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규제 10년 … 전통시장 점포도 3만곳 사라졌다

홍성용 기자(hsygd@mk.co.kr),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2023. 7. 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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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규제 현장점검 下 마트 의무휴일제
전통시장 활성화 취지 무색
온라인·식자재마트 풍선효과
24시간 연중무휴 식자재마트
7년 만에 매출 4배 폭풍 성장
이커머스 거래액 갈수록 늘어

◆ 킬러규제 현장점검 ◆

서울 중구 한 식자재 마트가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식자재 마트 주변 150m 거리에 전통시장이 있다. 김호영 기자

전통시장 보호를 이유로 10년 전부터 실시해온 대형마트 의무휴업(유통산업발전법) 규제가 사실상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규제를 활용해 엉뚱한 제3자가 이익을 누리는 동안 전통시장에는 수혜가 돌아가지 않았다.

전통시장이 규제 10년 동안 2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인 데 비해 법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식자재 마트 중에는 1년 만에 매출 100% 성장세를 보이는 곳도 있었다. 지역별로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자 골목상권 전체가 함께 고사하고 있다는 인식이 여러 곳에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 등 광역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주말 휴업 폐지가 전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28일 통계청·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규제가 실시된 2013~2022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온라인의 매출액(온라인은 거래액)을 각각 추적 조사한 결과 2013년 매출 33조9000억원을 달성한 대형마트는 지난해 매출 3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0년 동안 매출액 성장이 1조원을 밑돌며 실제 매출이 거의 늘지 않은 것이다.

이 기간 국내 전통시장은 2013년 1502곳에서 지난해 1300곳까지 200곳 넘게 줄었다. 영업 점포 수도 2013년 21만개에서 2021년에는 18만개까지 쪼그라들었다. 특히 2017년 32만명 수준이던 전통시장 종사자 수는 코로나19를 거치며 29만여 명까지 줄어 5년여 만에 3만명이 감소했다.

특히 전통시장은 올해에만 4조원에 육박하는 온누리상품권 등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입하는 직간접적인 예산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어 사실상 고사 상태에 빠져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류승재 대구상인연합회 사무총장은 "대형마트의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 휴무 때 소비자가 전통시장으로 유입되지 않고 오히려 '장보고식자재마트'나 편의점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지난해 말 대구시에서 대형마트 휴무일을 평일로 바꾼 이후 오히려 전통시장 상황이 더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성윤 대구중서부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대구에서 대형마트가 4개나 문을 닫았다"며 "10년 넘게 대형마트를 규제해 왔는데도 우리에게 돌아온 게 없다"고 토로했다.

규제에 묶여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둘 다 멈칫거리는 사이 반사이익을 누린 곳은 식자재 마트와 이커머스였다. 식자재 마트는 7년 만에 매출 규모만 4배 이상 키운 곳이 나왔고, 이커머스도 38조5000억원(2013년)에 그치던 거래액이 지난해 209조9000억원까지 커지며 5배 넘게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식자재 마트는 전체 면적이 3000㎡를 넘지 않는 공간으로 꾸며 대형마트 기준을 비켜갔다. 2012년 당시 정부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월 2회 의무 휴업하도록 하면서 기준을 '매장 면적 3000㎡ 이상인 곳'으로 잡았다.

식자재 마트는 각종 식재료를 대량으로 소싱해 저렴하게 판매하며 인기를 끌었고 24시간 연중무휴로 골목상권 곳곳에 자리를 틀었다.

대구·경북 지역에 거점을 둔 장보고식자재마트는 2021년 3976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4438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도 40억원에서 46억원으로 15%가량 상승했다. 장보고식자재마트는 코로나19로 대면 쇼핑이 침체되자 자체 온라인몰인 '장보자닷컴'까지 운영하며 파이를 키웠다.

이 밖에 세계로마트는 2012년 매출이 525억원 수준이었지만, 2018년에는 1000억원을 넘어섰다. 우리마트도 2012년 매출이 223억원이었는데, 7년 만인 2019년 1000억원을 만들어내며 매출 규모를 4배 이상으로 키웠다.

한편 월 2회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따라 대형마트에 입점한 자영업자는 역차별 대상이 되고 있다. 대형마트에 위치한 안경점, 미용실 등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테넌트(임대매장)는 통상 10~30개로 주말 매출이 평일 매출보다 2배가량 높다.

최근 재단장을 마치고 문을 연 이마트 일산 킨텍스점(더 타운몰 킨텍스점)에는 임대매장 98곳이 들어섰는데, 리뉴얼 이전 대비 4배까지 늘어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가 의무휴업으로 한 달에 주말 이틀을 쉬는 것은 평일 기준으로 4일간 쉬는 것과 같은 매출 타격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최근 대구시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이 본격 실시되면 마트의 매출은 1.5~1.7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대구 지역 대표 대형마트 A사는 평일 기준 매출이 3억원 수준인데, 주말에는 일평균 7억원의 매출을 낸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의 '상생협력을 통한 중소유통 활성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수요일로 의무휴업일을 바꾸는 것만으로 주변 점포 매출이 11%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홍성용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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