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도 타고나는 것···배신당하지 않으려면[책과 책 사이]
“공부를 잘하는 것은 노력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놀랍게도 결과는 4퍼센트다. 공부를 잘하는 것과 노력은 거의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최선의 노력으로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착각이다. 그냥 우리의 믿음일 뿐이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으며 오늘도 잠을 줄여 공부하고 자기 계발할 것을 요구받는 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 직장인들 모두를 허탈하게 만드는 문장이다.
김영훈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노력의 배신>(21세기북스)에서 노력 또한 타고나는 자기조절 능력의 일종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노력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1만시간의 법칙’이 강조한 것은 오히려 환경과 기회였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1만시간이라는 것은 엄청난 시간”이라며 “스스로의 힘만으로 그 정도의 연습을 해낼 수는 없다. 격려해주고 지원해주는 부모가 필요하다. 경제적으로 곤궁해 아르바이트하느라 충분한 연습 시간을 낼 수 없으면 안 되므로 가난해서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사회학자 이주희의 <차별하는 구조 차별받는 감정>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고소득을 올리거나 부를 축적할 능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부모, 재능과 관련된 유전자, 환경이다. 끊임없이 재능을 갈고닦는 ‘노력’이야말로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적절한 관심과 도움을 얻을 때 가능한 ‘재능’이다.”
그렇다면 노력을 하지 말아야 할까? 성공과 실패는 주어진 환경과 기회에 따른 것이라고 체념해야 할까? 그렇다면 너무 암울하다. 김영훈은 ‘노력 신봉주의’가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기 때문에 지배층에게 편리한 이데올로기라며 사회적 책임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이주희 역시 능력주의를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꼭 보상의 격차를 의미해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각개전투에 골몰하는 개인들의 노력 방향을 돌려야 할 것이다. 재능과 환경, 기회에 따른 불평등을 사회가 보정해줄 수 있는 쪽으로 정치를 바꾸는 데 말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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