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혜수 "'밀수' 수중액션 유일무이…물 공포? 팀워크로 극복했죠"

조은애 기자 2023. 7. 2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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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위로 해녀들의 의리가 뜨겁게 빛난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밀수'가 올여름 시장 흥행 대전의 포문을 시원하게 열었다.

7월26일 개봉한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베테랑', '모가디슈' 등으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류승완 감독의 신작으로 올여름 한국영화계의 부흥을 이끌 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주연을 맡은 배우 김혜수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지금까지 해녀가 수중에서 이런 활약을 펼치는 영상을 담은 영화는 지구상에 없었어요. 이런 소재로 이런 작품을 구현할 수 있는 감독도 없고요. '밀수'가 유일하다고 단언할 수 있어요.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꽂혔던 건 '70년대', '해녀', '밀수'라는 세 가지 소재였어요. 일단 70년대가 참 흥미로운 시대잖아요. 음악, 패션 모든 문화에 독특한 매력이 있었던 시절이라 이 영화 참 볼거리가 많을 것 같다고 느꼈죠."

'밀수'에서 김혜수가 연기한 춘자는 14살에 식모살이부터 시작해 돈이 되고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온 인물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고 자유분방한 그는 수년 만에 군천으로 돌아와 밀수판에 승부수를 던지며 사건의 중심에 선다.

"춘자의 키워드는 생존이라고 생각했어요. 거침없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사실 속내는 외롭고 언젠가는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이거든요. 춘자의 외피는 생존을 위한 수단 같은 것이라고 느꼈는데 시대 배경 덕분에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은 많았어요. 70년대 트렌드가 되게 재밌거든요. 딱 붙는 티셔츠에 나팔바지, 가발처럼 보이는 사자머리 같은 것들로 춘자를 표현하려고 했죠."

'밀수'만의 독보적인 매력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단연 수중 액션이다. 아티스틱 스위밍 팀과 미술팀, 무술팀, 시각효과 팀 등이 뭉쳐 철저한 사전 준비를 진행했고, 제작진은 깊은 바닷속 풍광을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6m 수심의 수조 세트를 활용, 현실감 넘치는 수중 액션 장면을 완성했다. 작품 전체를 통틀어 하이라이트라고 불릴 만한 중요한 장면인데 김혜수에겐 촬영 전부터 걱정거리이기도 했다. 지난 2012년 개봉한 '도둑들' 작업 당시 수중 촬영 중 공황장애 증세에 시달렸던 탓에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게 급선무였다. 김혜수는 "공황 상태에만 오지 않게 해달라고 속으로 빌었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 촬영장에 가서 물을 내려다보는데 살짝 느낌이 안 좋아서 '어떡하지?' 싶었어요. 그러다 옆에서 다른 배우들이 한 명씩 물에 뛰어드는 걸 보는데, 검수해주러 오신 진짜 해녀들보다 더 오래 물에 있고 기가 막히게 잘하더라고요. '우와 다들 잘한다!' 하면서 박수치다가 저도 모르게 공황에서 좀 벗어나게 됐어요. 팀워크의 힘이죠. 제작진도 안전에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물 속에서는 살이 약해져서 더 쉽게 다칠 수 있고 돌발 사고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준비 단계부터 안전요원, 의료팀이 늘 함께였어요. 그렇게 조심하면서 했는데도 장비에 부딪혀 수경이 깨지면서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긴 했어요. 그래도 더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지금은 잘 아물었어요."

류승완 감독은 '밀수'의 춘자와 진숙을 캐스팅할 때 처음부터 김혜수, 염정아를 동시에 떠올렸다. 그의 바람대로, '밀수'의 이야기에 매료된 두 배우들이 투톱으로 나서 여성 주인공들을 내세운 범죄 영화의 탄생을 알렸다. 지난 1996년, MBC '사과꽃 향기'로 잠깐 호흡을 맞춘 이후 무려 27년 만의 재회다.

"춘자랑 진숙의 관계는 우정 그 이상이죠. 춘자는 혈혈단신, 늘 떠돌이로 여기저기 전전하다가 착취당하고 이용당하고 상처받았지만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생존해야 하는 캐릭터에요. 그러다 군천으로 흘러들었고 그런 춘자를 어쩌면 처음으로 따뜻하게 받아준 사람이 진숙일 거예요. 그러니까 춘자한테는 가족이자 전부였을 것 같아요. 그래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날 의심하고 욕해도 너는 날 알지 않냐'고 확인하고 싶었을 것 같아요. 춘자가 다시 군천으로 돌아간 것도 결국 진숙과의 오해를 풀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춘자는 앞서 김혜수가 '지금껏 연기했던 인물 중 가장 상스럽다'고 표현했을 만큼 독보적인 색깔과 생명력을 자랑한다. 김혜수는 날 것의 연기로 강렬한 열연을 펼치며 본인만의 춘자를 만들어냈다. '타짜'의 정마담, '도둑들'의 팹시를 뛰어넘을 만한 또 다른 인생 캐릭터의 탄생이 예상되는 상황, 김혜수는 "캐릭터나 명대사를 유행시키겠다는 욕심보다는 순간에 집중했을뿐"이라고 말했다.

"배우마다 강점이 다 다르죠. 좋은 배우가 있다 해도 그의 연기가 모든 작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100% 다 좋을 수는 없어요. 그냥 배우의 고유성이 변하지 않는 것이죠. 저도 스스로 어떤 고유성을 가진 배우라는 걸 인정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내게 없는 걸 가진 다른 배우들을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신이 아니고서야 한 사람이 모든 걸 가질 수는 없고 아무리 훌륭한 배우도 모든 사람을 환호케 할 만한 연기를 매번 할 수는 없을 거예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에게서 힘이 느껴진다는 건 좋기도 하지만 반대로 불편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여전히 고민하게 되고요, 좀 더 힘차게 표현하고 싶을뿐이에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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