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가늠자' 가전·車 판매 4.7% 늘어 … 설비투자 석달째 증가
◆ 바닥 벗어나는 경기 ◆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주부 정 모씨는 28일 오후 파주에 위치한 롯데 아울렛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평일인데도 지하 주차장이 꽉 들어찰 만큼 고객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울렛 매장은 장마 기간에 쇼핑을 미뤘다가 8월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용품을 구입하러 나온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생산, 투자와 함께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민간 소비가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소비가 극도로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는 있지만 현장에서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특히 온라인 소비가 주도했던 팬데믹 시절에 비해 최근 오프라인 소비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습이 지표상으로 확인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요 25개 유통업체의 올 상반기 매출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증가한 85조4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프라인 매출은 편의점(9.5%), 백화점(2.5%), 기업형 슈퍼마켓(2.2%), 대형마트(1%) 등에서 대부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 동향 조사'에서도 민간 소비는 전달보다 1% 증가하며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1분기만 해도 침체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소비 심리가 서서히 개선되는 모습이 지표로 확인된 셈이다. 특히 친환경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승용차를 비롯한 내구재 소비는 4.7%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인기 차종은 지금 계약해도 차량 인수까지 6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 심리가 빠르게 회복되면 하반기 경기 반등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재고는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국내 경기가 제조업 업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닥을 찍고 올라갈 때가 됐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재고는 전달보다 6.2% 줄면서 1975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통계 집계 대상이 되는 제조업 재고는 반도체, 전자부품, 통신·방송장비, 가죽·신발 등이다. 지난달 재고는 반도체(-12.3%), 전자부품(-28.9%), 석유정제(-18.4%) 부문에서 특히 많이 줄었다.
제조업 재고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재고를 출하로 나눈 값인 재고율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 제조업 재고율은 111.4%로 전달보다 11.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0월(111.2%)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제조업 재고가 감소하는 등 그간의 제조업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며 "반도체가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제조업 통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재고 감소는 주요 반도체 기업이 감산에 들어간 효과가 나타난 결과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재고량이 충분한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 조치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분기부터 감산에 돌입했다.
실제로 반도체 업계에서는 2분기 말을 기점으로 재고 감소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감산 영향으로 D램, 낸드플래시 모두 재고가 지난 5월에 정점을 찍고 빠르게 줄고 있다"며 "PC와 스마트폰 기업들을 중심으로 재고 조정도 상당 수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고객사들이 재고로 쌓아둔 D램과 낸드플래시를 상당 부분 소진했고, 일부는 삼성전자에 구매 주문을 넣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를 추가로 감산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6일 낸드플래시 5~10% 추가 감산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삼성전자까지 생산량 추가 감축을 공식화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을 줄이면 고객·제조사의 재고가 감소해 제품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달 산업 생산은 서비스업과 공공행정 등에서도 증가했다. 설비투자 역시 지난달 0.2%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지난 4월부터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내렸지만,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 오르면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해 1월 99.1에서 4월 98.4까지 내려갔지만 5월에 98.5로 오른 데 이어 지난달에는 98.8까지 상승했다.
다만 외부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상 '청신호'가 완전히 들어왔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정부는 취약 부문에 대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수출·투자·내수 활성화 등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하반기 주요 정책 과제를 속도감 있게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조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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