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무제한 매입에 시장 왜곡 초래···日, 10년만에 '긴축 시그널'
장기금리 상한 0.5% 초과 허용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 2.5%로 상향
1분기 GDP 성장률도 2.7%로 선방
美·EU, 장기적인 금리 인상도 부담
엔화도 약세···YCC 고수 실익 적어
일본은행(BOJ)이 28일 통화정책의 강력한 통제 수단인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의 유연성을 높이겠다고 한 것은 더 이상 시장을 왜곡하면 안 된다는 시장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장기금리를 0.5% 선에서 유지하기 위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조치가 되레 채권시장 왜곡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일본과 다른 행보를 보인 것도 정책 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금리 차이에 따른 엔화 약세 현상이 뚜렷해진 점도 BOJ가 완화적 통화정책에서 방향을 트는 요인으로 보인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이날 10년물 국채금리 변동폭을 ±0.5%로 두되 ‘빠르게 시장 조작을 할 구간’으로 0.5~1.0%를 명시한 데 대해 “통화 완화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국채 대량 매입으로 금리를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YCC 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해 시장 왜곡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BOJ는 고정금리 운용에서 장기금리를 기존의 0.5%가 아니라 1%에 매입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사실상 장기금리의 상한을 1%로 높인다는 의미로 간주할 수 있다.
벤저민 샤릴 JP모건 외환전략가는 “작지만 거대한 도약”이라며 “시장은 옳든 그르든 이번 결정에 대해 ‘YCC 종말의 시작’이라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우에다 총재가 4월 취임한 시점부터 YCC 수정 가능성을 예상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4월 이후 2%를 웃돌고 있다. 지난달에도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 BOJ 측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원인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장 참여자는 많지 않다. BOJ도 올해 CPI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5%로 크게 상향 조정했다. 2024년과 2025년 전망치는 각각 1.9%, 1.6%였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 수치상으로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세계 경제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2.7%로 선방하는 등 긍정적인 경제지표들이 나오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이에 비해 YCC 정책을 강하게 고수해 얻는 이익은 적었다. 아사히신문은 YCC와 관련해 “시장에서 정해야 할 장기금리를 당국의 조작 목표로 삼은 탓에 본래 금리 수준을 알 수 없도록 왜곡해 채권시장의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시장금리가 YCC상 목표치를 넘는 일이 잦아졌고 BOJ는 지난해 12월 상한을 0.25%에서 0.5%로 넓혀야 했다.
또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의 와중에 기준금리를 올린 반면 일본만 통화 완화를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가 하락한 점도 일본 통화 당국의 부담감을 키웠다. 국제통화기금(IMF)도 “YCC에서 벗어나 향후 통화 긴축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달 나란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며 각각 5.25~5.5%, 4.5%로 끌어올린 것과 달리 일본은 여전히 -0.10%에 머물러 있다. 저금리는 엔화의 투자 매력을 낮췄고 그만큼 매도 행렬에 취약해졌다. 엔화 환율은 이달 초 한때 연중 최고치인 달러당 145엔까지 상승(통화 가치 하락)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미국·유럽의 통화 긴축 주기가 거의 끝나가는 가운데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 압력이 완화된 상황”이라며 “BOJ에는 일본 금리가 급등할 위험을 낮추면서도 YCC를 조정할 기회가 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BOJ가 이번 조치에도 앞으로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우에다 총재도 “지난 25년간의 디플레이션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섣부른 금리 인상은 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시타 마리 다이와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BOJ가 유연성을 얼마나 용인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며 “이에 따른 흐름이 시장에 불가피하게 자극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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