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代 자녀에게 '엄카' 대신 '내카'… 재테크 습관 길러주세요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3. 7. 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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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청소년 금융상품' 봇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자본주의 키즈'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고 자란 요즘 세대는 부모와 달리 자본주의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키즈는 근검절약 대신 소비를 미덕으로 삼고 자본소득이 그들의 자랑거리다. 땀 흘려 일해 번 돈도 소중하지만 '돈으로 번 돈'을 더 높게 치는 이들은 재테크 노하우를 공유하며 매일 투자에 나선다.

Z세대, 알파세대 등 어린 세대로 갈수록 이 경향은 두드러진다. '금융생활은 아무리 일찍 해도 이르지 않다'는 사실을 체감한 젊은 부모의 조기 교육 덕분이다. 애플·삼성전자 주식은 자녀 생일 선물로 인기다. '절세'와 '복리의 마법' 그리고 '금융 교육' 효과까지 있으니 일석삼조다. 계획적으로 소비하고 현명하게 투자하는 아이를 기르고 싶은 '자본주의 부모'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을 아끼지 않는다.

잠재 수요를 포착한 금융사들은 '청소년 금융'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찍이 청소년 고객을 확보해두면 이들이 커서 고스란히 성인 고객으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을 활용해 결제, 이체, 지출 관리 등 핵심 금융 서비스를 청소년이 자기 명의로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들의 소비·소득 수준에 걸맞은 소액 적금을 제공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각 금융사의 청소년 재테크 수단을 모았다.

'틴즈'(만 7세부터 만 18세 이하 가입자)만 현재 200만명이 넘는 토스는 만 7~16세인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기 이름으로 만들어 쓸 수 있는 선불식 충전 카드 '유스카드'를 제공한다. 유스카드는 연결된 가상 계좌에 돈을 이체하거나 CU 편의점에서 현금으로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오프라인 매장 결제뿐만 아니라 온라인 가맹점 결제와 교통카드 기능도 가능하다. 단 청소년 제한업종, 자동 결제, 해외 결제에는 사용이 제한된다.

부모님 카드가 아니라 본인 이름으로 된 '내 카드'를 쓴 뒤 토스 앱을 통해 소비 내역을 확인하고 결제 알림, 카드 일시 정지 등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7월 기준 유스카드 누적 발급량은 116만장으로, 출시 이후 발급량을 따져보면 하루 평균 2000장이 넘는다. 이용자들이 편의점에서 충전한 횟수만 누적 115만회에 달한다.

윤주승 토스 틴즈 사일로 PO(제품책임자)는 "어린이와 청소년도 주체적으로 소비 활동을 하고 싶어하며, 적은 금액의 용돈도 스스로 관리하길 원한다는 점에 주목해 유스카드를 만들게 됐다"면서 "10대가 토스 앱을 더 잘 사용하고, 주체적인 금융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은 '토스 모의투자'를 통해 토스에서 모의 주식 투자도 해볼 수 있다. 지난 4월 토스가 출시한 '토스 모의투자'는 이용자들이 가상머니 1000달러를 활용해 국내외 주식 투자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실시간 시세 정보를 활용하고, 청소년이 이해하기 쉽도록 종목 설명과 투자 가이드도 제공한다. 지난 10일에는 닷새간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틴즈 모의투자 대회'도 개최했다. 참가자만 15만명이 넘었고, 1등에게는 현금 10만원에 상당하는 토스포인트를 지급했다.

카카오뱅크도 선불전자지급수단 '카카오뱅크 mini'를 제공한다. 카카오뱅크 mini를 개설하면 니니즈 캐릭터 5종이 그려진 'mini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CU 편의점에서 결제하면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자주 진행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많이 쓴다. 지난 1분기 기준 mini 카드를 통한 결제액만 총 4307억원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는 mini 사용자를 대상으로 'mini 26일저금 서비스'를 제공해 어릴 때부터 저축 습관을 기르는 것도 돕는다. mini 26일저금은 어린이들의 소비·용돈 수준에 맞게 26일 동안 매일 500~2000원씩 저금할 수 있는 상품이다. 도전 기록을 스탬프로 남길 수 있고, 배달의민족·메가박스·멜론·올리브영·GS25 등 청소년의 주요 소비처와 제휴해 소정의 혜택도 제공한다. 카카오뱅크가 이달 출시한 'GS25와 26일저금'은 연속 저금 성공일자에 따라 GS25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간식 교환권'과 '할인쿠폰'을 줬다. 연속 저금 1일 차에 탄산음료 교환권, 7일 차에 컵라면 교환권, 14일 차에 바나나우유 교환권, 25일 차에 아이스크림 교환권 등을 지급했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만 14~18세로 돼 있는 '카카오뱅크 mini' 가입 가능 연령도 8월 중 만 7~18세로 확대할 예정이다. 연령 확대와 함께 14세 미만 어린이 고객을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와 프로모션도 준비 중이다.

케이뱅크의 선불전자지급수단 '하이틴(Hi teen)'은 '하이틴 카드'를 통해 상시 캐시백 혜택을 제공한다.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 등 편의점과 온라인에서 하이틴 카드를 쓸 때마다 100원씩 돌려받는다. 월 최대 캐시백 한도는 편의점 1000원, 온라인 500원이다.

핀테크 기업 '레몬트리'가 출시한 '퍼핀 용돈카드'는 부모가 쉽게 자녀 용돈을 통제할 수 있고 금융 교육과 연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입소문이 퍼졌다. 부모가 자녀와 정기 용돈 계약을 맺어 카드 선불 충전금액을 자동 충전해줄 수 있다. 자녀의 카드 사용 내역은 모두 부모에게 공유된다. 자녀가 돈에 대해 공부하면 부모에게 추가 용돈을 받을 수도 있다. 레몬트리는 자녀가 경제 상식 퀴즈를 풀도록 하고, 학습 보상을 부모가 설정한 용돈으로 지급하는 금융 학습 커리큘럼 '퍼핀월드'를 제공한다.

어린이·청소년만 가입할 수 있고 무료 보험 가입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도 눈길을 끈다. KB국민은행은 적금, 어린이통장, 청소년통장으로 구성된 'KB 영 유스' 시리즈 금융 상품을 제공한다. KB 영 유스 적금은 만 19세 미만 어린이·청소년이 가입할 수 있는 적금으로 7월 기준 최고 연 3.65% 금리를 준다. 신한은행 '신한 MY 주니어 적금', NH농협은행 'NH착한어린이적금'도 어린이·청소년 고객을 대상으로 적금 가입 시 무료 보험 가입 혜택을 제공한다. 신한 MY 주니어 적금 금리는 최고 연 4.0%, NH착한어린이적금 금리는 최고 연 3.7%다.

NH농협은행 'NH1418스윙적금'과 우리은행 '우리 아이행복 적금2'는 금리가 각각 최고 연 6.6%, 연 4.4%로 다른 상품에 비해 높은 편이다. NH1418스윙적금은 스윙입금서비스(NH1418우대통장에서 설정한 금액만큼 매주 정해진 요일에 자동으로 적금에 입금되는 서비스)를 연결하면 0.5%포인트 우대금리를 준다. 우리 아이행복 적금2는 길을 잃어버리기 쉬운 영유아 고객을 위한 상품으로 경찰청 '지문 등 사전등록'을 하고 신고증을 제출하면 1.0%포인트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 '(아이) 꿈하나 적금'은 아이의 출생, 입학 등 특별한 해에 특별금리를 제공하는 적금이다. 기본적으로 0.8%포인트 우대금리를 포함해 7월 기준 최고 연 3.75% 금리를 준다. 다만 출생이나 입학 등 삶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는 해당 연도에 특별금리를 적용한다. 특히 만 14세까지 희망 대학을 등록하고, 희망 대학에 입학하면 만기 전 1년간 연 2.0%포인트의 특별금리를 제공한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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