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수도권에 6600병상 더 생긴다…의협 "정부가 통제하라"(종합)
의협 "요양급여비 年 2조4810억"…복지부, 8월 중 대책 발표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우리나라의 병원 병상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지만, 수도권 집중화로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수년 내 수도권에 6600병상이 더 늘어날 예정이어서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8일 오후 회관 대회의실에서 '적정 병상 수급 시책 마련 촉구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정부에서 직접 병상 수급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6600병상 증설로 추가 발생할 요양 급여비 규모는 연간 2조4810억원에 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OECD가 이달 초 발표한 '보건 통계 2023'을 기반으로 한 보건복지부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8개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많고, OECD 평균(4.3개)의 2.9배나 된다.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재원일수는 18.5일로 OECD 평균(8.1일)보다 10일 넘게 길고 회원국 중 일본(27.5일) 다음으로 길었다. OECD 회원국 중 병상수는 가장 많지만, 병상 이용률은 낮고 재원 일수는 길어 병상 자원 활용이 비효율적이라고 의협은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 현재 수도권에서만 9개 대학병원이 11개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2028년 수도권에는 6600병상이 더 생긴다. 지역 내 환자는 물론 의료인력까지 흡수해, 1차 의료기관인 의원과 중소병원의 폐업률을 높이는 등 지역의료 체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6600병상 증설로 추가 발생할 건강보험 요양 급여비 규모가 연간 2조48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비수도권에서는 의료체계가 무너진 사례가 있는데, 1000병상의 양산부산대학교병원 개원 후 경남지역 병원 폐업률이 1년 만에 2.9%p 오른 바 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지역 간 불균형은 더 심화할 것"이라며 "이용 과잉을 부추기고, 국민 의료비 증가와 의료자원 낭비가 발생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했다. 이어 "협회는 의료 대재앙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여왔으며, 정부와의 협의체를 통해서도 대책을 신속히 추진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중앙정부가 직접 종합병원 등의 병상 수급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정제인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종합병원 설립은 각 광역자치단체 인허가만 있으면 가능하다. 단체장 입장에서는 주민 편의를 고려해 종합병원 설립에 우호적이다.
이에 대해 이상운 의협 부회장은 "현재 병상 체계에 제동을 걸지 않고 계속 가다간 자멸의 길에 들어선다. 보건의료 체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나라가 망하는 길이다. 보건의료가 망하는 차원을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이필수 회장은 "수도권 2차 병원 설립을 할 때 일정 규모 이상은 보건복지부가 개입해야 병상 배치 정책도 효과를 본다. 지자체 입장만 보면 지역 내 대형병원 분원을 환영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보건의료라는 큰 틀에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이상운 부회장은 "의료법 내 의료기관 개설 불허 조항에 수도권 병원 설립 관련 조항을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정부 병상 시책에 맞지 않으면 인허가하지 말아야 한다. 토지 매입 때부터 정부 병상 시책에 부합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복지부도 병상 수급에 대한 정책 방향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2019년 의료법이 개정돼 시도지사는 복지부 장관이 마련한 병상 기본시책에 적합하지 않은 의료기관 개설을 허가 할 수 없게 돼 있다.
복지부는 병상 수급 기본 시책을 마련해 오는 8월 중 발표한다는 구상이다. 시책에는 개설 허가에 대한 사전적 통제 규정, 각 시도별 병상 과잉 공급의 기준, 필수 의료 및 특수병상 구성 방안 등이 담길 전망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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