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라이어니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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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배고픔, 성폭력과 같은 전쟁의 추하고 냉혹한 맨얼굴을 고발하는 덕이다.
지난 23일 티빙으로 첫선을 보인 파라마운트+ 오리지널 시리즈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을 접한 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떠오른 까닭은 뭘까.
전형적인 할리우드 전쟁 영화 문법 안에 주체성을 찾아가는 여성들 여정을 녹여낸 선택만으로도 남다른 맛과 멋을 지니게 된 드라마 '라이어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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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전쟁영웅담에 여성 서사 이식
특수작전 박진감·주체성 탐구 여정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키려는 선언처럼 들리는 이 문장은 지난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라루스 출신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데뷔작 제목이기도 하다.
언론인으로는 처음으로, 여성으로는 14번째로 노벨문학상을 탄 알렉시예비치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여성 2백여명을 인터뷰한 방대한 기록을 엮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문학동네)를 펴냈다.
저격수, 탱크조종사, 간호병 등으로 참전했던 책 속 여성들은 널리 알려진 남성 군인들의 전쟁 영웅담에서는 철저히 지워졌던 진실을 전한다. 배고픔, 성폭력과 같은 전쟁의 추하고 냉혹한 맨얼굴을 고발하는 덕이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1985년 출간됐다. 알렉시예비치는 이 책 집필을 이미 1983년에 마친 상태였다. 소비에트 여성들을 향한 영웅적 찬사 대신 그들의 아픔과 고뇌에 주목했다는 이유로 2년간 출간되지 못한 탓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출간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적인 스테디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23일 티빙으로 첫선을 보인 파라마운트+ 오리지널 시리즈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을 접한 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떠오른 까닭은 뭘까. 아마도 두 작품 모두 여성의 눈으로 전쟁을 바라봤다는 데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실존했던 미국 정보기관 프로그램을 소재로 가져왔다. 제목으로도 쓰인 '라이어니스'는 테러 조직을 파괴하기 위해 투입되는 여성 요원들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 이름이다.
라이어니스 여성 요원들 훈련을 총괄하는 조(조 샐다나)와 이 팀에 새로 합류하는 해병대원 크루즈(레이슬라 데 올리베이라)라는 두 여성이 테러 조직 섬멸을 위해 협업하는 데서 이야기는 본격화 한다.
드라마 '라이어니스'는 앞서 언급했던, 여성으로서 갖게 되는 아픔과 고뇌를 그리는 데 특별히 공을 들인다.
먼저 라이어니스 팀을 이끄는 조는 다소 터무니없는 이유로 요원을 잃은 채 특수작전 실패를 경험한다. 이 일로 인해 그는 보다 냉혹한 시선으로 대체 요원을 선발하고 훈련시켜 작전에 투입하려 애쓴다.
조는 집보다 전쟁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 온 탓에 자식들에게조차 환영 받지 못한다. 스스로도 엄마 역할이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세상이 강권해 온 순종적인 여성의 길을 벗어난 그에게 어쩌면 엄격한 자기 관리는 생존을 위한 필수 무기였으리라.
또 다른 주인공 크루즈는 연인이 가해 온 무차별적인 폭력의 사슬을 끊고 해병대원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크루즈는 연인에게 쫓기던 중 우연히 해병대 사무실로 몸을 피한다. 이곳에서 그녀를 도운 해병은 "전쟁에선 수단을 가리면 태만한 거죠"라고 말한다. 이에 크루즈가 답한다.
"그럼 저는 평생 전쟁터에 있었네요."
조는 신입요원 선발을 위해 크루즈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그녀 몸을 가득 메운, 담뱃불로 지져서 생긴 흉터를 보게 된다. 남자친구가 저지른 짓이었다. 크루즈는 이렇게 말한다.
"고통을 견디는 건 익숙합니다. 수모를 견디는 것도."
이들 두 주인공의 만남은 어쩌면 그 자체로 치유의 시작일 터이다. 작전을 수행하면서 빚어지는 돌발 상황 속에서도 주체적인 여성들의 연대가 결국 돌파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전쟁 영화 문법 안에 주체성을 찾아가는 여성들 여정을 녹여낸 선택만으로도 남다른 맛과 멋을 지니게 된 드라마 '라이어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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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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