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추격에도 굳건한 맥주 1위 오비…하이트진로 역전 가능할까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7. 28. 1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켈리 인기지만 편의점·마트서 테라 수요↓
오비 점유율 53.1%…가정시장 1위 방어
제 살 깎아 먹는 하이트진로…부담 커져
지난 2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맥주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 4월 라거 맥주 신제품 ‘켈리’를 출시한 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온 하이트진로가 아직 오비맥주 ‘카스’의 벽을 넘어서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스 점유율이 여전히 1위인 상황에서 켈리가 도리어 기존 ‘테라’의 매출을 잡아먹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8일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맥주 가정시장에서 오비맥주의 카스 프레시는 점유율 42.3%를 기록하며 모든 맥주 브랜드 중 1위를 기록했다. 제조사별 순위에서도 오비맥주는 53.1% 점유율로 1위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상반기 전반도 준수하지만, 2분기로 가면서 실적은 더 좋아졌다. 카스와 2위 브랜드 간 격차는 올해 1분기 2.3배 수준이었는데 2분기에 접어들면서 2.7배까지 늘어났다. 가정시장 판매량도 지난 4월 대비 6월 약 5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업계에서는 최근 켈리의 매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오비가 가정시장 1위를 방어했다면 켈리가 테라의 점유율을 잡아먹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론에 힘이 실린다. 신제품 출시 후 기존 주력상품 매출이 줄어드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현상이라는 것이다.

양사를 비롯해 업계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카스는 1분기와 2분기 때 점유율이 거의 똑같다. 사실 (2분기에) 오히려 조금 떨어졌다”며 “(그런 상황에서) 경쟁사와 격차가 벌어진 걸 보면 경쟁사 제품의 점유율이 쪼그라들었단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어 “1위 브랜드(카스)를 정말 위협하는 브랜드를 키운다기보다 2위(테라)의 입지가 약해지면서 강한 3등(켈리)을 키우는 상황”이라며 “(하이트진로의) 제조사 점유율은 높아졌겠지만, 오히려 1위 브랜드의 입지가 더 공고해진 역효과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 매체는 켈리 출시 첫 달인 지난 4월 하이트진로가 오비맥주를 제치고 대형마트 매출 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으나, 이는 일부 유통채널에서 단기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달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주류 코너.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매경닷컴이 국내 주요 유통채널에 문의한 결과, 지난 4월 대형마트 A사의 맥주 브랜드별 점유율은 ▲카스 41% ▲켈리 12% ▲테라 28%였다. 두 달 뒤인 6월에는 ▲카스 42% ▲켈리 23% ▲테라 20%로 바뀌었다.

켈리의 점유율이 11%포인트 늘어날 동안, 테라의 점유율은 8%포인트나 떨어진 것. 한맥이나 카스 라이트 등 기타 제품을 제외하고도 오비맥주(카스)의 점유율이 1%포인트 늘어날 동안 하이트진로의 ‘제 살 깎아먹기’가 일부 연출된 셈이다.

가정시장 주요 채널인 편의점 업계에서도 비슷한 동향이 나타났다. 편의점 B사에서는 지난 4~6월 켈리의 매출 비중이 9.0%포인트(1.6%→10.6%) 늘어날 때 테라의 매출 비중이 3.5%포인트(18.2%→14.7%) 하락했다.

이 기간 카스의 매출 비중은 58.2%에서 55.2%로 3.0%포인트 하락했다. 켈리의 매출 신장률이 뚜렷한 건 사실이지만, 경쟁사 제품뿐만 아니라 기존 자사 제품 테라의 매출까지 같이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카니발라이제이션 지적에 대해 “테라에서 일부, 또 경쟁사 제품에서 점유율 일부를 취하며 켈리를 성장시키는 것”이라면서도 “하이트진로 제품은 켈리와 테라 모두 잘 판매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켈리가 테라를 잠식하고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맥주를 생산하는 공장에서도 근로자들이 (점유율 위축이나 카니발라이제이션 등을) 전혀 못 느낄 정도로 많이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4년 만에 출시한 신제품인 만큼 하이트진로의 켈리 마케팅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시 99일 만에 330㎖ 용량 기준 1억병 판매를 달성했지만, 광고선전비를 크게 늘린 만큼 실질적인 수익성이 악화한 점도 하이트진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