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류승완 감독 “‘영웅본색’과 같은 구도, 예측불허 인생에 끌린다”[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밀수’를 여성 중심의 서사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촬영 중에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의 역할이 바뀌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어요. 여배우들의 성적인 어필에는 전혀 관심 없었습니다. ‘밀수’는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니까요.”
류승완 감독이 ‘밀수’로 돌아왔다. 2000년 전설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후 그는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군함도’에 이어 지난해 ‘모가디슈’까지 꾸준히 흥행작을 만들었다. 한때 ‘충무로 액션키드’로 불렸지만, 지금은 지천명의 나이에 접어든 중견 흥행감독이다. 그의 영화엔 저마다의 굴곡진 인생이 녹아있다.
인물들의 역전된 관계에 관심 많아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고향의 소도시 군천을 떠나 서울서 밀수에 재미를 붙인 춘자는 전국구 밀수꾼 권 상사(조인성)에게 덜미를 잡힌다. 춘자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천의 새로운 밀수왕으로 떠오른 장도리(박정민)에게 권 상사를 소개시켜주며 둘의 동업에 중재자로 나선다. 이 과정에서 한때 절친이었다가 멀어진 진숙, 다방 주인 고옥분(고민시), 세관의 실무 책임자인 계장 이장춘(김종수)이 얽혀드는 긴박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류승완 감독 영화에서 인물들의 관계는 때때로 역전된다. 해녀들의 막내였던 장도리가 밀수 우두머리로 변해 해녀들에게 일을 시키는게 한가지 예다.
“‘영웅본색’(주윤발과 이자웅의 처지가 뒤바뀐다)과 같은 구도죠. 언제나 그런 것들이 드라마틱해요. 학창시절에 쩌리였던 친구가 어느날 성공해 나타나곤 하잖아요. 그렇게 전혀 예측불허의 인생에 끌려요.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고 힘든거죠.”
김혜수·염정아의 오랜 팬, 박정민·고민시는 스폰지같은 배우
그는 연출부 막내 시절 김혜수와 함께 영화를 찍었다. 밤에 클로즈업을 잡는데, 갑자기 모니터가 밝아졌다. 동료들과 함께 ‘어떻게 이럴수 있나’하고 감탄했다. 염정아 배우는 ‘우리들의 천국’ 때부터 좋아했다. ‘장화, 홍련’의 표독스러운 계모, ‘범죄의 재구성’의 구로동 샤론스톤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힘을 안 쓰면서도 놀라운 연기를 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박정민, 고민시는 호기심이 많고 스폰지 같아요. 쫙쫙 빨아들여요. 허세가 없다는 점도 비슷해요.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데, 먼저 박정민은 평소에 내성적인데 연기할 땐 폭발해요. 고민시는 약간 염정아 같은 면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두 배우 모두 인격적으로 훌륭한 점이 마음에 들어요.”
조인성 가장 멋있게 찍어, 영화적 쾌감 주고 싶었다
‘밀수’에는 조인성의 가장 멋있는 액션과 미소가 담겨있다. 그가 좁은 호텔방에서 장도리 일당과 액션을 펼치는 대목은 “과연 류승완이구나”라는 찬사가 절로 나온다.
“공간 선택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죠. 호텔 액션은 조인성 매력의 극대치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익스트림한 수위까지 올라가요. 해녀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장르적 쾌감이 확 느껴지도록 연출했어요.”
그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수중 액션신에 도전했다. 류 감독은 호텔 액션과 다르게 우아하면서도 여성적인 액션을 수준급으로 담아냈다.
“지상에서 남성과 여성이 붙으면 싸움이 안되겠지만 물속이라면 설득력이 있겠다 싶었어요. 물 속이라면 흥미로울 것 같았죠. 수중발레팀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액션을 담아낼 수 있었어요.”
장기하 음악감독과 또 일하고 싶어
‘밀수’는 70년대가 배경이다. 당시 유행했던 음악이 경쾌한 리듬감을 살린다. 류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노래 제목을 정해놓았다. 그는 자신의 귀가 보수적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좋아했던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김혜수는 “감독님은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것 같아”라고 농담을 던졌다.
“예전부터 장기하 음악을 좋아했어요. 혹시나 해서 연락했더니 흔쾌히 수락하더군요. 그 당시 밴드음악 감성을 살리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장기하 음악감독은 두 번 다시 영화음악 안하겠다고 하던데, 저는 또 하고 싶더라고요(웃음).”
내년 겨울 ‘베테랑2’로 돌아온다
그의 다음 작품은 ‘베테랑2’다. 1편의 흥행을 이끌었던 배우 황정민과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까지 오리지널 베테랑 형사팀이 다시 한번 뭉쳐 끈끈한 의리와 단단한 호흡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강력범죄수사대 막내 형사로 배우 정해인이 새롭게 합류했다.
“촬영은 다 끝났고, 이제 후반 작업 들어가요. ‘밀수’가 여름영화라면, ‘베테랑2’는 겨울영화입니다. 내년 겨울에 다시 돌아올게요.”
[사진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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