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체감온도 33도… 부산·경남 숨 막히는 '찜통더위'
올들어 온열환자 71명(경남 51명·부산 20명) 발생·사망 1명
(부산ㆍ경남=뉴스1) 이현동 강미영 조아서 박민석 기자 = “잠시만 밖에 돌아다녀도 숨이 턱턱 막히네요. 진짜 뜨거운 찜통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에요.”
28일 낮 12시께 기온이 33도까지 오른 경남 김해시. 어방동의 한 카페 앞에서 시원한 커피를 주문한 정주영씨(30)는 이날 날씨를 그야말로 ‘찜통더위’라고 표현했다.
김해 내동 연지공원에 있는 바닥분수도 이날 찌는 듯한 더위 덕분에(?) 제 역할을 다했다. 더위를 피해 가족 단위 시민 2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바닥분수 개장 시간인 오후 1시가 되자 물줄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덥다고 불평을 늘어놓던 아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연신 시원한 비명을 질러댔다.
나무 그늘에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안소영 씨(40)는 “마음 같아선 나도 아이들 사이에 껴서 물 맞으며 놀고 싶은 기분”이라며 “아직 7월인데, 8월에는 얼마나 더울지 벌써 걱정이다. 더위 걱정은 매년 하지만, 지금은 장마가 끝난 직후라 그런지 유난히 덥고 습한 것 같다”고 말했다.
통영에서도 시민들이 무더위를 피하려 도심 곳곳을 찾았다.
통영은 이날 낮 기온이 32도를 웃돌았다. 오전에만 100여 명이 찾은 미수동 통영해양관광공원 물놀이장 역시 주로 가족 단위의 놀이객이 많았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부모 손을 잡고 물놀이장을 찾았고, 작업을 마친 야외 근로자들은 바닥분수나 그늘막 아래에서 연신 땀을 훔치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 속에서 아이들은 놀이대를 오르내리거나 풀장을 뛰어다니며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보호자들은 그늘막에 앉아 부채질을 하거나 분수 아래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혔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제 모씨(40)는 “근처에 살아서 종종 찾는다. 놀이시설 정비가 잘 됐고 물이 깨끗해서 아이를 데려오기에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조부모와 여행을 왔다는 김 모양(9)은 “바다를 보면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어서 즐거웠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정량천 물놀이장은 현장 체험을 위해 놀러 온 어린이집 원아들로 북적거렸다. 교사의 손을 잡고 조심조심 물속을 걷는 아이가 있는 반면 사방으로 물보라를 튀기며 장난을 치는 아이도 있었다.
정량동에 사는 30대 배 모씨는 “아이가 친구와 함께 놀고 싶다고 해서 왔다. 집에서 에어컨만 쐬는 것보다는 시원한 물에서 놀며 추억을 쌓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이 물놀이장 안전관리원은 “집중호우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되면서 방문객이 늘고 있다. 주말에는 풀장이 가득 찰 정도로 온다”며 “많은 사람이 찾는 시설인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진 부산도 곳곳이 더운 열기로 들끓었다.
오후 1시 20분께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해수욕장은 민소매와 반바지, 수영복 등을 입고 해수욕을 즐기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밀짚모자와 팔토시로 햇빛을 가리고 모래사장을 거닐던 전청기 씨(70)는 “오늘은 날이 너무 더워서 평소 가던 집 주변 공원 말고 바닷가를 찾았다”며 “발이라도 담그면 더위가 가실 것 같아서 지하철 타고 소풍 왔다”고 미소 지었다.
부모님과 함께 부산으로 여행을 왔다는 김진영(24)·다영(22) 자매는 “당일치기로 왔기 때문에 알차게 놀고 가야 한다. 그런데 흰여울마을을 가려다가 너무 더워서 취소하고 바다로 왔다”며 “하필이면 오늘이 제일 더운 날이라고 한다. 양산을 써도 땀이 줄줄 나서 3시쯤에는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해야겠다”고 여행 계획을 밝혔다.
해수욕장에서 파라솔 대여를 하는 바다마을 강영철 대표는 “7월 내내 비가 와서 방문객 수가 크게 줄었는데, 오늘이야말로 제대로 피서철 느낌이 난다”며 “평소엔 1줄당 25개씩 5줄 정도 파라솔을 설치했는데, 오늘은 7줄 설치했다. 오늘이 평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주말은 올해 가장 많은 방문객이 몰리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3시 현재 부산과 경남 12개 시군(진주·하동·김해·창원·양산·밀양·의령·함안·창녕·함양·합천·거제)에는 폭염경보가, 남해·통영·거창·산청·고성·사천 등 경남 6개 시군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다.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부산과 경남의 주요 지점에서 측정한 일 최고 체감온도(일 최고기온)는 부산 32.8(32.8)도, 창원 33.9(33.4)도, 김해 33.7(33)도, 거제 31.8(30.7), 진주 32.4(31.2)도, 통영 31.6(30.4)도다.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26일까지 부산과 경남에서는 71명(경남 51명·부산 2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5월 21일 창녕군의 한 농장에서는 양파를 수확하던 40대 중국 국적 남성이 휴식 중 쓰러져 숨졌다. 현재까지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1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부산과 경남은 당분간 습도가 높아 최고 체감온도가 33~35도 내외로 오르면서 매우 무더운 한여름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격렬한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등 온열질환 발생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lh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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