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긴축에도 견고한 美 경제…비결은 '소비·투자·기술주'
반도체와 자동차 등 민간 투자도 활발
채권 투자 늘면서 자본 조달도 수월해져
미국 경제가 중앙은행(Fed)의 역대급 긴축에도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견고한 고용지표에 따른 강력한 소비와 반도체·자동차 관련 투자가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본시장에선 메타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표 기술주들이 예상 밖 호실적으로 증시를 이끌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소비 증대와 투자 환경 개선이 성장을 떠받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 2.4% 증가하는 등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이자 이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금리인상에도 소비 늘어
이날 발표된 GDP 세부 항목을 보면 Fed가 유례없는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미국인들의 소비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개인소비지출은 전분기보다 1.6% 증가했다. 1분기 4.2%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증가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수준인 만큼 소비 증가가 전체 경제 성장률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22년 만에 최고 수준인 연 5.25~5.5%로 올랐는데도 소비가 줄지 않는 것은 뜨거운 노동시장의 영향이 크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7월 16∼2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2만1000 건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도 3.6%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이어오고 있다.
민간투자 급증
민간 투자 부문도 두드러졌다. 1분기 11.9% 급감했던 역내 총 민간투자는 2분기에 5.7% 증가하는 극적 반전을 보였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영향 등으로 삼성전자와 TSMC, 인텔, 현대차 등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간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들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출이 이어지면서 정부 지출과 총투자도 2.6% 늘었다.
자본시장에선 기술주가 뉴욕 증시를 지탱하는 주축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237.40포인트(0.67%) 하락한 3만 5282.72로 거래를 마쳤다. 14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다우존스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이날 5% 이상 하락한 허니웰이었다. 그럼에도 다우존스지수가 소폭 하락하는 데 그친 것은 기술주들 덕분이다.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는 2분기 매출이 320억달러(약 40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288억달러) 대비 11% 증가하면서 주가도 4% 이상 올랐다. 매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2021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인텔도 이날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주당 수익 13센트로 예상치 3센트 손실을 웃돌았다. 매출도 129억달러로 예상치 121억 3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자본 조달 수월해져
미국 기업들의 자본 조달 등 금융 여건이 대폭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빅테크의 예상 이상의 호실적이 주가 상승장을 이끄는 데다, 채권 수익률은 하락(채권값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앤디 브레너 냇얼라이언스증권 국제채권책임자는 "현재 Fed가 당혹스러워야 할 정도로 조건이 완화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열풍은 올해 뉴욕 증시를 강세장으로 이끌었다. S&P500 지수는 현재까지 20%가량 상승했다. 기업들이 주식 판매를 통해 현금을 조달하기가 더 쉬워졌다는 의미다. 딜로직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은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회사채 시장의 투자 수요도 강하다. 정크본드 시장에서 신규 물량이 부족해 투자자들이 얼마 안 되는 신규 거래에 몰리고 있다. 정크본드 수익률과 국채 수익률의 격차(스프레드)는 작년 말 3.9%포인트에서 최근 0.9%포인트로 좁혀졌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차입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프리미엄이 작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의미다.
뉴욕=박신영 특파원/김리안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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