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복지부동이 빚어낸 오송 참사, 공직기강 바로 세우는 계기 돼야

연합뉴스 2023. 7. 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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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침수된 지하차도에 갇혀 14명이 사망한 충북 청주시 오송 참사는 우리 사회의 고질인 안전불감증과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주의가 빚어낸 후진국형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28일 공개된 국무조정실의 감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사 전날부터 지하차도 인근 제방 붕괴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신고가 잇따랐지만, 충북도부터 경찰과 소방의 신고센터까지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지킨 기관이 한 군데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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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규 국무조정실장, 궁평2지하차도 감찰 조사결과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감찰 조사결과 브리핑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2023.7.28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지난 15일 침수된 지하차도에 갇혀 14명이 사망한 충북 청주시 오송 참사는 우리 사회의 고질인 안전불감증과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주의가 빚어낸 후진국형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28일 공개된 국무조정실의 감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사 전날부터 지하차도 인근 제방 붕괴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신고가 잇따랐지만, 충북도부터 경찰과 소방의 신고센터까지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지킨 기관이 한 군데도 없었다. 신고자에게 "다른 기관에 전화해보라"고 응대한 공무원이 있었는가 하면 참사가 터지자 선제 대응에 나섰던 것처럼 보고체계를 조작한 기관도 적발됐다. 공직자들의 직무태만과 책임회피가 참사의 원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공직기강 확립의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감찰 결과를 보면 충북경찰청과 충북소방본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들이 시민들의 계속된 경고를 무시하고 만사 복지부동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참사 발생 직전까지 경찰과 소방에 총 3번의 신고가 접수됐으나 신속 대응은커녕 상황 전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충북경찰청은 미호천교 범람 및 궁평2지하차도 통제 관련 112 신고를 접수한 뒤 현장에 나가지 않고 출동한 것으로 신고 시스템에 입력해 사안을 종결했다. 충북도는 사고 당일 홍수경보가 발령되고 미호천교 수위가 급격히 높아졌는데도 필요한 지하차도 교통 통제를 하지 않았고, 청주시는 유관기관으로부터 범람 위기 통보를 받고도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미호강 임시 제방을 기준보다 낮게 축조하거나 부실하게 쌓아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공직자들의 복지부동과 책임 떠넘기기 행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충북소방본부의 대응에서 잘 알 수 있다. 사고 전날 오후 5시21분 당시 119 종합상황실 신고접수 녹취록에 따르면 미호강 임시 제방을 지나던 한 남성이 "거기(임시제방)가 허물어지면 오송 일대가 물난리가 날 것 같다"며 출동을 요청하자 119 측은 "인력이 없다"며 거절하면서 "구청이나 이런 데 전화해보라" 하고 끊었다. 정말로 인력이 없다면 유관기관에 협조를 구하든 최소한 전파라도 하는 게 상식 아닌가. 국조실 관계자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살린 기관이 없었고, 결국 비극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했다. 시민들의 사전 경고 무시와 관계기관의 사후 대응 부실이 참사 원인으로 동시에 작용했다는 점에서 오송 참사는 지난해 10·29 이태원 압사 사고의 판박이라고 할 수 있다. 당국은 이태원 참사의 교훈을 어느새 잊은 것이 아닌지 자신들을 되돌아봐야 한다.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오송 참사로 수사 의뢰된 인원은 기존 18명에서 36명으로 늘었다. 국조실은 이와 별도로 직접적 지휘, 감독 책임이 있는 관리자는 직위해제 등의 인사조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직기강 차원에서 철저하게 책임소재를 가려 잘못이 있는 공직자에겐 상응한 조처를 내려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인재에 가족과 이웃을 잃은 이들이 슬픔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피해 보상과 복구 지원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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