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왕 기아 탈까 배당왕 포드 탈까 성장왕 테슬라 탈까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3. 7. 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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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동차 빅5 주식 비교해보니

1960년대에 걸맞은 영화가 '포드 대 페라리'였다면 올 들어 시장은 '기아 대 테슬라'를 외치고 있다.

13%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기아는 실적 대비 낮은 주가와 짭짤한 배당수익률로 투자 시장에서 '기린아'(지혜와 재주가 뛰어난 사람)로 떠오른다.

수익성이 꺾인 테슬라는 매출 대비 비용 수준이 낮은 데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절대 강자로 언제든 수익성이 가장 높은 '마진왕' 자리를 탈환할 태세다.

수년간 구조조정을 이어온 포드는 특별배당 등 주주환원 강화로 주주 이탈을 막고 과거의 영광을 찾겠다는 심산이다.

매일경제신문은 금융감독원과 블룸버그 지표를 바탕으로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 주식 '빅5'를 분석했다. 국내 현대차·기아와 미국 테슬라·GM·포드가 그 대상이다.

작년 2분기와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을 비교해보니 기아·현대차·GM이 오른 반면 테슬라와 포드는 마진이 떨어졌다.

올 2분기 영업이익률 1위는 기아다. 마진왕 자리는 레저용 차량(RV) 스포티지와 전기차 EV9이 만들어줬다.

분기 매출 26조2442억원에 영업이익 3조4030억원을 달성했다. 1년 새 매출과 이익은 각각 20%, 52% 급증했다.

작년 2분기까지만 해도 기아는 영업이익률이 10.2%로, 테슬라에 이어 2위였다. 1년 새 기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EV9 같은 고수익 차종에 주력하고, 판매관리비 등 비용 절감에 나섰다.

이 같은 전략은 고가 차량인 제네시스 위주로 마진을 많이 남기는 현대차와 비슷하다. 현대차 역시 1년 새 영업이익률이 작년 2분기 8.3%에서 올해 2분기 10%로 뛰었는데, 같은 기간 기아는 10.2%에서 13%로 점프했다.

투자자들이 현대차보다 기아를 더 주목하는 이유는 자동차 회사로선 달성하기 어려운 '4(PER)-4(배당수익률)클럽'이라는 점이다. 올해 예상 순이익 기준으로 기아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01배로, 현대차(4.3배)는 물론, GM(5.28배), 포드(7.71배)보다 저평가돼 있다.

그동안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온 테슬라는 이제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작년 2분기에 이익률이 14.6%였는데 올 2분기에는 9.6%로 내려왔다. 기아, 현대차보다 아래다.

수익성이 떨어진 테슬라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이 회사의 비용 통제력 덕분이다. 테슬라의 2분기 매출 대비 영업비용률은 8.6%로 한 자릿수다. 영업비용에는 인건비를 중심으로 판매·마케팅비 등이 포함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 같은 비용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1%, 10.1%로 테슬라보다 높다.

이 같은 비용 통제력의 차이는 노조 유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달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요구안에 현행 만 60세에서 64세로의 정년 연장과 기본급·성과급 인상 등을 포함시켰다. 특히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달라는 노조 요구를 사측이 받아들이면 주주 몫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기아와 현대차의 PER이 4~5배라고 해서 무조건 저평가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강력한 노조의 요구가 관철되면 순익이 감소해 주주 환원에 나설 여력이 감소한다는 위험(리스크)이 상존하고 있다.

테슬라는 올 들어 노조 설립을 주도한 노동자를 무더기 해고하는 등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테슬라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고수하는 주요 이유다.

정부와의 대립각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주주 편에 서 있는 셈이다.

기아나 현대차보다 비용 부담이 덜한 테슬라는 이익률이 꺾인 와중에도 높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지난 27일까지 144.5% 올랐다. 기아와 현대차는 각각 35%, 26% 상승했다.

자동차 업종 주가는 전기차 판매량과 높은 상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은 중국이지만 투자 시장에선 미국 점유율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다. 중국에선 중국 기업 몰아주기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기준 미국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 곳도 테슬라(33만6892대)다.

현대, 기아차, GM, 포드의 판매량을 다 합치면 10만대 수준이다. 빅5 기준으로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무려 77%에 달한다.

압도적인 점유율은 테슬라의 높은 PER(78.4배)을 설명하는 도구다.

테슬라의 투자 리스크는 '레거시'(전통 자동차 기업)의 협력이다.

국내 업체(현대차·기아)는 BMW·GM·혼다·메르세데스-벤츠·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미국에서 '충전 동맹'을 결성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선 배터리 충전이 필수적이다.

미국 에너지부 기준으로 미국 고속 충전소의 60%를 테슬라가 점유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레거시의 충전 동맹은 테슬라의 독점을 깨기 위해서다. 1조원 이상을 투입해 미국에 충전소를 대거 설립하겠다는 전략이다.

배당수익률 1위는 포드(4.39%)다. 기아와 함께 4%대 배당수익률로 국내 시중은행 예·적금 수준의 금리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미국 전기차 점유율은 물론, 영업이익률도 가장 낮지만 주주 입장에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포드는 북미 지역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계약직 등 최소 1000명을 추가로 정리해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미국 레거시는 전기차 전환으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자 전기차 사업부 인원까지 감축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매출 대비 영업비용률이 한 자릿수로 낮아 '마진 턴어라운드'도 기대할 수 있다.

포드는 분기 주당 0.15달러에다 0.65달러의 특별배당을 지급하며 주주를 붙잡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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