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큰절은 가장 숭고한 행위다

2023. 7. 2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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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스님 잠실 불광사 주지
'당신의 가장 낮은 곳'에
'나의 가장 높은 곳'을
가져가는 그 고귀한 몸짓을
매일 108번씩 하는 기쁨

인간의 여러 행위 중에서 큰절만큼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절에서 하는 큰절은 양 무릎을 꿇고 두 팔꿈치를 바닥에 댄 후에 손을 받들어 올리면서 머리를 바닥에 대는 것이다. 머리를 바닥에 대는 것은 존경하는 상대방의 발에 이마를 대는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당신의 가장 낮은 곳'에 '나의 가장 높은 곳'을 접촉하는 행위는 당신의 가장 낮은 곳보다 나의 가장 높은 곳이 더 낮다는 극진한 겸손의 표현이다.

그렇게 고귀한 행위를 신도들이 나에게 하려 하면 나는 기겁을 하며 말리곤 한다. 한없이 부족한 내가 어찌 그토록 숭고한 공경 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겠는가. 그래도 굳이 고집하는 분에게는 맞절이라도 하면서 송구함을 달래지만, 그럴 때마다 출가자로서 부끄러워지면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곤 한다.

큰절은 이마와 두 팔꿈치와 무릎을 바닥에 댄다는 의미에서 오체투지(五體投地)라고도 한다. 티베트의 불자들은 오체투지를 더 발전시켜서 온몸을 바닥에 대는 방법으로 절을 한다. 그들은 일생에 한번 고향에서 달라이 라마의 포탈라궁이 있는 라싸까지 몇백, 몇천 ㎞를 세 걸음에 한 번 절하는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하면서, 그중 일배는 오체투지로 가는 것을 평생의 목표로 삼는다.

지극히 숭고한 행위이기 때문에 오체투지는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지난 6월 14일 오후 2시 30분,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용산역부터 대통령실 청사 인근 삼각지역까지 삼보일배, 오체투지로 자신들의 간절한 마음을 표현했다. 올해 들어 발달장애아가 홀로 있다가 죽거나 부모가 자녀와 함께 자살하는 사건이 네 건이나 발생했는데, 발달장애아 가족을 위한 복지정책을 강화해달라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절은 처벌 방법이기도 하고 참회의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 종단에서 사미계를 받을 때는 2주간 수계산림을 하고, 구족계를 받을 때는 10일간 수계산림을 하는데, 그 기간에 잘못된 행동을 하면 벌점을 받고, 그 벌점에 따라 취침시간에 절을 해야 한다. 중앙승가대 시절에는 도반 중 한 명이 잘못하여 반 전체가 한 시간 동안 절을 하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절하면서 참회하라는 뜻인데, 이런 경우에 절은 처벌의 의미가 강해진다.

나는 지난 22일부터 천팔십일 참회기도를 시작하면서 매일 새벽기도 후 죽비를 치면서 백팔배를 하고 있다. 나의 백팔배는 전적으로 참회의 의미를 담았다. 우리 불광문도회가 부처님께서 모범을 보이셨고 광덕큰스님께서 만드신 화합승가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를 가슴 깊이 참회하고 화합의 길을 열어나가겠다고, 경책의 의미를 담은 죽비 소리에 맞추어 다짐하는 것이다.

나는 출가하면서 '절하는 기계'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절을 수행으로 삼고, 늘 절을 하면서 살아가겠다는 결심이었다. 출가 전에도 기도의 방편으로 절을 하거나 운동 삼아서도 했는데, 특히 허리 디스크에 걸린 후에는 절을 하면 허리가 한결 부드러워져서 절을 치료 방법으로도 삼았다. 그런 의미에서 1080일 동안 계속할 백팔배 참회기도가 내게는 반갑기까지 하다. 참회의 의미를 무겁게 짊어진 마당에 백팔배를 즐겁게 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행위를 날마다 실천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가져도 좋으리라.

예전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이웃의 어른에게, 또는 군대를 가거나 먼 길을 떠날 때 부모님께 큰절을 올렸는데, 오늘날에는 큰절을 올리는 것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그나마 절에서만 큰절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의 흐름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다만 큰절이 인간의 행위 중에서 가장 숭고한 것이라는 점은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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