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을 일 처리하고 나면 이동관 임명···방송장악도 일사천리

강한들 기자 2023. 7. 2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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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 경향신문 자료사진

윤석열 정부는 올해 들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 감사원은 한국방송(KBS)에 이어, 방송문화진흥회(문화방송 대주주) 등을 감사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일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 고지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대통령실 권고 한 달 만에 의결했다. 이어 지난 12일에는 2020년 윤석년 KBS 이사 해임을 대통령실에 건의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이를 재가했다. 지난 25일 방통위는 남영진 한국방송공사 이사장을 해임하기 위한 청문 절차를 시작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현 정부 방송장악 계획의 ‘마침표’이면서 ‘새로운 출발선’이다. 28일 방통위원장으로 지명된 이 내정자는 청문 절차를 거쳐 다음 달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방송장악 절차를 어느 정도 마친 뒤일 가능성이 크다.

방송 장악 진도, 어디까지 나갔나

남영진 한국방송공사 이사장의 방통위 청문회는 다음 달 9일이 유력하다. 방통위는 같은 달 16일 전체 회의에서 해임 제청안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비어있는 자리를 여권 성향의 이사로 채우면 KBS 이사회 인적구성은 여당 6명, 야당 5명으로 재편된다. 전 정권에서 임명한 김의철 KBS 사장 해임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올해 연말에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와 13개 지역 MBC를 포함한 총 141개 방송국의 재허가 심사가 있다. 방통위는 지난 6월 올해 지상파방송사업자 재허가 세부계획을 확정하면서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관련 심사 배점을 확대했다. 심사 결과 총점 1000점 중 650점을 넘기지 못하면 ‘조건부 재허가’ 또는 ‘재허가 거부’가 나올 수 있다. 지난 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성중·김영식·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KBS 2TV를) 재허가 점수 미달 시 즉시 폐지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되어야만 나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공영방송의 이사회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송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현재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 있다. 한국방송공사 이사 수를 21명으로 증원하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 관련 학회, 시청자위원회 등 다양한 주체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국회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할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되어서야 지난해 12월 과방위에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의결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정권에서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허송세월하였다”며 “야당이 돼서야 나서지만 이제 국회 본회의를 넘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인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7개 언론 현업단체는 지난 2월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공영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2월 안에 의결하라”고 요구했다. 강한들 기자
방통위 ‘포털 규제’도 나서나

이동관 내정자가 청문회를 거쳐 방통위원장에 오를 때 쯤이면 현 방통위 상임위원 2명의 임기가 끝난다. 여당 추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야당 추천 김현 위원의 임기 만료일은 다음 달 23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월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추천한 최민희 전 의원을 임명하지 않고 있어, 결원이 언제 채워질지 아직 알 수 없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상임위원 5명으로 구성된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장관을 두는 독임제 행정기관과 달리, 합의제는 여러 사람으로 구성되는 합의체에 조직의 의사결정권을 부여한다. 5명 위원 간 토론·논의를 통해 방송 현안에 관해 결정하라는 취지다. 언론법·헌법 전문가인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기자와 지난 27일 통화하며 “합의제 기구의 설치 목적에 맞게 방통위 구성부터 제대로 해야, 설치 목적에 맞는 운영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5월 ‘윤석열’을 검색하면 비판 기사가 많이 나온다며 네이버 등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효재 직무대행은 지난 26일 과방위에 출석해 “포털 ‘알고리즘 투명성 위원회’와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법제화를 통해 미디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라고 밝혔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포털 뉴스 배치는 각 언론사 역량, 포털의 알고리즘을 통한 뉴스 추천, 이용자가 뉴스를 선택하며 추천 알고리즘이 최적화되는 과정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포털의 ‘알고리즘’만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총선과 같은 중요한 정치 사건이 있을 때마다 상황에 따라 지표를 빼거나 더할 수 있는 외부 간섭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 각종 논란·의혹에도 이동관 강행…尹 정부식 ‘언론 정상화’ 시동 신호
     https://www.khan.co.kr/politics/president/article/202307281733001


☞ ‘윤석열’ 검색 후 “네이버 편향됐다”는 국민의힘, ‘尹’으로 검색하니 완전히 다른 결과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305091053001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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