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경험못한 고물가에 …日, 무제한 돈풀기 발뺀다

김규식 특파원(kks1011@mk.co.kr),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3. 7. 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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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제로금리 궤도수정
우에다 총재 취임 3개월만에
긴축 안한다던 입장서 선회
장기물 금리 0.5% 안 넘도록
억누르던 정책 전격 완화키로
"시장 상황따라 1%까지 용인"
日銀 국채매입량 줄어들듯

◆ 日 통화정책 전환 ◆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금융완화에 대해 7개월 만에 다시 '정책 수정' 카드를 꺼내든 것은 금융완화 정책이 과도한 엔저(엔화가치 약세)를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채권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4월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세 번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주재한 끝에 정책을 깜짝 수정했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BOJ는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단기 금리를 -0.1%로 적용하고, 장기 금리의 기준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변동허용폭 ±0.5% 정도)로 유도하는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정책 핵심인 장단금리조작(수익률곡선제어·YCC)을 '유연하게 운용하겠다'는 새 방침을 내놓았다. 장기 금리를 0.5% 수준 이하에서 억제해왔는데, 사실상 시장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인상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BOJ는 기존에 0.5% 정도의 수익률(금리)로 진행되던 10년물 국채 매입(지정가격 오퍼레이션·공개시장조작)에 대해 "1%의 수익률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BOJ가 변동허용폭 상한인 0.5%에 국채를 사들이면 은행·민간 부문에서는 0.5%보다 높은 금리(싼 가격)로 다른 투자자에게 판매할 이점이 없어지기 때문에 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를 지정가격 오퍼레이션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수익률 1%에서 10년물 국채를 매입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시장 장기 금리가 1% 수준까지 상승하는 것은 용인하겠다는 의미라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YCC 수정 결정에 대해 "금융완화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장기 금리가 0.5%를 넘어갈 경우 기동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 금리를 0.5%로 엄격히 제한하면 채권시장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금리 변동폭을 1.0%로 인상한 데 대해 "만약을 위한 상한선"이라고 설명했다. YCC 정책 유연화가 장기 금리를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기본적으로 예스"라고 답했다. 다만 근거 없는 투기적 채권 매도가 확산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속도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닛케이는 BOJ의 정책 수정 배경에 대해 "국채의 대량 구입으로 금리를 억제하는 정책 운용을 유연화해 시장의 왜곡을 완화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대규모 금융완화와 아베노믹스를 지탱해왔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재임하던 작년 12월, BOJ는 장기 금리의 변동허용폭을 0.25%에서 0.5%로 높이며 사실상 금리를 0.25%포인트 높이는 효과를 줬다. 당시 정책 수정의 이유로 지적된 것이 채권시장의 기능 저하, 엔저와 이에 따른 물가 상승 가중 등이었다.

엔저에 따른 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이 계속되면서 우에다 총재가 취임하면 금융완화 정책을 점검하고 수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에 BOJ가 금융완화를 수정한 배경에도 엔저과 물가 상승, 채권시장 악영향 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후 미국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이어온 가운데서도 BOJ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금융완화를 지속했고 이에 따라 미·일 금리 차이 확대 등으로 엔저 현상이 지속돼왔다. 작년 초 달러당 115엔 수준이던 엔화가치는 작년 10월엔 32년 만에 최저치인 151엔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도 달러당 140엔대를 오가며 엔저가 지속됐는데, 정부 내에서도 '달러당 140엔대의 엔저는 지나치다'는 분위기가 있어 왔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엔저가 더해지면서 디플레이션의 대명사로 불렸던 일본에서도 물가 상승률이 높아졌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신선식품 제외·전년 동기 대비)은 작년 1월 0.6%였으나 4월부터 2%대로, 9월에는 3%대로 올라섰다. 특히 올해 1월에는 4.2%로 41년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3%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BOJ는 디플레이션을 탈출하기 위해 임금 인상 등 선순환을 동반한 '안정적인 물가 상승률 2% 달성'을 목표로 잡아왔다.

BOJ는 이날 경제·물가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연 2.5%로 직전 4월 전망(1.8%) 때보다 0.7%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2024년도 예상치는 1.9%로 직전 전망보다 0.1%포인트 내렸으며, 2025년도는 1.6%로 직전과 같았다.

[도쿄 김규식 특파원 /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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