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니 ‘연대’ 대신 ‘각자도생’ 만연…위기에 취약한 나라로 회귀”

김종일·변문우 기자 2023. 7. 28. 16: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1826일 ‘청와대 일기’ 펴낸 윤재관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민주당 총선 승리하려면 ‘지리멸렬’은 절대 피하고 ‘결기’는 꼭 보여야”

(시사저널=김종일·변문우 기자)

윤재관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청와대 첫 출근부터 마지막 퇴근까지 함께한 1826일의 기억을 모은 《나의 청와대 일기》를 낸 소감을 밝혔다. ⓒ시사저널 박은숙

최근 대한민국은 위기에 취약한 모습이다. 지난해 폭우로 서울의 수많은 반지하 주택들이 물에 잠겼다. 서울 이태원 한복판에선 압사 참사가 발생해 국민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도 참사는 반복됐다. 폭우로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가 침수되고 엄청난 인명피해가 났다. 이처럼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해결도 난망하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지금 위협받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해 윤재관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7월25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국민이 처한 상황을 요약하면 '각자도생'"이라고 단언했다. 윤 전 비서관은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 속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던 '연대 정신'이 정권이 바뀐 후 사라졌다. 오히려 각자도생이 만연해졌다. 어디에도 믿고 의지할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이 위기에 취약해졌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덩달아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전 비서관은 최근 《나의 청와대 일기》라는 책을 펴냈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간의 국정 경험이 담겼다. 그는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내년 총선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윤 전 비서관은 "정권 교체를 통해 다시 나라다운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속한 민주당을 향해서도 "'180석을 줬는데 무엇을 했나'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지리멸렬한 모습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며 "결기를 보여주며 대통령의 부당한 권력 행사에 맞서야 한다"고 했다. 윤 전 비서관은 인터뷰 내내 지금 정치에 필요한 것은 '문제 해결 능력'과 '간절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윤재관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청와대 첫 출근부터 마지막 퇴근까지 함께한 1826일의 기억을 모은 《나의 청와대 일기》를 낸 소감을 밝혔다. ⓒ시사저널 박은숙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데, 단도직입적으로 '왜 지금 윤재관이 필요한가'라고 묻는다면.

"첫째는 '국정 경험'이다. 경험은 곧 실력이다. 23년간 국회와 청와대에서의 국정 경험을 통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체득했다. 둘째는 '간절함'이다. 국회 인턴에서 시작해 청와대 비서관까지 단계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초심자 때의 간절함을 계속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상상력'이다. 지금은 복합위기의 시대다. 정치인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치는 그 길을 못 찾고 있다. 저는 이 세 가지를 다 갖추고 있다고 감히 자부한다."

지금 가장 해내고 싶은 과제는 무엇인가.

"(단호하게) 정권 교체다. 다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을 두려워하는 '민주공화국' 정부를 다시 세워야 한다. 목숨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 문제나 검찰개혁 등 나머지 사안들은 정권 교체 과정 속에서 풀어나갈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를 무엇으로 보나.

"두 가지다.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핵심 문제는 개혁이 실종됐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 공감대를 통해 전진한 개혁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대통령이 '나쁜 놈'으로 찍은 곳이 개혁의 대상이 되는 시대다. 국민이 동의하고 공감대가 형성돼 진행된 개혁은 없지 않나. 노조와 시민단체 등을 카르텔로 규정하고 좌표 찍듯 힘으로 누르는 행동을 개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은 왜 협치를 멀리하고 있다고 보나.

"윤 대통령이 야당을 경쟁자가 아닌 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를 경쟁자로 여기면 '상대를 통해 나도 성장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적은 무조건 쓰러뜨려야 할 대상일 수밖에 없다. 실제 통치도 지금 '수사'를 통해서 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나."

두 번째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각자도생의 시대'가 됐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연대 정신'이 지금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대미문의 코로나 펜데믹을 겪으면서도, 국민들은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셨다. 서로의 건강이 직결되는 만큼 서로를 더 지켜줘야 한다는 연대 정신이 사회 전체에 존재했다. 세계의 모범이 되는 코로나 방역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후 국민들 사이에서 각자도생이 만연해졌다.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왜 이런 흐름이 생겨났다고 보나.

"지금의 정치가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정답은 몰라도 해답은 갖고 있어야 한다. 야구로 비유하면, 문제해결의 타율이 최소한 3할은 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는 그 능력이 1할에도 못 미친다. 1할 타자만 즐비한 리그가 무슨 의미가 있나. 팬들의 외면을 받고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최근 무당층이 급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의 사법화 속 정치가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니 무당층이 늘어나는 것이다. 각자도생의 시대와 무당층 급증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본다."

윤재관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2018년 4월27일 남북정상 도보다리 회담 시작 직전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윤재관 전 비서관 제공

책에서도 유독 '문제해결 능력'을 강조한다.

"정치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이 복합위기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위기에 강한 정부였다. 박근혜 정부 말 전쟁의 위기에 휩싸였던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안정시켰고, 코로나 사태도 모범방역 국가로 극복해 냈고,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도 국민의 마음을 모아 이겨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이후 위기에 취약한 나라가 되고 있다. 위기의 일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공직사회 전체가 경직화되고 있다. 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해로 인명피해가 이렇게 나는가. 시시각각 변하는 위기 상황에 재난 매뉴얼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 이게 다 멈춰섰다. 공직에 계신 분들에게 물어보면 '현 정부가 편하다'고 한다. 왜? 판단을 안 해도 되니까. 판단을 하면 책임질 일이 생기니까. 모든 잘못을 전임 정부 탓을 하고 수사로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보통의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공직자는 지금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고 복지부동하는 게 합리적 의사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번 수해도 책임은 현장 공무원들이 지게 될 것 같다.

"진짜 심각한 문제다. 재난의 상황에선 모든 분야의 책임자가 적극적인 역할을 도맡아야 하는데, 까딱 잘못되면 모든 책임을 지고 감방에 가게 된다는 두려움이 생기니 누구도 나서서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게 된다. 직무유기의 일상화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되면 코로나 사태처럼 경험하지 못한 위기 상황이 왔을 때 대처가 안 된다는 점이다. 얼마나 많은 혼란이 생기겠나. 협조도 잘 안 된다. 연대 의식은 사라지고 각자도생의 시대가 되는 것이다.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전체에 '신뢰'라는 자산이 점점 사라지는 게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기에 강한 나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다양한 인적구성이 중요하다. 요소수 사태 당시 이걸 뼈저리게 느꼈다. 청와대는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각 부처에서 모인 늘공(늘 공무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각자의 시선과 문제해결 방식이 다 다른데, 이 이질적인 조합을 하나로 묶어 협력을 하니 성과가 났다. 그렇게 각자의 장점이 하나가 돼서 한 달 만에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예측할 수 있는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그렇기에 늘 널리 인재를 구해서 소통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는 인사를 어떻게 하고 있나. 검찰과 이명박 정부 출신들만 중용하고 있지 않나"

남북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을 연출한 주역이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는 어떻게 평가하나.

"한 마디로 '외눈박이 외교'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국익은 한 곳에만 있지 않다. 국익은 여러 나라들과의 관계 속에 다양하게 섞여 있다. 그래서 특정 나라와만 친분을 쌓지 않고 균형외교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외교는 어떤가. 현 정부는 출범 이후 1년이 넘도록 중국과는 정식 정상회담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 속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국민은 그럼 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중국뿐인가. 러시아에는 우리 국익이 없는가. 현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가 위험한 이유다."

민주당 이야기도 해보자. 현 정부의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그 반사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것만큼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은.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몰아줬는데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민생과 민주주의를 책임진다고 하는데 대체 무엇을 책임졌느냐는 반응이 많다.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이다. 지리멸렬함이 지금 민주당을 구렁텅이로 빠지게 하고 있다고 본다."

반대로 민주당이 꼭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결기'를 보이는 일이다. 민주당이 답답했던 이유는 정치 실종 상황에서도 제대로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연이은 거부권 행사로 의회정치가 사라지지 않았나. 대통령이 부당한 권한을 행사하면 의원직을 걸고라도 싸워야 한다. 그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으니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고 본다."

윤재관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청와대 첫 출근부터 마지막 퇴근까지 함께한 1826일의 기억을 모은 《나의 청와대 일기》를 낸 소감을 밝혔다. ⓒ시사저널 박은숙

책을 보면, 5년간의 청와대 생활이 참 다이나믹하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가장 자부심을 느낀 순간도 꼽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힘이 센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국민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했다. 청와대에서 진행했던 각종 주요 행사들이 그랬다. 그 전까지 대통령의 곁에는 국무총리를 비롯한 5부 요인 등이 자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 대통령은 그 자리를 우리 사회를 지탱해준 평범한 조연들에게 내주었다. 문 대통령은 카메라나 언론 등이 자리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늘 그분들을 먼저 챙기셨다. 그런 순간에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역시나 2018년 4월27일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도보다리 회담을 한 순간이다. 그날 이후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외교 일정에서 편안히 걷다가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가장 속상했던 순간은.

"2019년 8월27일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명되고 나서 검찰이 전방위 압수수색을 시작했을 때다. 당시 대통령의 인사권이 부정당했다. 검찰은 처음부터 조 전 장관을 부도덕한 공직자 모습으로 악마화시켜 사냥하기 시작했다. 당초 조 전 장관을 탈탈 턴 최초의 사안이 사모펀드를 통해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었다. 그런데 사모펀드에 대해 검찰은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고 별건으로 탈탈 턴 것이다. 검찰의 이런 방식이 통용되면 어떤 국민도 살아남기 힘들다. 모든 사회가 검찰에 움츠리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나. 아쉬웠던 점을 꼽는다면.

"우리 정부가 자랑스러웠던 점은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하고 늘 겸손이라는 자세를 유지한 점이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부정부패에 대한 견제와 긴장감이 매우 높았다. '겸손한 권력'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정점이자, 아쉬움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기조 속에서는 해야 할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하기가 참 어렵다. 거쳐야 할 단계가 여러 개다. 그러다 보니 해야 할 과제를 미처 다 할 여유가 많지 않았다. 보다 과감한 행동과 리더십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국민들께서 간절함을 갖고 일했던 사람들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말 간절한 마음을 갖고 절박하게 일했다. 남북 정상이 처음으로 기념 식수를 했던 당시의 일화다. 식수목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소나무로, 식수에 사용되는 흙은 한라산과 백두산에서, 물은 한강과 대동강에서 가져왔다. 이렇게 디테일한 것 하나까지 챙긴 그 절박함이 모여 하노이와 평양, 백두산까지 뻗어갔던 것이다. 이런 절박함을 갖고 한 성과들이 쉽게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이런 내용이 담긴 제 책에도 더 많은 관심이 모였으면 좋겠다(웃음)."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