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는 게임업계, 연이은 권고사직 논란… “게임 흥행 실패하면 내 자리도 위태” 불안감 확산
IPO 앞둔 시프트업, “게임 서비스 종료하며 권고사직 …당일 결정 강요”
엑스엘게임즈 노조 “잘 되는 게임엔 성과급 지급하고, 나머지엔 희망퇴직 이야기”
법적 문제 없지만, 업계 “회사 책임 일반 근로자에 넘기나”
국내 게임사들이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면서 고용 불안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매출 부진 등을 이유로 사직을 당일에 결정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회사와 직원의 마찰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2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시프트업은 오는 9월 2016년 출시했던 ‘데스티니 차일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하면서, 해당 게임을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시프트업은 지난 20일 직원과 개별 면담을 진행해 3개월 급여가 포함된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위한 잔류를 면담 장소에서 바로 결정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프트업 관계자는 “7년여간 서비스한 게임의 적자가 장기화하면서 해당 게임 서비스를 고심 끝에 종료하기로 했다”라며 “전환배치를 신청한 직원들은 간소화된 채용 프로세스를 통해 다른 부서로의 배치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 역시 지난 20일 자사 게임 아키에이지 팀 직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했다. 엑스엘게임즈는 지난해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돼 적자 폭을 줄이는 것이 절실하다. 이에 엑스엘게임즈는 최근 저조한 성적을 보인 ‘아키에이지’ 서비스 종료를 검토하면서 관련 인원에 대한 희망퇴직과 전환배치 신청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아키에이지는 2013년 출시됐다.
엑스엘게임즈 노동조합 측은 26일 카카오 노조 단체 행동에 참석해“최근 흥행에 성공한 아키에이지 워 담당자들에겐 적자를 각오한 성과급을 지급하고, 아키에이지에는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있다”라며 “비상식적인 경영 DNA다”라고 비판했다. 업계에선 “아키에이지 게임 담당자에 대한 차별 대우이자 ‘잘 되는 게임’을 살리기 위해 원조 게임 직원을 순차적인 구조조정에 내몬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정 게임 담당자뿐 아니라 전사 직원 중 일부가 권고사직 대상이 된 사례도 있다. 게임업체 테이크원컴퍼니는 지난 6월 전체 직원 200여명 중 50여명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지난 5월 게임 ‘블랙핑크 더 게임’을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부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테이크원컴퍼니 관계자는 “누적적자가 있었기에 권고사직을 진행했고, 일부 직원들은 다른 곳으로 재배치 된 곳도 있다”라며 “특정 게임과 관련된 인원뿐 아니라 전사 직원 중 일부가 권고사직 대상이었다”라고 했다.
개발 진행 중이던 게임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직원들이 갈 곳을 잃은 경우도 발생했다. 웹젠은 지난 4월 진행 중이던 게임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개발 자회사 웹젠 비트 소속 직원 10여명에게 권고사직을 제안했다. 웹젠 노조 관계자는 “웹젠 내 다른 회사로 재배치받기 위해선 반드시 권고사직 문서에 서명을 진행해야 했다”라며 “결국 내부 이동을 위해선 별다른 선택이 없었다”라고 했다. 이에 웹젠 관계자는 “게임 프로젝트 중단 사유는 내부테스트 결과 개발 미진에 따른 사업성 부족이다”라며 “회사 차원에서 다른 자회사로 전환 배치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했다.
게임업체가 수익성 등을 이유로 특정 사업을 중단하면서 직원에 희망퇴직 혹은 전환배치에 대한 결정을 당일 요구하거나 권고사직을 제안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이 아니다. 김경락 대상 노무법인 노무사는 “면담 자리에서 희망퇴직과 잔류 등에 대한 대답을 지금 당장 결정하라고 하는 것도 강도와 횟수 등이 심하지 않을 경우를 제외하곤, 판례에 따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른 법인으로 직원을 다시 재배치하는 경우에도 권고사직을 받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게임업계에선 상대적으로 이러한 일이 잦다”라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회사가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일반 직원에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업계 노조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회사가 이를 악용하는 것이다”라며 “특정 프로젝트가 중단돼도 충분히 다른 업무에 직원을 투입할 수 있는데 권고사직을 종용하는 문화가 이미 자리 잡은 상태다. 업계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내가 맡은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면 언제든 권고사직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종사자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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