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경제산책] 한국 사람들은 위험을 좋아한다고?
우리는 대부분 위험을 싫어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수밖에 없다. 가끔 위험을 좋아하는 사람을 보기는 하는데 하루 종일 도박을 하거나 바이킹을 계속 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도 인생 전체에서 본다면 도박과 바이킹을 계속하지는 않으므로 위험을 좋아한다고 볼 수는 없겠다. 다양한 투자에서 위험한 것은 단연 주식투자이다. 하루에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주식 가격을 보고 있으면 정말 위험한 투자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난 세월 위험한 주식과 안전한 채권의 수익률을 비교하면 놀랍게도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위험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 선호 현상은 다른 선진국 투자자들에게는 없고 거의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희한한 현상이다.
평범한 투자자 영희는 부자가 되기 위하여 위험한 주식과 안전한 채권 사이에 선택을 하려고 한다. '두 자산의 수익률이 같다'면 영희는 당연히 채권을 사게 된다. 영희는 위험을 싫어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밤에 잠을 설치게 하는 주식을 살 이유가 없다. 반면에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확정된 이자와 원금을 돌려준다. 물론 정부가 파산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하지만 채권에 비하여 '주식의 수익률이 높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위험을 싫어하는 영희도 위험을 무릅쓰고 주식을 사게 되는 것이다. 영희는 위험을 받아들이고 그 대가로 높은 수익률로 보상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렇게 안전한 채권 수익률에 더하여 덤으로 얹어주는 주식 수익률을 주식 프리미엄(equity premium)이라고 한다. 금융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따라서 평균적으로 주식 프리미엄은 양(+)의 값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위험한 주식을 살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데이터가 허용하는 1995년에서 2022년까지 28년 기간 동안 주식 프리미엄은 -2.1%/연이다. 여기서 2.1% 앞에 '-' 부호가 있는 것은 타자를 잘못 친 것이 아니라 정말 마이너스이다. 위의 기간 동안 코스피 평균 수익률은 2.9%/연이고 3년 만기 국채 이자율은 5.0%/연이다. 3년 만기 국채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대표하는 안전자산이다. 때로는 은행이 발행하는 CD를 대표 안전자산으로 삼기도 하는데 CD금리를 사용하더라도 주식 프리미엄값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1997년의 IMF 위기 이전에는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성숙하지 못하여 주식 프리미엄에 의미가 없을 수 있으므로 기간을 2000년에서 2022년의 23년으로 다시 조정해보더라도 주식 프리미엄은 -0.2%/연 수준이어서 마이너스값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도 이러한 마이너스 주식 프리미엄이 있지 않을까? 열심히 찾아보면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아는 주요 선진국에는 있지 않은 현상이다. 위의 그래프에서 같은 기간 주식 프리미엄은 미국의 6.5%/연, 영국의 5.0%/연, 일본의 3.1%/연, 독일의 4.9%/연, 그리고 중국의 8.1%/연 정도이다. 주식시장이 어느 정도 발달한 주요 국가들과 비교한다면 우리나라의 마이너스 주식 프리미엄은 전 세계적으로 드문 현상인 것이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 주식투자자들은 왜 주식투자를 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경제학적인 해석은 우리나라 주식투자자가 위험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주식 프리미엄이 100년 동안 6%가 넘는 미국에서 기원한 모든 금융경제학 교과서는 영희와 같은 위험 회피자(risk averser)를 가정하고 쓰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위험 선호자(risk lover)로 바꾸어야 할까?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항상 도박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바이킹을 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해석이다.
주식투자를 하시는 80세가 넘으신 어머니에게 음(-)의 주식 프리미엄에도 왜 주식투자를 하시는지 여쭈어보았다. 이렇게 답하신다. '네가 말하는 것은 여러 해의 평균이어서 말이 안된다. 주식 수익률이 낮은 해에는 쉬고 높은 해에만 투자하면 된다….' 우리나라 모든 주식투자자가 어머니와 같은 생각인 것일까?
[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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