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공사 기준 최대 '1억1400만원' 시멘트 비용 늘어
2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 916호'를 통해 시멘트 가격 불안정이 공사 부문별로 3700만원에서 최대 1억1400만원의 추가 재료비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시멘트 가격은 ▲2021년 5% ▲ 2022년 2월 18% ▲2022년 9월 14% 올랐다. 2021년 6월 톤(t)당 7만5000원이던 시멘트 가격은 올해 6월 기준 10만5000원으로 40% 상승했다. 이달부터 일부 업체는 시멘트 가격을 12만원 수준으로 인상했는데 이는 2년 동안 60% 가까이 폭등한 셈이다. 시멘트를 비롯한 레미콘, 콘크리트 제품은 핵심적인 건설 자재로 이들의 가격 변동이 건설생산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멘트는 생산 업체가 달라도 품질 차이가 미미하며 업체 간 생산량과 가격 결정에 관한 정보 교환이 원활한 데다 상호 의존성이 강해 과점 기업의 특성을 나타낸다. 일부 시멘트 공급 업체는 레미콘 생산도 겸하기에 중소 레미콘 업체와 경쟁 관계에있음. 시장 과점이 발생하는 상황은 상품 공급이 효율적으로 조절될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요구될 때나 신규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수급 구조가 존재하는 때 등이다. 시멘트와 레미콘 시장의 경우 시멘트가 상류시장, 레미콘이 하류시장에 해당하며 일부 기업은 수직적 통합이 이뤄지기도 한다.
수직 통합된 상류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류시장 원재료 등의 도매가격과 하류시장의 완제품 가격의 차이를 줄이면 하류시장의 경쟁사업자가 경쟁력을 잃게 되는데, 이를 이윤압착이라고 한다.
대법원은 "상류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공급망의 연쇄에 따라 두 개의 다른 생산단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수직 통합된 사업자로서 상류시장에서 하류시장 사업자의 생산 활동에 필수적인 원재료 등을 공급함과 동시에 하류시장에서 원재료 등을 기초로 완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경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한 유형으로서 이윤압착이 문제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21.6.30 선고 2018두37700 판결) 즉 일부 상위 시멘트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중소 레미콘 업체의 자금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경제·경영상황, 시장 구조,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최근 2년간 발생한 급격한 시멘트가격 인상이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물가협회의 '산업물가 가격변동' 자료에 따르면 2021년 8월 시멘트 가격(보통 40㎏ 포장품)은 4800원이었으나 지난해 4월 6000원, 올해 6월 7400원으로 올랐다. 2021년 8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증가율은 54.2%에 달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시멘트업계 간담회'에서 나온 14% 인상 계획이 반영되면 시장 거래가격은 8436원으로 전망, 최근 2년간 증가율은 75.8%을 기록할 수 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와 계열사인 한일현대시멘트는 오는 9월1일부터 시멘트가격을 t당 10만5000원에서 11만8400원으로 12.8% 인상한다고 레미콘업계에 통보했다. 업계 1위인 쌍용C&E와 성신양회는 이미 이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각각 14.1%와 14.3%씩 올렸다.
같은 기간 ㎥당 레미콘 가격(25㎜ 18Mpa×8㎝ 기준)은 2021년 8월 6만6100원이었으나 10개월 후 6만9040원으로 오르더니 지난달에는 8만3446원으로 나타나며 2년간 26.2%의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 2년 간 시멘트 가격의 레미콘 시장 거래가격 반영도(전이도)는 48.4%로 분석됐다. 다른 조건이 일정한 상황에서 시멘트 가격이 1% 증가(감소)하면, 레미콘 가격도 0.48% 증가(감소)한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2019년 기준)의 총투입계수표에 따르면 레미콘 투입 비용은 공종별로 ▲주거용 건물 5.5% ▲비주거용 건물 3.9% ▲도로시설 6.5% ▲철도시설 4.5%를 차지한다. 레미콘과 별도로 콘크리트 제품의 투입 비용은 ▲주거용 건물 1.3% ▲비주거용 건물 1.3% ▲도로시설 4.9% ▲철도시설 2.6% 등이다.
공종별 100억원 규모의 건설 공사를 기준으로 볼 때 시멘트 가격 상승 시 부문별로 3700만∼1억1400만원의 추가 공사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계된다. ▲주거용 건물 4800만~6800만원 ▲비주거용 건물 3700만~5300만원 ▲도로시설 8000만~1억1400만원 ▲철도시설 4900만~7000만원으로 집계되며 도로시설, 철도시설, 주거용 건물, 비주거용 건물 순으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멘트 가격 상승으로 인한 레미콘·콘크리트 제품의 가격 상승 이외 다른 자재 가격의 변화나 노무비·경비의 변동은 고려하지 않은 효과다.
보고서는 위 가설이 공사 규모를 100억원으로 정규화한 분석이기에 다른 상황이 일정하다면 건설업의 추가 부담분으로 늘어나는 것으로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곧 경영상 영업이익률의 감소폭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도로시설은 영업이익률이 1% 이상, 주택 부문은 0.5%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의 2022년 건설업 영업이익률이 4.9%임을 감안하면 주택 부문은 약 10~14%의 영업이익 감소를 직면할 수 있으며 도로시설 또한 16~23% 정도 빠질 전망이다.
나경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도시연구실장은 "생산과 유통 과정을 포괄해 시멘트 가격 변동 요인을 명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며 레미콘의 권역별 시장으로서 특징도 반영해야 한다"며 "주요 자재의 가격변동과 지역·중소 현장의 수급 불안정, 이에 따른 품질 확보의 문제나 품질확보를 위한 공사비용으로의 반영 체계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건설 경기 변동이 건설 자재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뿐만 아니라 건설 자재의 공급과 가격이 결국 건설 경기 안정과 품질로 이어진다는 상호 연쇄적인 과정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이다.
나 실장은 "자재수급·가격 안정화 수단, 주요 자재의 직접 구매, 공사 발주 시기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 마련할 수 있는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업계 간 논의를 토대로 국민이 이용하는 건축물·시설물의 품질이 안정적으로 향상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촉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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