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책-여름휴가@추천] ③에이도스 ‘향모를 땋으며’ ‘잠의 힘’ ‘날씨 기계’
|여름휴가에 들고 가면 지적으로 보일 유명한 책을 출판사별로 선정했다. <편집자주>
[마이데일리 = 이지혜 기자] 믿고 보는 에이도스 도서 가운데서도 작년에 주목받은 5권을 골랐다. 한 권 한 권 모두 출간 당시 화제가 됐음은 물론이고 두고두고 읽힐 주옥같은 스테디셀러다.
◇향모를 땋으며 | 로빈 월 키머러 지음(노승영 옮김)
북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식물생태학자가 과학의 길을 걸으면서 또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면서 겪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쓴 책이다. 식물학적 지식, 원주민의 신화와 문화, 삶의 지혜와 철학, 자연을 대하는 겸손한 과학자의 언어와 태도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책에서 지은이는 옛이야기와 새로운 이야기, 원주민의 토박이 지혜와 과학의 섞어짓기를 모색한다. 조각난 인간과 자연의 관계, 자연을 착취하는 자본주의적 상품경제와 문화는 인간과 자연의 호혜성의 비밀을 밝히는 과학, 감사의 문화와 선물경제의 의미를 되살리는 원주민의 전통과 지혜 속에서 진지하게 성찰되면서 인간과 자연의 부서진 관계를 회복할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씌어진다. 기후변화로 요동치는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파편화되고 개인화된 이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지은이의 생각은 깊은 울림을 준다.
◇잠의 힘 | 정기영 지음
현대인의 잠이 위험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적게 자는 나라, 수면의 질이 최악인 나라다. 공부를 위해, 일을 위해 잠을 줄이고, 꿈을 위해서라면 그깟 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25년간 임상에서 수많은 환자를 만난 수면의학 권위자인 지은이는 잠이 얼마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인지를 설파한다. 우리 삶에서 잠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지적하는 책은 잠에 대한 최신 과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면장애 환자의 진단과 처방 사례, 꿀잠을 잘 수 있는 실용적 팁을 소개한다. 평소에 수면 문제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잠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아마 책을 읽으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이 책을 권한다.
◇날씨 기계 | 앤드루 블룸 지음(노태복 옮김)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7월의 날씨를 맑은 날이 단 3일 나머지는 모두 비가 온다고 예측했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그렇다면 이렇게 한 달 전쯤 날씨 예측은 가능할까? 일기예보에 대한 우리의 오해, 날씨 예측에 관해 우리가 알고 싶은 모든 것을 다루는 이 책은 일기예보와 관련해 우리가 가진 통념을 깬다. 책은 제아무리 뛰어난 예측 모델이라도 열흘 후의 날씨 예측은 불가능할뿐더러 그와 같은 날씨 예측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일기예보의 정확성을 두고 비아냥과 조롱을 쏟아붓지만, 과학적으로 날씨 예측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창조물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일기예보와 관련해서라면 동네북 신세가 되어버린 기상청을 위한 과학자들의 옹호이자 변명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우리가 가진 일기예보에 관한 생각을 완전히 뒤바꾼다. 기상청은 구라청이 아니라고!
◇왜곡하는 뇌 | 다이내나 도이치 지음(박정미, 박종화 옮김)
‘바이든?’ ‘날리면?’ 똑같은 소리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듣는다고? 음악심리학의 전설적 거장 다이애나 도이치는 우리 뇌는 귀에 들어온 소리를 수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 추론, 나고 자란 지역의 언어, 신념, 사전 지식이나 기대, 예상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재조직화해서 인식한다고 한다. 옥타브 착청, 말이 노래로 변하는 착청 등 다양한 착청 현상, 유령어, 절대음감, 귀벌레, 환청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의 소리 지각 메커니즘과 뇌의 미스터리를 해부한다. 직접 제작해 수록한 30여 개의 음원 파일과 무릎을 치게 하는 해설은 마치 그녀의 청각 실험실에 직접 온 듯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반세기 넘게 한 우물을 파온 대가답게 해설은 명료하고, 실험은 군더더기가 없으며, 통찰은 간결하다.
◇동네에서 자연을 관찰하는 9가지 방법 | 최성용 지음
휴가철이면 살던 도시를, 동네를 떠나 자연으로 간다.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자연을 찾아서. 하지만 우리가 사는 도시에도, 동네에도 자연이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멀리 있는 자연이 아니라 매일 보고, 생활하고, 느끼는 동네 속 자연에 초점을 맞춘다. 도시적 일상을 사는 우리는 잘 못 느끼지만 같은 장소에서 함께 살고 있는 곤충과 나무와 새와 자연에 눈길을 주면 우리 삶이 얼마나 풍성해지고 생기가 넘치는지를 보여준다. 직장과 학교를 위해, 올라버린 집값으로 인해 한 동네에 정착하지 못하고 메뚜기처럼 늘 이주하며 사는 도시민에게 ‘동네’의 의미를 깨우치게 한다. 경쾌하고 재치 넘치는 작가의 ‘글빨’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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