 감싸버렸던 것. 졸지에 우주적 규모의 격리(쿼런틴)를 당하게 된 인류는 대혼란과 공포에 빠진다. 그로 인해 인류는 많은 것을 잃었으나 결국엔 시간은 흘러 어느덧 별이 사라진 밤하늘을 자연스럽게 여기며 살아간다. 그런 인류 중 하나인 사립 탐정 ‘닉’이 한 병원에서 실종된 환자를 찾아달란 의뢰를 받으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환자를 추적해 갈수록 버블의 정체에 가까워지는 닉. 추리극으로 진행되는 SF만큼 여름에 읽기 좋은 것이 없다.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 | 예소연 지음

비극적인 역사와 범죄 현장을 살펴보는 ‘다크투어’ 체험 감각을 선사하는 이 장편 SF는 용병으로 쓰였다가 버려진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들의 귀여운 동행자인 AI(인공지능) 고양이를 포함해서. 이 사막의 자매들은 생존이라는 목적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는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의 전쟁을 치러내는 우리 모습과도 닮았다. 일상의 스트레스나 생존의 위기가 닥치더라도, 결국 우리는 소중한 사람에 대한 사랑과 의심 때문에 가장 큰 고통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러한 공감대를 형성함과 동시에, 소설은 전쟁에 남은 자들의 최후 전쟁으로 이야기를 질주시킨다. 여름의 무더위를 피해서, 전쟁의 잔해가 묻혀 있는 쌀쌀한 사막으로 떠나는 건 어떨까?

◇나인폭스 갬빗 1~3 세트 | 이윤하 지음(조호근 옮김)

〈스타워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같이 매혹적인 우주 대서사시를 다루는 이 장편 3부작 SF는 구미호 설화와 수학을 융합한 독창적인 세계를 다룬다. 소위 레이저빔을 뿅뿅 쏘아대는 우주선이 등장하는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관에 있다. 세상의 물리 법칙이 시간과 관련돼 어떤 달력(역법)을 쓰느냐에 따라 상식을 거스르는 힘을 쓸 수 있다는 것. 물론 그 엄청난 힘은 전쟁에 사용되고, 그리하여 우주선은 단순히 빔만 쏠 수 있는 게 아닌 행성 하나를 가루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그런 스펙터클한 전쟁터에서 구미호다운 인격과 힘을 강제 주입당한 주인공이 위험에 처하는데….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코앞에서 폭죽 발사를 지켜보는 듯한 긴장감과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 김준녕 지음

심사위원들로부터 〈설국열차〉 같다는 평을 받으며 만장일치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한 이 장편 SF는 두 가지 주요한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 각 작품의 시공간은 다르지만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권력을 얻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의 모습을 다룬다는 점에서 마치 쌍둥이처럼 읽힌다. 서로를 죽이고 심지어 먹기까지 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기나긴 생존 투쟁, 권력 이동의 역사를 다루는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면, 이 삶을 함께 치러낸 듯한 쾌감마저 느낀다. 인간 본모습을 투명할 정도로 신랄하게 묘사하는 작품을 읽다 보면 여름의 무더위도 싹 가시리라 확신한다.

◇ 사랑에 빠진 레이철 | 팻 머피 지음(유소영 옮김)

페미니즘 SF 계보의 압도적인 시작을 보여준 이 기념비적인 중단편 SF 소설집은 여성의 불안을 원동력 삼아 불온하고 섬뜩한 상상력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10대 소녀의 뇌를 이식받은 암컷 침팬지의 성과 사랑을 다룬다든지(「사랑에 빠진 레이철」), 채소로 된 아내를 구매해 땅에 심은 후 성적으로 착취하는 폭력적인 농부와 그러한 억압을 딛고 땅 위에 우뚝 선 채소 아내를 다룬다든지(「채소 마누라」) 등 이렇듯 한 줄짜리 줄거리만 봐도 경악스러운 기괴함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괴한 상상력은 ‘여성 해방’의 욕망으로부터 비롯된 것인 만큼 종국적으론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이는 끈적끈적한 여름에 먹일 시원한 한 방이 되어줄 것이다.

[사진 = 각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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