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에 무너집니다”…열차 투신 사고에 곪는 기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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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충돌 사고를 겪고 공황 장애를 겪는 기관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공황장애를 이겨내지 못해 심지어 퇴사를 선택하는 동료도 있었습니다."
30년차 기관사 정모(52) 씨가 열차 사고를 경험한 것은 회사에 입사한 지 3년된 1994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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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사들 “사고 직후 혼자 있기 두려워…1년이상 시달려”
특별휴가·심리상담 지원에도 어려움 호소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열차 충돌 사고를 겪고 공황 장애를 겪는 기관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공황장애를 이겨내지 못해 심지어 퇴사를 선택하는 동료도 있었습니다.”
30년차 기관사 정모(52) 씨가 열차 사고를 경험한 것은 회사에 입사한 지 3년된 1994년이었다. 당시 경부선 서정리역에서 평택역으로 진입하던 도중 열차 앞으로 갑자기 뛰어드는 승객을 막지 못했다고 했다.
정씨에게 이 사고는 1년간 트라우마로 이어졌다. 그는 “사고 생각이 아니까 혼자 있는 게 두려웠다”며 “굳이 회사 사무실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에도 사고 기억을 잊으려 매일 들렀을 정도”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매년 선로에 투신해 사망하는 사고가 10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들 사이들 가운데 충돌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코레일 등 업체에선 충돌 사고를 겪은 기관사들에게 특별 휴가와 심리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좀더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앞서 지난 26일 오전 5시30분께 한 남성이 서울지하철 1호선 구로역과 가산디지털단지역 사이 구간 선로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남성은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역으로 향하던 KTX열차와 충돌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의 경우 사고 당시 회사에서 별도의 병원 치료를 제공 받지 못했다. 홀로 트라우마에서 이겨내야했다는 뜻이다. 사고로부터 29년이 지난 현재는 열차 사고를 겪은 동료 기관사들이 특별 휴가와 심리 상담 등을 회사를 통해 받을 수 있어서 여건이 그나마 개선됐지만, 현재에도 사고 트라우마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등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동료 기관사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국토교통부가 제공한 열차 투신 자살사고 건수를 보면 올해 기준 지난달까지 발생한 사고는 10건이다. 연도별로 봤을 때 ▷17건(2018년) ▷22건(2019년) ▷10건(2020년) ▷13건(2021년) ▷10건(2022년) 등 매년 1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극단 선택인 것이 확인된 사고만 집계돼 열차에 투신한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코레일에선 지난 2018년부터 열차 사고를 겪은 기관사들에게 특별휴가를 최대 5일 주고 있다. 아울러 기관사들에 대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도 알선해주고 있다.
그러나 기관사들 사이에선 사고 트라우마를 겪는 기관사들에 대한 조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내부 결제망을 통해 휴가나 심리 상담을 신청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심리 상담 등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한 명 뿐인 나머지 업무량이 과중되는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씨는 “비단 열차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사정으로 스트레스로 심리 상담을 신청하려는 기관사들도 많다 ”며 “업무 담당자를 늘리고, 누구나 쉽게 휴가나 심리상담을 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사고 발생 직후 5일 정도의 특별휴가론 부족할 수 있다. 일주일 쉬고 돌아온 뒤에도 병가내고 나면 다시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회사 여건도 고려해야할 부분이 있지만 본인이 원하면 추가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리상담 역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기관사가 더 희망하는 선에서 상담 횟수를 추가할 수 있도록 여건이 제공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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