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제방 허가 없이 허물고, 충북·청주 ‘위험’ 신고 13번 무시(종합)

세종=손덕호 기자 2023. 7. 2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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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없이 제방 허물고, 임시 제방은 부실
공사 감리단장, 행복청·112에 수 차례 신고
경찰은 현장 안 가고 출동했다고 시스템에 입력
소방은 유일하게 현장 출동했지만 상황실 대처 부족
‘기피 부서’ 재난 대응 공무원 인센티브 부여 추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되며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참사는 다리 공사현장 부실 관리와 지자체와 경찰, 소방 등 관계 기관이 계속된 ‘위험’ 신고를 무시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5개 기관 총 36명을 수사의뢰했고, 공직자 63명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할 계획이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28일 이 같은 내용의 정부서울청사에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감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은 사고 발생 이틀 후인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 간 충북도,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를 상대로 감찰조사를 실시했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2시간 전 지하차도 통제 요건 충족…아무 조치 없어

국조실에 따르면 충북 청주 지역에는 지난 13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14일 오후에는 호우경보가 발령됐다. 15일 오전 8시까지 강수량은 372㎜다. 시간대별 사고 관련 주요 사실은 다음과 같다.

14일

오후 12시10분│청주시 호우경보 격상

오후 4시40분│충북도, 비상3단계 근무 발령

오후 5시20분│미호천교 지점 홍수주의보 발령

15일

오전 2시15분│청주시, 비상3단계 근무 발령

오전 4시10분│미호천교 지점 홍수경보 발령

오전 6시34분│미호천교 계획홍수위 도달 경고(금강홍수통제소→청주 흥덕구)

오전 6시40분│미호천교 지점 계획 홍수위인 해발 수위 29.02m 도달, 궁평2지하차도 통제 요건 충족

오전 7시4분│112 신고 “미호천교 범람 우려, 주민 대피 필요”

오전 7시50분│미호천교 부근 임시제방 쪽으로 월류 시작

오전 7시51분│119 신고 “미호강 공사 중인 제방 범람”

오전 7시58분│112 신고 “궁평지하차도 통제 필요”

오전 8시9분│임시제방 붕괴 시작

오전 8시27분│궁평2지하차도 강물 유입 시작(임시제방에서 지하차도 입구 거리는 550m)

오전 8시35분│지하차도 내부 주행 불가능할 정도로 침수

오전 8시40분│지하차도 완전히 침수(강물 6만t 유입)

20일 오전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관계자 등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우경보·홍수경보 비상 상황에서 여러 기관 적극 대처 못해”

국조실은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원인을 두 가지로 지적했다. 먼저 도로확장공사 시공사가 미호천교 아래의 기존 제방을 허가 없이 무단으로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제방을 쌓은 것과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 그리고 수많은 경고에도 여러 기관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적극 대처 못한 것이다.

행복청은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공사’를 발주한 기관이다. 공사 시공사와 감리사가 하천점용허가를 위반하여 기존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한 후 하천법 등에 따른 규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부실한 임시제방을 설치했지만 관리·감독하지 못했다. 또 제방이 붕괴한 상황을 인지한 후에도 재난 관련 유관기관에 신속하게 상황을 전파하지 않았다.

국조실에 따르면 도로확장공사를 위해 하천점용허가를 받을 때 하천 제방을 철거하려면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시공사는 하천점용허가를 받으면서 별도의 제방 철거 허가를 받지 않았다. 방 실장은 “(기존 제방) 철거 자체가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이라며 “이후 임시제방도 환경부의 제방 사양 기준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충북도는 궁평2지하차도 관리주체이자 교통통제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사고 당일 홍수경보가 발령되었고 미호천교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며 사고 발생 전 궁평2지하차도 통제 기준이 충족되었지만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고 교통통제를 하지 않았다. 또 사고 당일 미호강 범람 위험 신고를 받았지만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충북도청에 마련된 오송 지하차도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 가족 대표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주시는 유관기관으로부터 미호강 범람 관련 위기 상황 통보를 받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국조실에 따르면 충북도는 행복청으로부터 사고 당일 오전 6시31분, 7시 2분, 7시 58분 등 총 3회 신고를 받았다. 청주시는 현장 감리단장, 행복청, 경찰청 등으로부터 총 10회 신고를 받았다. 그러나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방 실장은 “청주시는 구청 공무원을 동원해 현장을 통제할 수 있었지만 재난 상황 전파나 긴급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충북경찰청은 사고 당일 두 차례의 미호천교 범람 및 궁평지하차도 통제 관련 112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 출동한 것으로 112신고 시스템에 입력 및 종결 처리했다. 충북소방본부는 119신고에 따라 범람현장에 출동한 유일한 기관이다. 현장 요원이 상황을 보고했지만 119종합상황실에서 가용 인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투입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미호천교 공사 감리단장 A씨는 공사 책임기관인 행복청에 사고 당일 오전 6시 26분부터 8시 32분까지 7차례 전화와 모바일 메신저로 범람 위험을 신고했다. 사고 당일 112 신고 2건도 A씨가 했다.

방 실장은 “호우경보와 홍수경보가 발령된 재난 대응 비상상황에서 신고 등 수많은 경고가 있었지만 궁평2지하차도와 주변 미호강 관련 여러 기관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사고 원인과 위법 사실은 본격적인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감찰 조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간부급 공무원 12명 포함 36명 수사 의뢰…비위 확인 63명 통보해 인사 조치

국무조정실은 앞서 지난 21일 충북경찰 6명, 24일 충북도와 행복청 관계자 등 12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이번에는 청주시 관계자 6명과 충북소방본부 관계자 5명, 민간인인 미호천교 공사 현장 관계자 2명 등을 수사의뢰했다. 대검에 수사의뢰한 인원은 행복청, 충북도, 청주시,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공사 현장 관계자 등 총 36명이다. 간부급 공무원인 실장·국장·과장급은 12명 포함됐다.

국조실은 추가로 중대한 범죄 혐의는 아니지만 비위가 확인된 5개 기관 공직자 63명을 소속 기관에 통보해 징계 등의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방 실장은 “수사 의뢰와 별도로 사고 발생 과정에서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다하지 못한 책임자에 대해서는 직위해제 등 책임에 상응하는 즉각적인 인사 조치를 해당 기관 인사권자에게 건의 또는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사 조치를 건의하겠다”며 “정무직도 포함된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감찰조사로 밝혀진 문제점을 포함해 재난대응체계의 전반적인 개선 방안을 신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국무총리실에 설치된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서 재난대응 거버넌스 강화, 지하차도 인명피해 근절을 위한 통제기준 개선, 진입차단시설 설치 확대 및 의무화, 인명피해 방지를 위한 하천 정비 확대, 산사태 취약지구 전면 재검토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방 실장은 “재해·재난훈련을 수도 없이 진행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에게 (재해 상황에서)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교육훈련을 많이 시키고 있다”며 “이번에 그런 것들이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는 훈련 개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공무원들이 재난 대응 부서를 기피하는 것과 관련해 “개선 방안에는 재난대응 부서 근무자 인센티브도 포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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