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0년 묵은 '동일인 지정'… 기업성장 막는 갈라파고스 규제
공정위, 총수기부받은 공익재단
계열사 편입문제 제도개선 착수
◆ 킬러규제 현장점검 ◆
A그룹 총수인 B회장은 장학재단 10여 곳에 매년 수억~수십억 원을 기부하고 있다. 그러다가 B회장의 기부금액이 개별 재단 출연재산의 30%를 초과하자 이들 장학재단은 기업집단에 계열사로 편입할 대상이 됐다. 재단들은 해명 자료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해 가까스로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제외된 이후에도 사후 점검으로 매년 동일한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고 있다. 이에 부담을 느낀 B회장은 재단 기부를 잠정 중단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동일인(총수) 단독 또는 동일인 관련자를 합해 총출연금액의 30% 이상을 내고 최다 출연자가 되면 비영리법인이나 단체를 기업집단에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기업 규제 현실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비영리법인 운영과 관련해 제도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기업 총수의 공익재단 기부가 일정 수준을 넘겨 최다 출연자가 되면 재단이 기업집단에 자동으로 편입되는 문제가 있다는 재계 의견을 반영한 후속 조치다.
28일 공정위는 현행 비영리법인 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비영리법인 운영 현황 실태조사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동일인 판단 요건인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의 총출연금액 기준에 초점을 맞췄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출연금 종류, 이사회 구성, 운영 방식 등 비영리법인의 일반 현황을 파악하고, 총출연금액 범위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등 대기업집단 소속 비영리법인 실태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현행 총출연금액 기준을 재검토하고, 다양한 대안을 분석해 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다만 제도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공익법인 규제를 회피할 가능성도 함께 점검한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동일인 지정제도 개선과제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1986년 기업집단 규제와 함께 도입된 동일인 지정제도는 단지 기업 규모를 이유로 제재하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로, 40년 가까이 묵은 규제 틀을 고수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상속 등에 따른 오너 지분율 희석, 가족 관념 변화, 친족관계와 무관한 지배구조 등장 등으로 동일인의 지배력에 대한 의미가 크게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자산 일정 규모 이상 기업집단에 각종 규제를 적용하는데, 기업집단 범위를 판단하는 준거점이 동일인이다. 동일인은 대기업집단 총수를 지정하는 제도다. 재계에서는 동일인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을 제기했고, 공정위는 관련 지침 제정안을 마련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행정예고했다. 지침안은 동일인 판단기준과 동일인 확인 절차 등을 담고 있으나, 재계는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또 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펀드 조성 시 외부자금 비율을 최대 40%로 제한하고 있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승환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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