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뜨면 트렌드 성지, 그가 찍은 옷은 완판… ‘킹반인’ 시대를 연 주인공

최보윤 기자 2023. 7. 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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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카페 브랜드 카멜 커피 박강현 대표
록펠러센터 주최로 뉴욕 맨해튼서 커피트럭 선보여
인스타그램 팔로워 약 20만명...특유의 유머와 감각으로 인기
루이비통, 케이스티파이, 리바이스 등과도 협업

“거기, 루이비통이랑 했다며?”

올초 패션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밀 아닌 비밀처럼 전파된 문장. ‘했네 했어. 그것도 루이비통이랑.” 주어 같은 건 없어도 됐다. 이미 그들 사이에선 루이비통과 ‘할’ 상대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이 암호 같은 문장의 주어와 맥락을 따지면 이렇다.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루이비통 2023 프리폴쇼를 기념해 루이비통이 국내 카멜 커피와 협업한 것이다. 프리폴쇼 제품을 선보이는 팝업 스토어에서 루이비통의 상징적인 패턴을 담은 디저트와 음료를 선보였다. 루이비통 코리아와 국내 로컬 카페가 손잡은 건 처음. 디자인 저작권에 까다로운 루이비통 측에서 흔쾌히 디자인 재해석을 허락한 것이다. 카멜커피는 그들의 감성을 살려 루이비통 다미에 패턴 종이백과 디저트 박스 등도 선보이며 팬들을 들썩였다.

요즘 트렌드가 궁금하면 이 사람을 찾으면 된다. 카멜 커피 박강현(41) 대표. 드러난 프로필만 보면 갸우뚱 할 수도 있다. 부산 출신 40대 자영업자에 오는 9월 셋째가 태어나는 다둥이 아빠. 가정에 힘쓰는 여느 평범한 가장과 다름 없어보인다.

하지만 이 남자, 자신의 유행어 ‘보통아이요’ 그 자체다. 4~5년부터 패션 유튜버로 이름난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현재 20만명. 1030 세대 팬이 상당수다. 그가 ‘뜨면’ 트렌드 성지가 되고, 그가 ‘찍은’ 옷은 완판 행렬이다. 그가 연 카페는 연예인들의 아지트가 됐다. 연예인못지 않은 일반인이란 뜻의 ‘킹반인(킹+일반인)’ 시대를 연 주인공으로 꼽힌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온라인을 또 한번 들썩였다. 지난 19일부터 일주일간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가 주관하는 ‘한국문화주간’에 발탁돼 커피 트럭을 선보인 것. 트렌드의 중심인 뉴욕 한복판에 토종 커피 브랜드가 진출했다. 최근 만난 그는 “커피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여름 솔(soul) 음료 미숫가루도 뉴욕 트렌드 리더들에게 각인시킬 것”이라며 웃었다. 가무잡잡한 피부가 미 캘리포니아 물 좀 먹은 듯 번질번질하다. 박찬호 스타일 ‘빠다발음’이 튀어나올 것 같은 순간, 팬들을 사로잡은 진득한 부산 억양의 속사포 말투가 뿜어져 나온다. “저 미국 한 번도 못 가봤는데요. 아하하하하.”

평소엔 핑크 빨강 하늘 등 밝거나 원색 의상을 자주 매치해 입는다. 그는 "유행을 눈으로는 좇지만 유행이 올라타지는 말아라"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체형을 잘 알아야 하고,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체형에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또 직업에 따라 또 생활 방식에 더 적합한 옷을 입는 게 촌스럽지 않고 멋스럽다고 덧붙였다. /고운호 기자

차별화된 감각에 맞먹는 ‘넘사벽’ 유머는 박대표가 ‘팬덤’을 일구는 바탕이 됐다. 속사포 사투리로 “애들아, 맞다 그쟈”라며 건네는 그의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은 상담의 터전이자 만남의 광장이 되곤 한다. “4050세대 콘크리트 지지층 덕분”이라 공을 돌렸지만, 그의 말투가 회자되는 걸 보면 4050은 물론 1030 세대도 포용한다. ‘고티지’(고급스러운데 빈티지한 감성), ‘골빈바지’(골드빈티지바지-금빛 포인트가 있는 빈티지한 감성), ‘그랜드 도출’(그랜드 오픈 같은 뜻), ‘1km 아재핏’(넉넉하고 편안한 느낌) 같이 암호 같은 단어들이 온라인에선 일반 용어처럼 쓰인다.

통념은 그 앞에서 여지없이 비껴간다. 패션으로 떴지만, 그 누구보다 평범한 체형을 ‘자랑’한다. 그는 “대스타 파퀴아오(필리핀 권투선수·1m66cm)와 동급” “짧은 팔 덕분에 턱걸이는 A+”라고 소개했다. 자신의 체형을 잘아는 게 옷 잘입는 제1의 비법이란다. 일부러 길어보이게 찍거나 연예인처럼 보이게 보정하는 일도 없다. “얼굴 크게 찍으니 사람들이 잘 생겨보인다 하대요.”

/고운호 기자 멋으로 찾아와 맛으로 정착한다는 카멜 커피의 박강현 대표. 20대 시절부터 '40대엔 꼭 카페를 차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해외에 명소로 자리잡은 카페처럼 문화를 소비하는 아지트로 만들고자 했다.

‘금수저’ ‘한량’이라는 추측도 돌았다. 어린 시절 잘 살았던 적도 있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고등학교 졸업뒤 200만원을 들고 서울에 올라와 청담동 고시원 반지하방에 몸을 뉘었다. 막노동은 기본. 근처 백화점 빨간 모자(고객 대신 짐 들어주는 서비스), 방송국 소품팀 등 가리지 않고 일했다. 동대문 시장 물류창고에 자리잡았다. 패션 전공은 안했지만 곁눈질로 배운 솜씨가 그의 유행어대로 하면 ‘엉성시럽지(엉성하지)’ 않았다. 옷장사로 큰 돈도 벌었다. 6개월에 한번씩 차를 바꾸기도 했다. ‘고생 끝이다. 인생 더 없다’ 생각했다. “느슨해 지면 안돼요. 저는 젊을 때 돈 잘버는 친구들 보고 독 먹고 있다 말해요. 돈독이에요. 제가 그 독에 중독돼 욕심 부리느라 쫄딱 망했었거든요.”

팬들이 그를 ‘생활 아티스트’라고 부른다는 이야기에 손사레다. “아이고, 그기 원래는 ‘생활고(生活苦) 아티스트’ 였다 아입니까. 그쟈. 돈이 없으니까 바닥 뼁끼(페인트)칠부터 로고 만들고 제 손으로 혼자 했으니까요. 요즘 살림 좀 산다캐서 생활 아티스트로 바꿨는데, 대신 누가 물어보면 ‘생활고(高) 졸업한다 안합니까.”

맨손으로 시작한 카페가 벌써 11개째가 됐다. 그의 목표는 커피와 패션이 최고로 발달한 도시인 일본 도쿄 한복판에 커피 매장을 내는 것. “일 끝내고 녹초돼도 청담동 반지하방에서 춤추며 좋아했던 시간을 기억해볼랍니다.” 호되게 당하고, 힘들었던 모든 시절을 되돌아보며 다시 일어나겠다는 그의 작은 다짐이다. “사는 게 참, 보통아이요. 그쟈? 빨리 일해야 해가지고….” 업장을 향해 성큼 내닿는 발걸음이 그의 말투처럼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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