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열대야 속 도심은 텅텅, 휴가지는 북적…온열질환자도 속출
장마 직후 찜통 더위로 전국적으로 폭염 특보가 발효된 28일 전국 주요 도심은 본격 휴가철을 맞아 한산한 모습을 보인 반면 해수욕장·계곡 등 피서지에는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해변와 강가 등에는 밤에도 인파로 북적였다.
최고기온이 35도를 기록한 이날 오후 충북 청주 성안길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수천 개의 점포가 몰려 있는 이곳은 평소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이날은 조용했다. 일부 시민들은 더위를 식히려는 듯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자 검은색 양산을 든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성안길에서 만난 한 시민은 “밖에 잠깐만 나가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 점심도, 커피도 사무실 가까운 곳에서 해결한다”라며 “그늘 없는 길을 걷는 게 너무 힘들다”라고 말했다.
땡볕이 내리쬐는 인천 시내도 한산했다. 행인들은 양산을 쓰고 다니거나 그늘을 찾았다. 시원한 냉면을 먹기 위한 냉면집은 장사진을 이뤘다. 곳곳에 설치된 물놀이장과 분수대 광장은 아이들의 피서지가 됐다.
경북 포항 영일대·송도 해수욕장과 울산 일산·주전 해수욕장, 강원 강릉 일대 해수욕장에서는 피서객들이 바다로 뛰어들거나, 인근 커피숍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음료를 즐겼다. ‘영남알프스’ 자락인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배내골’에도 숲속 계곡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려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많았다. 부산에서 휴가 왔다는 이모씨(40)는 “땡볕이 쏟아지는 낮에는 여전히 덥지만 그나마 계곡물이 시원해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특히 열대야가 6일째 이어지고 있는 강원도에선 주민들이 밤에도 바다를 찾아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지난 27일 늦은 밤 강릉 강문과 경포, 송정해변 일원에서 주민들은 바닷가 백사장에 돗자리를 깔고 바닷물에 발을 담근 채 더운 여름밤을 보냈다. 최모(36·강릉시 교동)씨는 “하루 24시간 에어컨을 켜 놓을 수 없어 밤이면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쉬거나 해변가를 좀 걷다 보면 그나마 무더위를 잊을 수 있어 매일 출근하듯 바닷가를 찾게 된다”라고 말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열대야 명소로 떠오른 남항진 솔바람다리와 강문 솟대다리 인근도 밤이면 더위를 피하려는 주민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돗자리와 의자·텐트 등에서 간식을 먹거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로 온열질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이날 체감기온이 최고 34.9도를 기록한 해남에서는 70대 여성과 60대 여성이 논과 밭에서 작업하다 열탈진과 열사병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영광에서 70대 남성이 비닐하우스에서 탈진 증상을 보이는 등 비닐하우스 작업 중 쓰러진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신안의 한 해안가에서는 20대 남성이 열사병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고, 목포에서도 야외 작업장에서 일하던 60대 여성이 쓰러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6일 총 43명의 온열질환자가 나왔다.
경기도는 폭염에 대비해 상황총괄반·복지 분야 대책반·구조구급반 등 합동 전담팀(6개 반 12개 부서)을 운영하고 있다. 전남도는 폭염 위기경보 ‘경계’를 발령하고 도와 시·군 공무원 391명이 비상근무 중이다. 전남도는 고수온 예비주의보가 내려진 양식장에 산소공급기와 순환펌프, 차광막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도 이날부터 폭염 위기경보를 ‘경계’로 격상하고 폭염 대책 종합지원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현대중공업·현대차·포스코 등 울산과 포항의 대규모 산업체에서도 폭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노조창립일을 맞아 휴무했고, 현대차도 29일부터 공장가동을 멈춘다.
현대중공업은 임원과 부서장들이 8월 말까지 회사 곳곳을 돌며 생산현장 노동자들에게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나눠주는 ‘찾아가는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진행한다. 또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고, 현장에 대형 이동식 에어컨인 ‘스폿쿨러’ 1200여 대를 가동한다. 에어 재킷 및 땀수건, 얼린 생수도 제공한다.
현대차도 8월 말까지 매일 4만 개의 빙과를 지급하고, 사업장 전체 식당에 얼음통과 제빙기를 설치해 얼음을 공급한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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