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개발 '챗베이커' 자율주행 기술 한 단계 더 진화···'SW중심차 전환' 빨라진다

강도림 기자 2023. 7. 2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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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AI전쟁 참전
가짜정보 사실로 믿는 '환각' 적어
챗베이커 써 본 직원들 호평 일색
현대차 포티투닷 인수후 1.5조 투자
차량용 SW 전진기지로 적극 육성
LG·네이버·카카오 등 LLM 구축
국내 넘어 글로벌 기업과 AI 경쟁
[서울경제]

포티투닷이 초거대 인공지능(AI) 언어모델과 이에 기반한 생성형 AI 챗봇을 개발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소프트웨어중심차(SDV) 전환 계획’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SK와 LG가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 중인 상황에서 재계 2위의 현대차그룹이 참전하면서 AI를 통한 산업·서비스 혁신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생성형 AI 기술력이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업체 간 기술 개발 경쟁과 함께 합종연횡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8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포티투닷이 자체 개발한 LLM의 성능은 국내외 빅테크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체 개발한 LLM에 기반해 만든 AI 챗봇 ‘챗베이커(ChatBaker)’를 사용해본 포티투닷 직원들 사이에서 성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보다 더 정확하고 최신 정보까지 업데이트된 답변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개발 과정에서 파인튜닝(미세 조정) 단계를 계속 거쳐 잘못된 정보를 사실처럼 제공하는 환각(할루시네이션)이 훨씬 적다는 자체 평가도 있었다. 특히 외부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각종 보안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자체 AI 기술을 기반으로 챗봇을 제작해 안전성도 높였다.

통상 AI 언어모델의 성능은 파라미터(매개변수)로 성능을 가늠하는데 포티투닷이 개발한 LLM의 매개변수는 국내외 기업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챗GPT 기반 언어모델 ‘GPT-3.5’의 파라미터는 1750억 개이고 ‘GPT-4’의 경우는 공개되지 않았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와 LG ‘엑사원’의 매개변수는 각각 2040억 개와 3000억 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포티투닷의 챗베이커는 음성인식 기술을 접목시켜 2025년께 현대차에 실리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현대차가 2025년까지 SDV 체계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포티투닷은 생성형 AI를 비롯한 AI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 플랫폼을 개발해 SDV와 접목할 계획이다.

포티투닷의 자율주행차량이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운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포티투닷

포티투닷은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와 이를 기반으로 한 AI 챗봇을 차량에 탑재하기 전에 일반인과 SW 개발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를 놓고 내부 논의 중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검색·메신저·쇼핑 등 다양한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카카오와는 사업 성격이 다른 만큼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포티투닷의 AI 기술과 서비스 모델 등이 외부로 공개되지 않더라도 앞으로 자체 LLM에 기반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도 관심이다. AI 기술이 차량 내부가 아닌 외부 상황에도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다.

포티투닷이 이처럼 이른 시일 내에 자체 초거대 AI를 구축하고 생성형 AI 챗봇까지 개발할 수 있던 것은 현대차그룹의 전폭적 지원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 포티투닷을 인수한 후 지금까지 총 1조 5057억 원을 투자하며 차량용 SW 개발의 전진 기지로 삼고 있다. 또 인수 후 모빌리티 서비스를 총괄하던 TaaS본부와 AI 기술 전담 조직 에어스(AIRS)컴퍼니의 일부 기능을 포티투닷으로 통합시켜 인재들을 한데 모았다. 포티투닷은 연내 정보기술(IT)·모빌리티 기업이 밀집한 판교로 이전할 계획이어서 우수 SW 인재 확보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기술 개발에 뛰어들면서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LG는 이달 기업간거래(B2B)에 강점을 지닌 ‘엑사원 2.0’을 공개했고 네이버는 다음 달 기존 초거대 AI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하이퍼클로바X’를 내놓는다. 카카오와 KT도 연내 ‘코GPT 2.0’과 ‘믿음’을 선보일 예정이다. 자체 LLM을 고도화하며 대화형 AI ‘에이닷’ 기능을 높이고 있는 SK텔레콤은 이달 27일 도이체텔레콤 등 글로벌 통신사들과 ‘텔코AI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켜 LLM 공동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하는 등 합종연횡에 나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보안 등의 문제로 인해 초거대 AI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뒤 자사 제품·서비스에 접목하거나 상용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가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업하는 것처럼 국내 기업들도 국내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산업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도림 기자 dor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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