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계약 취소되고, 매출은 반토막” 공포와 침체 ‘이중고’ 겪는 신림동

최효정 기자 2023. 7. 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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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계약금 받아도 계약 엎어지고 문의 전화도 ‘뚝’
먹자골목 한산…”밤에도 2~3개 테이블이 전부”
28일 추모 공간 정리…”빨리 잊히길 바라는 마음”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50대 A씨는 며칠 전 계약금까지 치른 원룸 계약 건을 돌연 취소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21일 조선(33)이 신림역 근처 상가 골목에서 20대 남성을 살해한 ‘신림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직후다. 그 사건 이후 전·월세 매물을 보여주기 위해 잡았던 약속은 줄줄이 엎어지고 문의 전화도 뚝 끊겼다. A씨는 “상권 침체가 장기화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신림역 일대는 수도권 최대 원룸촌이 있고 하루 지하철역 승하차 수가 10만명이 넘을 정도로 유동 인구가 풍부해 20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부터 30~40대 직장인, 50~60대 중장년층까지 모두 찾는 수도권 대표 유흥 상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분기에도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1.4%로 서울 전체 평균(7.9%)보다 크게 낮았다. 지난해엔 점포당 매출이 전년 대비 53.8% 증가해 서울 시내 140개 주요 상권 중 강남 가로수길, 을지로3가, 고덕역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1일 대낮 상가 한복판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이 기지개를 켜던 상권에 찬물을 끼얹었다. 28일 이곳에서 만난 상인들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호소했다. 식당이나 술집뿐만 아니라 서울의 대표적인 원룸촌인 신림동에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문의도 줄었고, 건물 임대 수요도 감소했다.

28일 낮 신림동 먹자골목 모습. 한산한 거리에 경찰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전병수 기자

이날 오전 10시쯤 20대 남성 1명이 사망한 사고 지점 바로 건너편 가게는 현재 매장 운영을 임시 중단한 상태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만이 남겨져 있었다. 사건 현장에 마련됐던 추모 공간은 이날 이른 아침 신림동 상인회 측에서 사고 방지 등을 이유로 정리했다. 인근 부동산에서 일하는 공인중개사 방상복(66) 씨는 “안타까운 사건 이후 상인들은 사건이 빨리 잊히길 바라는 분위기”라며 “상권도 죽었는데 추모 공간에 모금함을 가져다 놓고 고성을 지르는 등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상인들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림동 먹자골목도 평소 점심 저녁 없이 사람들이 붐볐지만 지난주 사건 이후로 눈에 띄게 손님이 줄었다. 이날 정오쯤 골목에는 3인 1조를 이룬 경찰들이 순찰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인적을 찾기 힘들었다. 인근 식당 대부분이 만석인 곳이 없이 한두 테이블만 차 있는 상태였다. 인근에서 24시간 운영 식당 직원인 60대 B씨는 “어젯밤에는 2~3개 테이블이 찬 것이 끝이었다”라며 “월요일 밤에도 먹자골목은 북적거리는 편인데 지금은 사람도 없고 매출은 절반 넘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로 나아지나 했는데 다시 매출이 반토막이 나면서 언제 돌아올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안타까운 피해자가 발생한 만큼 매출이 줄었다고 적극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다. 사건 현장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60대 C씨는 “자정 넘어까지 운영하는 카페인데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든 상황”이라면서도 “사람이 안타깝게 죽은 사고라 장사 안된다고 뭐라고 할 상황도 아니고 사건에 대한 충격이 아직 남아있어 되도록 생각하지 않고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27일 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이 28일 오전 정리된 모습/ 강정아 기자

인근 부동산들도 원룸이나 상가 임대 수요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 신림동 1번 출구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60대 김 모 씨는 “신림동은 워낙 사람으로 붐비는 곳이라 가게 임대 문의가 꾸준한데 사건 이후로는 아예 문의가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다들 흉기 난동부터 생각하니 시간이 좀 지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곳 인근에서 영업을 하는 것에 대한 공포심도 여전했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에 직접 피해 신고를 한 목격자이기도 한 자영업자 50대 D씨는 “지난주 흉기 난동 이후 출근하고 일을 보면 누군가 날 해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렵다”라며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가게 문을 열어도 깜짝 놀라고 집으로 퇴근해야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관악경찰서는 주민과 상인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4일부터 신림역 일대 방범 활동을 강화했다. 경찰은 당곡지구대 순찰 범위를 신림역까지 확대하고 신림역 인근에 신림지구대 순찰차 2대를 거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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