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논란·의혹에도 이동관 강행…尹 정부식 ‘언론 정상화’ 시동 신호
윤석열 대통령의 2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은 향후 미디어 정책에서 강경 드라이브를 선언한 상징적 장면으로 풀이된다. 야당과 반대 여론에도 중립·관리형 인사 대신 언론장악 의혹을 받는 논란의 인물을 밀고 나가면서 윤석열 정부식 ‘언론 개편’의 본격 착수를 알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 압박성 정책과 ‘언론 장악’ 비판 충돌로 언론의 역할과 의미가 진영간 전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동관 체제’의 방통위 출범은 예견된 수순으로 여겨진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변경 의혹으로 기소돼 지난 5월 면직 처분되자 이 내정자가 차기 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인사 검증은 단수 후보로 이뤄졌다. 유력설이 돈 즉시 자녀의 학교폭력 무마 의혹, 이명박 정부 당시 언론장악 행태 주도 논란 등이 불거지고 철회 요구가 거세게 일었지만 이 내정자를 낙점한 윤 대통령의 뜻은 확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정상화’하는 과정에 이 내정자가 최고의 적임자라는 판단이 깔렸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영방송이 특정 정파의 플레이어(선수)가 되는 것을 국민들은 원치 않는다. 정상화시키는 게 맞다”면서 “그러려면 (이 내정자 같이) 방송을 잘 아는 분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 내정자의 MB정부 시절 언론장악, 방송개입 의혹이 현 정부에는 부적격 사유가 아닌 ‘실행력’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판단에는 현재의 언론 지형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바라보는 윤 대통령과 여권의 시각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친여 매체를 동원한 반복적인 세뇌에 더 이상 속으시면 안 된다”(지난해 2월19일)며 언론 지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취임사에서는 ‘반지성주의’를, 그 이후에는 각종 연설에서 지속적으로 ‘가짜뉴스’를 민주주의의 적으로 언급해왔다. 허위 선동과 조작, 가짜뉴스와 괴담이 자유민주주의를 흔드는데, 기울어진 언론 지형이 이를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지난해 9월 ‘바이든-날리면’ 논란 당시에도 대통령실은 MBC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며 강경대응한 바 있다.
향후 이 내정자 체제에서 방통위는 공영방송 ‘개혁’을 비롯해 대대적인 언론 정책 드라이브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제도 손질이 가시화했고, 윤 대통령의 언론관을 실행에 옮길 책임자를 이날 발표하며 추진 동력을 더했다. 이 내정자는 지명 일성부터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언급하고 “대한민국도 국제적으로 신뢰받고 인정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은 방향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정부 사활이 걸린 총선을 앞두고 언론 지형에 대한 인위적 손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제 방통위원장은 방송장악위원장, 방송탄압위원장으로 불리게 될 것”이라며 “만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방송을 장악해 총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시도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진영간 대치는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은 이 내정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강경 반대 움직임에 들어갔다. 다만 국회에서 여야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여 ‘이동관 방통위 체제’는 시간 문제로 여겨진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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