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추격에도 굳건한 맥주 1위 오비…하이트진로 역전 가능할까
오비 점유율 53.1%…가정시장 1위 방어
제 살 깎아 먹는 하이트진로…부담 커져
카스 점유율이 여전히 1위인 상황에서 켈리가 도리어 기존 ‘테라’의 매출을 잡아먹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8일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맥주 가정시장에서 오비맥주의 카스 프레시는 점유율 42.3%를 기록하며 모든 맥주 브랜드 중 1위를 기록했다. 제조사별 순위에서도 오비맥주는 53.1% 점유율로 1위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상반기 전반도 준수하지만, 2분기로 가면서 실적은 더 좋아졌다. 카스와 2위 브랜드 간 격차는 올해 1분기 2.3배 수준이었는데 2분기에 접어들면서 2.7배까지 늘어났다. 가정시장 판매량도 지난 4월 대비 6월 약 5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업계에서는 최근 켈리의 매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오비가 가정시장 1위를 방어했다면 켈리가 테라의 점유율을 잡아먹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론에 힘이 실린다. 신제품 출시 후 기존 주력상품 매출이 줄어드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현상이라는 것이다.
양사를 비롯해 업계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카스는 1분기와 2분기 때 점유율이 거의 똑같다. 사실 (2분기에) 오히려 조금 떨어졌다”며 “(그런 상황에서) 경쟁사와 격차가 벌어진 걸 보면 경쟁사 제품의 점유율이 쪼그라들었단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어 “1위 브랜드(카스)를 정말 위협하는 브랜드를 키운다기보다 2위(테라)의 입지가 약해지면서 강한 3등(켈리)을 키우는 상황”이라며 “(하이트진로의) 제조사 점유율은 높아졌겠지만, 오히려 1위 브랜드의 입지가 더 공고해진 역효과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 매체는 켈리 출시 첫 달인 지난 4월 하이트진로가 오비맥주를 제치고 대형마트 매출 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으나, 이는 일부 유통채널에서 단기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켈리의 점유율이 11%포인트 늘어날 동안, 테라의 점유율은 8%포인트나 떨어진 것. 한맥이나 카스 라이트 등 기타 제품을 제외하고도 오비맥주(카스)의 점유율이 1%포인트 늘어날 동안 하이트진로의 ‘제 살 깎아먹기’가 일부 연출된 셈이다.
가정시장 주요 채널인 편의점 업계에서도 비슷한 동향이 나타났다. 편의점 B사에서는 지난 4~6월 켈리의 매출 비중이 9.0%포인트(1.6%→10.6%) 늘어날 때 테라의 매출 비중이 3.5%포인트(18.2%→14.7%) 하락했다.
이 기간 카스의 매출 비중은 58.2%에서 55.2%로 3.0%포인트 하락했다. 켈리의 매출 신장률이 뚜렷한 건 사실이지만, 경쟁사 제품뿐만 아니라 기존 자사 제품 테라의 매출까지 같이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카니발라이제이션 지적에 대해 “테라에서 일부, 또 경쟁사 제품에서 점유율 일부를 취하며 켈리를 성장시키는 것”이라면서도 “하이트진로 제품은 켈리와 테라 모두 잘 판매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켈리가 테라를 잠식하고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맥주를 생산하는 공장에서도 근로자들이 (점유율 위축이나 카니발라이제이션 등을) 전혀 못 느낄 정도로 많이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4년 만에 출시한 신제품인 만큼 하이트진로의 켈리 마케팅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시 99일 만에 330㎖ 용량 기준 1억병 판매를 달성했지만, 광고선전비를 크게 늘린 만큼 실질적인 수익성이 악화한 점도 하이트진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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