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콜린 벨호 “모로코전, 판단의 속도 높여라”…16강 진출 불씨 살릴 키플레이어는?
“판단은 빨리빨리, 문전에서는 침착하게”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콜롬비아에 0-2로 진 여자 축구 대표팀의 콜린 벨 감독은 모로코와 2차전을 앞두고 빠른 판단, 문전에서 침착한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팀(17위)은 30일 오후 1시30분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애들레이드 하인드마시 스타디움에서 모로코와 조별리그 H조 2차전을 갖는다. 같은 조 최강 독일(FIFA 랭킹 2위)이 모로코를 6-0으로 완파하면서 한국은 2차전 다득점 승리가 더욱 절실해졌다. 비기거나 지면 16강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벨 감독은 28일 훈련을 마치고 현지 취재진에게 “모로코전부터 바로 (16강 이후) 토너먼트를 시작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전을 복기하면서는 선수들의 판단 속도가 느린 것이 패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두 번 터치해야 할 때 한 번만 한 경우도 있었고, 한 번의 터치로 처리해야 하는데 여러 번 터치할 때도 있었다”며 “경기 속도를 올려야 할 때 차분했고, 차분해야 할 때 급하게 서두르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큰 무대 경험이 많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에게 기대를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여자 축구 사상 국제경기 경험이 가장 많은 미드필더 지소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는 동료 조소현(토트넘)과 함께 A매치만 146경기를 뛰며 최다 득점 기록(67골)을 갖고 있다. 벨 감독은 “지소연은 어느 자리에 서든 플레이메이커 역할”이라며 사령관으로서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모로코전에서도 조소현, 이금민(브라이턴)과 함께 중원에서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줄 선수이기도 하다.
미드필더는 물론 공격수로도 나설 수 있는 이금민은 벨호의 고강도 축구에 가장 적합한 선수로 꼽힌다. 몸싸움 능력이 좋은 그가 얼마나 버텨주고, 동료들에게 공간을 창출해주느냐에 따라 경기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벨호의 대표적인 멀티 플레이어로 전술 이해도가 높은 장슬기(인천 현대제찰)의 활약도 중요하다. 장슬기는 현재 왼쪽 사이드백 자리에 서지만, 좌우를 가리지 않고 공격에 참여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미드필더로도 나선다. FIFA는 최근 아이티와 평가전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중거리 슛을 예로 들며 골 넣는 수비수로도 활약할 수 있다고 장슬기를 주목할 선수로 꼽았다. 장슬기 역시 일본과 스페인에서 뛰어 국제무대 경험이 풍부하다.
피파 랭킹 72위인 모로코는 H조 최약체다. 최근 6경기에서 2무4패로 좋지 않고 여자 월드컵 출전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지난해 여자 아프리카축구연맹 네이션스컵 준우승으로 피파 랭킹을 끌어올렸다. 방심은 금물이다. 당시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상을 독차지한 베테랑 공격수 기즐란 셰바크가 경계 대상 1호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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