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의인 유병조씨 "사고뒤 불면증…누구라도 했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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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있던 버스가 물에 빨려 들어가던 장면과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 3명을 구한 화물차 운전기사 유병조(44)씨는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항상 머릿속에 그 생각이 떠오르니 약을 처방받기 전까지는 잠을 자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유씨는 지하차도를 나가는 오르막길에서 출구를 약 10m 남기고 747번 버스를 화물차로 뒤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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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정은 기자 = "앞에 있던 버스가 물에 빨려 들어가던 장면과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 3명을 구한 화물차 운전기사 유병조(44)씨는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항상 머릿속에 그 생각이 떠오르니 약을 처방받기 전까지는 잠을 자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유씨는 그날 이후 트라우마로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전에는 없던 다리 경련을 때때로 겪기도 한다.
참사 당시 유씨는 지하차도를 나가는 오르막길에서 출구를 약 10m 남기고 747번 버스를 화물차로 뒤따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버스가 멈췄고, 유씨는 자신의 14t 화물차로 버스 뒤를 여러 차례 들이받아 얼마 남지 않은 지하차도에서 함께 벗어나려 했다.
버스는 쉽사리 밀리지 않았다. 들이닥친 물에 버스는 순식간에 '붕'하고 떠 휩쓸려 갔다고 한다.
유씨는 화물차 창문을 깨고 가까스로 탈출해 차 지붕으로 올라갔다. 그러고선 자신의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에서 여성 1명과 남성 2명을 구했다.
"하루에도 몇번씩 다니는 도로라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참사가 난 15일 아침 유씨는 청주시 집에서 세종시 물류창고로 향하던 길이었다.
사고 발생 40분 전인 오전 8시께 같은 지하차도를 지난 동료 화물차 기사는 유씨에게 "강물이 곧 둑을 넘을 것 같다"고 전화로 알렸다.
유씨는 "그 말을 듣고 '위험하면 통제하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하차도 근처에는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없어 지하차도가 침수됐다면 최소 2∼3㎞ 전에서 도로 통제를 안내할 것으로 짐작했다고 한다.
그는 "약 3주 전 해당 지하차도에서 불이 났을 때도 2㎞ 전부터 통제한 기억이 있었다"고 했다.
유씨는 사전 주민 신고에도 대비가 미흡했던 점을 꼬집으며 "재발 방지 대책과 책임자들의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과 같은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고가 들어오면 미리 확인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씨가 생명을 구한 여성의 부친은 최근 부산에서 청주까지 찾아와 유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유씨는 "서로 멀리서 얼굴만 봤는데도 눈물이 났다"고 했다.
유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누구나 나처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를 볼 때마다 '나라면 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졌습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이날 카카오임팩트재단·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 유씨를 '도로 위 히어로즈'로 선정하고 시상금과 상패를 전달했다.
'도로 위 히어로즈'는 택시·버스·대리·배달·화물차·퀵서비스 등 모빌리티 서비스 종사자 중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의인을 시상하는 사회공헌활동이다.
유씨는 수재민을 위해 써달라며 상금에 사비를 더해 수해 의연금으로 기부했다. 희망브리지 김정희 사무총장은 "유병조 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3명의 생명을 구한 이 시대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s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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