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노력해야 성공하는 사회 건강한걸까
1만시간의 법칙. 미국 작가 맬컴 글래드웰은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최소 1만시간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는 이 이론을 소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누구든 많은 시간을 할애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노력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서 많은 지지를 얻었다. 한동안 "하루 3시간씩 10년 동안 투자하면 1만시간의 법칙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 자주 회자됐을 정도였다.
그러나 1만시간의 법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력만 강조한 게 아니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만큼 몰입할 기회와 환경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빌 게이츠는 고등학생 때부터 당시 대학생도 사용하기 힘든 최신 컴퓨터를 활용하면서 컴퓨터와 관련한 기회를 얻고 경험을 쌓았다. 환경이 성공을 이끌었다는 의미다.
다만 '1만시간'이 강조된 탓에 단순히 시간을 투자해 노력만 하면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오해한 사람이 많다. '노력의 배신'을 쓴 김영훈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노력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진리처럼 믿다시피 하는 '노력 신봉' 사회를 비판한다. 노력만으로 모든 걸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은 우리 사회의 시각을 바꿔보자는 제안이 담겼다.
노력만이 살 길이고, 노력이 모든 사람의 희망이라고 생각한 독자 입장에서는 "그럼 노력하지 말라는 말인가"라는 질문이 저절로 떠올려진다. 저자는 "노력의 가치를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노력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병폐를 낳았다고 꼬집는다. 경쟁이 심화된 사회에서 노력하고도 실패하면 "난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사람"이라며 자책하고 자괴감에 빠진다. 그러면서 한 개인의 책임에만 집중하게 되는 반면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적인 책임에는 무감각해진다.
저자는 "노력하더라도 실패할 수 있고,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자는 것이다. 실패하면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구조를 만들자는 메시지다.
[김지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길이 1m 이 녀석 잡았다”…영주시 들썩이게한 ‘악어출몰’ 사건 실체 - 매일경제
- 아직도 사랑인줄 알고…은퇴 공무원, 연금 5100만원 날릴 뻔 - 매일경제
- “착했던 ‘경차값’ SUV는 잊어라”…‘가성비→가심비’ 쉐보레 승부수 [카슐랭] - 매일경제
- “노 아이폰 온리 갤럭시” 외치던 슈가, Z폴드5 첫 수령자 됐다 - 매일경제
- 또 ‘뼈없는 순살 아파트’...LH 발주 공공주택 주차장도 철근 누락 - 매일경제
- 넷플릭스 ‘연봉 12억’ AI 관리자 채용 공고 내자…배우들 “속 뒤집혀” - 매일경제
- 이말년 “주호민 사건 안타까워...기다려달라” - 매일경제
- 매 주말 집회·집회·집회…시위인원 100만명이나 늘었다 - 매일경제
- ‘스벅’이 유일하게 죽쑤는 이 나라...그래도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이유 [한중일 톺아보기
- ‘잘 가세요’ 들은 홍명보 “여기가 울산인 줄…시메오네와 악수 못한 거? 불만 없어” (일문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