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업체가 배터리 재활용?… 너도나도 “2차전지 진출”

이은영 기자 2023. 7. 2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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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신규로 2차전지 사업을 하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다.

2차전지 사업 계획을 밝히면서 주가는 급등했지만,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적은 곳들은 2차전지 사업으로 의미 있는 실적을 거두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기업들이 2차전지 열풍에 편승해 주가 상승만 노리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3년간 정관에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모든 사업의 추진 경과를 기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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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지 6개월 만에 주가 7배 급등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신규로 2차전지 사업을 하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다. 2차전지 사업 계획을 밝히면서 주가는 급등했지만,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적은 곳들은 2차전지 사업으로 의미 있는 실적을 거두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대양금속에 인수된 영풍제지는 이차전지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영풍제지는 1970년에 설립된 제지업체다. 지관과 골판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 라이너 원지를 주로 생산한다. 스테인리스 제조기업 대양금속이 지난해 11월 사업다각화를 내세우며 인수했다. 이후 영풍제지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전자부품제조, 무인항공기 제조, 인형·장난감 제조, 소프트웨어 개발 등 16가지를 추가했다.

영풍제지 제공

최근엔 사용후배터리 시험인증업체 ‘시스피아’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영풍제지는 전환사채(CB·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투자했는데, 1년 뒤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정확한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영풍제지는 지난달 호주의 한 업체와 함께 2차전지, 전자폐기물 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영풍제지는 이 업체가 광물 채굴부터 재활용까지 배터리 산업의 전반에 걸쳐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영풍제지 주가는 연초 6000원선에서 최근 4만원대로 치솟았다. 대양금속에 인수되기 전 2500억원 수준이었던 시가총액은 현재 1조5000억원을 넘겼다. 영풍제지의 지난해 매출액은 1054억원, 영업이익은 78억원이다.

영풍제지 관계자는 “2차전지가 미래 먹거리라고 판단했다. 내부에 전문가는 아직 없는데,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생산시설은 가장 빨리 갖출 수 있는 방법을 논의 중이며 사업 성과가 언제 날지는 변수가 많아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영풍제지 외에도 여러 상장사가 사업다각화를 앞세워 2차전지 산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올해 3월 말까지 2차전지 관련 산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기업은 총 54곳에 이른다.

주방용 그릴 제조사 자이글은 지난해 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기업을 인수하면서 배터리 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27일엔 미국 2차전지 시장 진출을 위해 합작벤처 ‘자이셀’의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주가는 올 초 4000원대에서 최고 3만8900원까지 치솟았다. 신사업을 위해 단행했던 300억원 유상증자는 현재 납입이 지연되고 있다.

그래핀 사업을 시도했다 성과를 내지 못했던 철강재 제조사 제이스코홀딩스는 올 초 2차전지 소재인 니켈 채굴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주가는 단기간에 두 배 이상 뛰었다. 통신기기 제조사 중앙디앤엠은 2차전지를 사업목적에 추가한 뒤 주가가 세 배 넘게 올랐다. 2차전지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레이저 장비 제조업체 엘아이에스는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해 거래가 정지됐다.

금감원은 기업들이 2차전지 열풍에 편승해 주가 상승만 노리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3년간 정관에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모든 사업의 추진 경과를 기재하도록 했다. 다음 달부터 나오는 반기보고서에는 올해 6월까지 추가된 사업의 추진 현황과 관련 위험,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 향후 추진 계획 등이 담겨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조직 확보 현황, 제품 개발 진척도, 매출 발생 여부 등이 공시될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2차전지 사업을 제대로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년간 다른 사업을 하던 기업이 갑자기 2차전지 사업을 시작해 성공시키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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