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731부대와 메이와쿠(민폐), 오염수

박석원 2023. 7. 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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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일본군 731부대의 조직 구성이 적힌 극비문서가 지난주 발견됐다.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메이지가쿠인대학 국제평화연구소 연구원이 발견한 것이다.

일례로 일본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태도를 보면 '강제연행을 직접 기술한 공문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말장난'으로 공식입장을 내놓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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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중국 지린성 기록보관소가 일본 관동군이 땅속에 묻고 간 731부대 관련 문서 속에서 발견했다며 2014년 공개한 사진 중 하나. 일본의 만주국 민생부 보건국 직원들이 1940년 11월 지린성 눙안현에서 어린이들에게 페스트 방역 활동을 하는 모습. 사진 신화망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일본군 731부대의 조직 구성이 적힌 극비문서가 지난주 발견됐다. 1940년 관동군이 작성한 이 문서에는 부대장 등 97명의 이름·계급이 담겼으며, 의학자들은 ‘기사’라는 직함으로 기록돼 있다.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메이지가쿠인대학 국제평화연구소 연구원이 발견한 것이다. 누가 어떤 식으로 부대에 관여했고, 전쟁 후 어떻게 살았는지 밝혀낼 ‘공문서’가 나타난 것이다.

□ 일본에서 공문서의 의미는 좀 특이하다. 일례로 일본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태도를 보면 ‘강제연행을 직접 기술한 공문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말장난’으로 공식입장을 내놓기 때문이다. 자료와 증언으로 드러난 731부대의 만행은 끔찍하다. 유리방에 사람을 넣고 탄저균을 뿌려 죽을 때까지 관찰하는 실험, 야외 기둥에 묶어놓고 세균폭탄 터뜨리기, 혹독한 겨울에 발가벗겨진 채 실외 방치되는 동상실험 등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 대상은 중국인, 러시아인, 만주에서 항일투쟁 중 포로가 된 조선인 등 약 3,000명으로 알려졌다. 이를 세상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작가 모리무라 세이이치가 24일 별세했다. 그는 731부대 출신 60여 명을 취재해 1982년 ‘악마의 포식’이란 논픽션소설을 출간했다. 이 작품 이후 주목도가 커지면서 731부대 책임자 상당수가 제약업계에 진출해 크게 성공한 현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생체실험 데이터가 일본인 건강에 기여한 참담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인권유린과 테러지원 등 국제규범을 따르지 않는 나라를 ‘불량국가’(rogue state)라고 부른다. 미국 빌 클린턴 정부 때 앤서니 레이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처음 쓴 말이다. 일본말 ‘메이와쿠(민폐)’도 비슷한 뜻이다. 남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지독하리만큼 삼가는 성숙한 공중도덕을 말하지만 일본역사에 비추면 많은 모순이 따른다. 일본은 1930~40년대 원조 불량국가였다. 그런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을 보면, 침략전쟁으로 주변국에 피해를 준 일본이 다시 민폐국가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씁쓸하다. 오염수 방류는 달리는 차에서 창문을 내려 쓰레기를 던지는 짓이나 다름없다.

박석원 논설위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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