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조선은 현실불만에 만성분노형"…'묻지마 범죄' 전문가 진단

이승아 기자 김형준 기자 2023. 7. 2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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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아 김형준 기자 = "기본적으로 또래 남성에 대해 시기심이나 질투심 또 피해망상이 강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10여 년 전부터 묻지마 범죄를 연구해 온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분석조사연구실장은 지난 21일 서울 신림동 번화가에서 칼을 휘두른 조선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일면식도 없던 사람 4명을 공격한 조선. 이처럼 비면식 관계의 사람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이상 동기 범행을 '묻지마 범죄'라고 부른다.

◇ "신림동 사건, 현실불만·만성분노형 범행"

묻지마 범죄는 세 유형으로 나뉜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정신질환형, 자신의 삶을 비관하고 그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시키는 현실불만형, 전과 경력이 많고 평소에도 폭력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만성분노형이다.

윤 실장은 조선의 경우 현실불만형과 만성분노형에 동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남들도 불행해졌으면 좋겠다'는 조선의 발언은 현실에 불만을 갖고 처지를 비관해 범행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3건의 전과와 14건의 소년부 송치 전력은 만성적으로 폭력을 통해 분노를 표출해왔다는 점을 말해준다.

조선은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와는 다른 수법을 보였다. 묻지마 범죄 피해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이 아닌 또래 남성만을 공격했다. 윤 실장은 "젊은 남성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는 것 같다"며 "구직이나 연애에 있어서 또래 남성을 경쟁자로 인식하고 자신이 패배자가 됐다고 망상하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33·남)이 2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에 구속 송치되고 있다. 조선은 지난 21일 오후 2시7분쯤 신림동 인근 상가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공동취재) 2023.7.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조선의 잔혹성, 정신상태 보여줘"

조선은 피해자들에게 수차례씩 흉기를 휘두르는 잔혹성을 보였다. 현장에서 나타난 범행 도구와 행위가 그의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를 보여준다는 것이 윤 실장의 분석이다.

윤 실장은 "현실불만형이나 정신질환형 같은 경우는 한 번의 제압으로 타격감을 크게 노리기 위해 예기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다"며 "피해의식이 강했다거나 그 의식이 거의 망상 수준까지 가서 죽이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사고가 극단적으로 치우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행 후 저항 없이 경찰에 따르는 모습이나 무기력한 발언 또한 취약한 정신상태의 발로로 풀이된다. 윤 실장은 "범죄현장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은 대개 정신적으로 미약한 사람들"이라며 "자포자기 상태에서 '교도소에 가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윤 실장은 "범행에 대한 의식 자체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흉기가 있었고 이전에 가본 장소였다는 발언도 했기 때문에 고의성을 기각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묻지마 범죄, 사회 사각지대 종합판"

신림동 사건 외에도 최근 과외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정유정 등 젊은 세대의 묻지마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각자도생의 문화, 양극화 등 현대 사회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윤 실장은 "과거에 비해 사회적 지위 등 불평등이 심해졌다"며 "SNS가 발달하면서 상대적 박탈감, 열등감을 느낄 기회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각자도생 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청년층의 좌절감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어 "묻지마 범죄의 세 유형은 모두 사회적 안전망, 형사정책의 사각지대를 잘 보여준다"며 "취약자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리, 정신보건체계와 형사사법체계의 공조 등 시스템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양형 기준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범죄 위하력을 높이기 위해 묻지마 범죄의 경우 보다 강한 형량을 선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실장은 "묻지마 범죄는 국민에게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야기한다"며 "모든 범죄가 잘못이지만 무고한 사람에게 심각한 트라우마가 생기는 범죄는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행 누범자들은 교정·교화의 기회를 주기 위해 실형을 선고하고 묻지마 범죄에 있어서도 처벌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림동 사건에 대한 진단과 묻지마 범죄 예방을 위해 필요한 우리 사회의 개선점 등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신림동 칼부림’ 피의자 조모씨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7.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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