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긴축 신호탄 쏜 日…일학개미 영향은?

김보겸 2023. 7. 2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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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장기금리 일부 넘어도 매입 안하기로
발표 직후 니케이225 1% 하락…10년물 금리 0.55%
엔저로 상승한 日증시 주춤해지나…단기 변동성 확대
日기업 구조적 변화·주주친화 정책은 증시에 긍정적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주요국들이 일제히 금리인상 대열에 올라탈 때도 꿈쩍 않던 일본마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하면서 일학개미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상반기 일본 증시 상승을 이끌어 온 엔저가 주춤해지면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지만 수십년만에 일본 기업들이 구조적 변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일본 주식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일본은행(BOJ)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일본은행, YCC 수정…“긴축 신호탄”

28일 일본은행(BOJ)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폭 상한을 0.5%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는 0.5%를 초과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은 수익률제어곡선(YCC)에 유연성을 제공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YCC는 10년물 국채 금리 목표치 허용 범위를 정하고 돈을 푸는 정책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낮은 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미리 정해둔 장기 국채 수익률 변동폭을 넘어서면 중앙은행이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 국채를 사들여 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작년 3월부터 10회 연속 금리를 올리는 와중에도 일본은 나홀로 주요국 금리인상 대열에서 이탈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YCC 상한의 일부를 넘어도 일본은행이 국채를 매입하지 않을 여지가 있어 긴축 통화정책의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미 올 초 일본은행 총재가 ‘비둘기파’ 구로다 하루히코에서 ‘중도파’ 우에다 가즈오로 교체되면서 일본이 10년만에 양적완화를 포기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 소식에 일본 증시는 하락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1.93포인트(0.40%) 내린 3만2759.23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0.55%를 상회했으며 미국 국채금리도 한대 4.039%까지 올랐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YCC 변경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 등으로 그간 많이 올랐던 수출주와 반도체에서 차익실현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했다.

엔저로 상승한 日증시 주춤해질까

엔저가 끌어올린 일본 증시가 주춤해질지도 주목된다. 올 들어 니케이225 지수는 25.76% 올랐다. 일학개미들도 매수 금액을 늘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투자자 일본 주식 매수 금액은 1조25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5242억원보다 95% 늘었다. 일본 증시 강세 배경으로는 엔저로 인해 일본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이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실적이 개선된 점이 꼽힌다.

당분간 일본증시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기금리 상한이 폐지되면서 엔화가 크게 튀어오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도 일본은행이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선을 0.25%에서 0.5%로 올리며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

오승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에셋&ESG팀 수석은 “일본 통화정책에 큰 방향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일본 증시에 60조엔이 유입됐는데 매수세가 점차 둔화되는 등 증시의 조정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YCC 변경이 엔화 강세나 주식시장 약세로 바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YCC 정책의 종료를 의미하는 게 아닌 만큼, 엔화가 급격히 오르거나 주식시장이 급락하기보다는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수십년만에 변화하는 日기업…증시 긍정적”

국내에 상장된 일본 펀드 수익률과 자금유입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일본의 저금리 정책 기조는 여전히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지정학적, 공급망 이슈로 인한 일본 경제 및 기업 구조 전반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앞으로 수십년 만에 일어나고 있는 일본의 구조적 변화를 주목한다면 일본 주식시장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른 자산운용사 운용역도 “본격적인 엔화 약세가 시작됐던 올 6월부터 개인투자자들의 일본 투자 관심이 증가하며 일본 투자 상장지수펀드(ETF)에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며 “YCC 정책 수정으로 엔화가 소폭 반등하면서 차익실현 매물과 추가적인 강세를 전망하는 자금흐름이 공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가 도쿄증권거래소와 주주 친화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일본 증시 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 3월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배가 안 되는 상장 기업들에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일본 기업들도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와 배당 확대로 화답하며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보겸 (kimk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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