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의 한복판 내셔널 몰과 미 연방의회 등에서는 6·25전쟁 정전협정 및 한·미동맹 70주년 기념일인 27일(현지시간) 곳곳에서 기념식이 이어졌다.
내셔널몰 링컨 기념관 인근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는 주미 한국대사관과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이 공식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주한 미군 사령관을 지낸 존 틸럴리 KWVMF 이사장은 단상에 올라 “많은 미국인이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승리로 기억돼야 한다”면서 “우리의 간절한 희망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며 이는 강화된 억제력과 인내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기념사에서 “정전 후 70년이 지났지만, 북한의 적화통일 야망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은 지금 이 순간에도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 기항 등을 언급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대는 한·미동맹의 압도적 방위 태세만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사는 “70년 전 참혹한 전쟁터에서 발휘된 한·미동맹을 포함한 22개 참전국과의 피로 맺은 동맹이 대한민국의 눈부신 번영을 이끈 놀라운 70년의 역사를 만들었다”며 “참전용사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더욱 굳건한 동맹으로 더 나은 미래로 전진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깜짝 참석한 미국 하원의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마이크 갤러거 하원의원은 한국전쟁을 지칭하는 ‘잊혀진 전쟁’을 언급하면서 “잊혀진 전쟁은 너무 많은 면에서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잊혀져 왔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기념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전협정이 체결됐던 1953년 한국이 얼마나 황폐화됐는지를 생각하면 (오늘날) 한국은 완전한 기적”이라면서 “전체주의와 공산주의에 비해 자유 민주주의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한국”이라고 밝혔다.
갤러거 의원은 “한국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여러분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점증하는 전체주의 위협의 그림자 속에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빛나는 등대”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은 억제력이 실패했을 때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평화는 힘을 통해 가장 잘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에서는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과 친한파 의원들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연방 하원 레이번빌딩에서 미 하원의 한국계 의원 4명,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미주한인위원회(CKA), 한미경제연구소(KEI)가 공동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25일 장례식과 안장식이 거행된 6·25전쟁 참전용사인 로버트 세네월드 전 한·미연합사 및 주한미군사령관의 손자와 손녀 코너 쿠타너스, 마델린 쿠타너스, 한국전 참전용사인 제임스 노먼 디그스가 참석했다. 조 대사는 이들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전달했다.
앤디 김 하원의원은 기념사에서 “양국의 파트너십이 지난 70년간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면 정말 대단한 스토리”라며 “우리는 70년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지금 이 순간 기억할 뿐 아니라 그 이후 얼마나 멀리 왔고 앞으로 70년간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 김 하원의원은 북한의 위협이 더 고조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바짝 경계하며 비무장지대(DMZ) 북쪽에서 이뤄지는 잔혹 행위를 더 자각하고 그것을 우리가 한국에서 누리는 평화와 자유와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의회에서 한국계 미국 의원으로 일하는 게 매우 자랑스럽다”고도 말했다.
미 의회 대표적 친한파 하원의원인 마크 타카노 의원은 “오늘 우리는 한국전쟁 정전 70년을, 그리고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이라는 공동의 가치에 기반을 둔 한·미관계의 시작을 기념하고, 한·미관계를 축하하며 양국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여는 데 기여한 장병들을 기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오후 7시 27분에는 촛불 점등식도 함께 진행됐다. 지난 4월 백악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통령 국빈 방문 행사에 환영무대를 연 뉴저지 한국학교 어린이 합창단 소속 한인 청소년들의 특별 공연도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7월27일을 기념하는 ‘리멤버 727’을 결성한 한나 김 백악관 비서실장실 아시아태평양계 정책 고문이 진행했다. 김 고문은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 중 누구도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