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지 말아요” 정전 70주년 굿즈 제작한 90대 참전 용사들

오유진 기자 2023. 7. 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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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70주년을 맞아 굿즈를 제작한 6·25 참전 용사들. /서울북부보훈지청 제공

“참전 용사들이 점점 잊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오래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지난 27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통합복지센터 3층 사무실에서 만난 6·25 참전 용사 김성용(89)씨가 이같이 말했다. 김씨를 포함한 참전 용사 10명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티셔츠와 모자, 열쇠고리 등 특별한 굿즈를 제작했다. 굿즈 하나하나 이들이 손수 작업한 글과 그림이 담겼다.

김씨는 ‘Don’t forget me(나를 잊지 말아요)’ 문구와 파란 물망초 그림이 들어간 흰색 티셔츠를 꺼내 보였다. 초록색 모자에는 ‘survive(생존하다)’, 열쇠고리에는 ‘나라 사랑하기 바라이다’ ‘겁없이 씩씩하게 살아라’ 글이 적혀 있었다. 일상에서 참전용사를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아 지난 3월부터 5월 말까지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날 만난 참전 용사들은 일상생활에서 참전유공자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어 속상하다고 했다. 서정태(91)씨는 “어린 나이에 학도병으로 참전한 사람이 많았는데, 당시 비참한 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참전 용사들이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는 경우를 마주칠 때 굉장히 섭섭하다”고 했다. 김씨는 “참전유공자 모자와 조끼만 입고 지하철을 탔다가, 한 젊은이로부터 아파트 경비원으로 오해당한 경험도 있다”고 했다.

굿즈 제작을 위해 모인 참전 용사들은 서울북부보훈지청 소회의실에서 하루 3~6시간씩 스케치북과 사인펜으로 글씨 쓰기, 그림 그리기 연습을 했다고 한다. 가장 어려운 건 ‘영어 쓰기’였다고 한다. 문태극(89)씨는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 영어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그런지 손이 마음대로 안 움직였다”며 “그래도 젊은 세대에게 오래 기억될 수 있게 뭐라도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6·25 참전 용사들이 굿즈 제작을 위해 스케치북에 글씨 쓰기와 그림 그리기 연습을 하고 있다. /서울북부보훈지청 제공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진행된 펀딩에 총 1883만3000원의 모금액이 모였다고 한다. 굿즈를 구매한 사람들 사이에선 “우리나라 지켜주신 어르신들 감사하다” “열쇠고리 샀는데 매일 멘트 보며 용기 내고 힘을 얻는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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